[심층분석] 중국 ‘헝다그룹’ 파산, 한국에 영향 없을까
[심층분석] 중국 ‘헝다그룹’ 파산, 한국에 영향 없을까
  • 전경웅  미래한국 객원기자
  • 승인 2021.10.15 19: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중국 2위의 부동산 업체 ‘헝다그룹’이 파산 위기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CNN 등 외신은 “헝다그룹이 파산 날짜를 늦출 수는 있어도 면할 수는 없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국내에서는 “헝다그룹이 파산하더라도 한국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적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헝다그룹이 파산해 국유화되고, 이 일이 미국의 ‘테이퍼링(통화 유통량 감축)’ 일정과 맞물리면 국내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헝다그룹이 파산했을 경우 한국에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 

외신들은 “중국 부동산 사업은 ICT 기업과 함께 중국 경제를 이끌어온 쌍두마차”라며 헝다그룹의 파산이 중국뿐만 아니라 세계 경제에 파장을 미칠까 우려하고 있다. 그러면서 “헝다그룹 사태는 오랜 기간 과열된 중국 부동산 시장의 단면을 보여 준다”고 지적했다. 

헝다그룹 355조 원 부채, 계열사 8440개

중국 당국이 경기 부양책의 일환으로 은행을 통해 부동산 개발업체들에 무제한적인 대출을 해줬고, 이렇게 지은 부동산을 다시 부동산 업자들이 사들여 웃돈을 얹어 팔면서 시장에 거품이 잔뜩 끼었다.

그러다 지난해 9월부터 중국 당국이 부동산 가격이 지나치게 높다며 대출 규제를 강화하자 ‘대출로 먹고 살던’ 부동산 업체들이 줄줄이 파산했고 헝다그룹 또한 그중 하나라는 지적이었다. 

외신들이 이 같은 지적을 하는 이유는 헝다그룹의 부채 규모다. 헝다그룹의 총부채는 1조7900억 위안(약 355조11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현재 자금으로는 이자조차 못 내고 있다는 것이다. 알려지기로는 헝다그룹이 현재 보유한 현금은 1500억 위안(27조3200억 원)이다. 큰돈처럼 보이지만 1000곳이 넘는 건설 현장에서 사업을 진행하고 직원 급여를 주고 채권 이자를 제대로 내기에는 부족하다. 

그룹 측은 파산 위기설이 불거진 뒤 첫 이자 지급일 전날인 22일 성명을 발표하고 “위안화 표시 채권자와 개별 접촉을 통해 이자 지급 문제를 해결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달러화 표시 채권의 이자 지급에 대해서는 아무 말이 없었다. 24일 로이터 통신은 “헝다그룹의 달러 표시 회사채를 가진 한 미국 투자자가 23일까지 이자를 받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헝다그룹은 당초 23일 내년 3월 만기인 달러화 표시 채권의 이자 8353만 달러(약 984억 원)를 지급해야 했다. 29일에는 2024년 3월 만기인 달러화 표시 채권의 이자 4750만 달러(약 559억 원)를 내야 한다. 올 연말까지 내야 하는 달러화 표시 채권 이자는 6억6800만 달러(약 7869억 원)나 된다. 

채무 문제는 산 넘어 산이다. 헝다그룹이 2022년 갚아야 할 부채는 77억 달러(약 9조700억 원), 2023년까지 갚아야 할 부채는 108억 달러(약 12조7200억 원)나 된다. 이 때문에 외신들은 “헝다그룹은 지금 시간끌기를 하고 있을 뿐 파산은 피할 수 없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헝다그룹이 파산하면 그 충격은 회사채 시장뿐만 아니라 중국 고용시장에도 영향을 끼친다. 지난 22일 매일경제 보도에 따르면 헝다그룹은 현재 중국 280개 도시에서 1300개 건설사업을 진행 중이다.

직접 고용한 직원은 25만 명이다. 협력업체 수는 8440개에 달해 간접고용 인원은 수백만 명에 달할 것이라는 관측이 있다. 그런데 협력업체들은 지난 7월부터 헝다그룹으로부터 공장설비 대금도 못 받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헝다그룹은 과거 부동산 가격이 폭등할 때 전기차, 테마파크, 생수, 식료품, 스포츠 구단 등 수많은 계열사를 만들었다. 그런데 이 계열사가 현재 그룹의 발목을 잡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23일 “헝다그룹의 전기차 계열사에서 중간관리자들이 두 달 째 급여를 못 받았다”고 보도했다. 헝다그룹 전기차 계열사는 올해 1월 국영석유회사 시노팩과 전략적 제휴를 할 정도로 잘 나가던 업체다. 그런 곳이 현재 직원 월급도 못 주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런 소식이 전해지자 중화권 금융시장은 불안감을 드러냈다. 23일 홍콩거래소에서 헝다그룹 주가는 전날 대비 11.61% 떨어진 2.36홍콩달러에 마감했다.

헝다 전기차 주가도 24일 하루에만 23% 폭락했다. 이날 홍콩 항셍지수는 전날보다 1.30% 내렸다. 홍콩 증시에 상장한 중국 기업주 중심의 H주 지수는 전날보다 1.47% 하락했다.

헝다그룹이 파산 위기를 맞게 된 결정적인 원인은 중국 당국이다. 당국은 지난해 9월부터 부동산 대출규제를 시작했다. 당시 당국은 헝다그룹을 비롯해 12개 부동산 대기업을 불러 ▲기업 자산부채율 70% 미만 ▲순부채비율 100% 미만 ▲단기부채보다 많은 유동성 확보라는 기준을 맞출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헝다그룹은 이를 지키지 않았다. 

헝다그룹이 당국의 요구를 제대로 따르지 않은 것을 두고 중화권 매체들은 중국 부동산 시장에 대한 믿음 때문이 아니었겠느냐는 지적을 한다. 중국에서 토지사용권을 매매하기 시작한 것은 1996년이다.

중국 부동산 대기업은 이때부터 주택 건설·판매로 막대한 돈을 벌었다. 이후 중국 당국이 내수경기 진작을 위해 부동산 건설에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 부동산 대기업에는 사실상 무제한으로 대출을 해주면서 부동산 거품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는 최근까지도 이어졌다.

현재 중국의 미분양 주택이 3000만 채에 이르는데도 주요 지역 주택가격은 떨어질 줄을 모르고 개인들의 주택담보대출액은 줄어들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성비 불균형 문제다. 

지난해 11월 인구조사에서 중국의 결혼 적령기 남성은 여성보다 3500만 명이나 많다. 이처럼 여성이 부족하다보니 남성은 집, 자동차, 지참금이 없으면 결혼 자체가 불가능한 것이 중국 사회 분위기다.

하지만 현재 중국 주요 지역 주택가격은 보통의 중국 남성이 평생을 벌어도 살 수 없다. 이 때문에 거액의 부동산 담보대출을 받을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로 인해 대다수 중국인이 소비능력을 잃어버렸다는 점이다. 중화권 반공매체 ‘크리더스넷’은 지난해 9월 “중국 14억 인구 가운데 12억 명이 소비능력을 이미 상실했다”고 주장했다.

이 매체는 “중국의 가계부채 가운데 부동산 담보대출이 70% 가량이고, 가계부채의 원인으로 주택 구매를 꼽은 집이 77%”라며 “이로 인해 현재 중국인 가운데 소비능력이 있는 인구는 2억 명 정도에 불과하다. 반면 중국인 가운데 예금잔고가 0위안인 사람은 5억6000만 명에 이른다”고 주장했다. 

중국 당국도 이런 문제를 인지하고 지난해 9월부터 부동산 담보대출을 규제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하지만 헝다그룹은 대다수 중국인이 여전히 주택 구입을 원한다는 판단에 따라 당국의 지시를 따르지 않았고 결국 “대출로 대출을 막던 사업 구조”로 인해 파산에 이르게 됐다.

헝다그룹 파산 위기와 관련해 중국 당국이 내놓은 공식 입장은 없다. 리커창 총리는 최근 국무원 상무회의에서 “경제 동향을 면밀히 파악해 거시정책의 연속선상에서 안정성을 유지하겠다”는 말만 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지난 몇 년 사이 재벌기업들을 국유화했던 사례를 언급하며 “헝다그룹이 쫄딱 망하도록 중국 당국이 가만 있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 섞인 전망도 내놓았다. 하지만 중국 관영매체 관계자는 “요행을 바라지 말라”고 못 박았다. 

환구시보 총편집인 후시진은 지난 16일 “대마불사의 요행을 바라지 말라”며 당국이 헝다그룹 측을 지원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중국 부동산 업계 또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공동부유’를 강조하고 있는 상황에서 빈부격차의 주범으로 꼽혀 대출규제를 받는 거대 부동산 재벌기업을 도울 리 없다고 내다보고 있다. 

실제 23일 월스트리트저널은 “중국 당국이 각 지방정부에 헝다그룹 파산에 대비한 후속 조치를 준비하라고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중국 당국은 지방정부와 국영기업에 “헝다그룹이 채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경우 최후에 대응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이 말을 전한 정부 소식통은 “폭풍에 대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폭풍’이란 헝다그룹이 완전히 파산할 경우 벌어질 경제적·사회적 파장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신문은 설명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중국 당국의 지시 이후 각 지방정부는 회계사, 변호사 등으로 자문단을 꾸려 지역별 헝다그룹의 재정 내역을 조사하고 지방의 국유·민간 부동산 개발업자들과 함께 헝다그룹의 사업을 인수할 준비를 하는 중이다. 또한 헝다그룹 파산 시 대중들의 대규모 시위에 대비해 민심을 파악하고 수습할 사법팀도 구성 중이라고 한다. 

헝다그룹의 부실화는 중국경제의 버블을 보여준다.
헝다그룹의 부실화는 중국경제의 버블을 보여준다.

정치적 소요 우려, 파산 시 국유화 가능성

상황이 좋지 않자 아시아 채권시장은 잔뜩 긴장하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헝다그룹이 달러 채권 이자를 갚지 못한다면 중국 사상 최대 규모의 채무 재조정이 일어나는 것은 물론 국제금융시장에도 심각한 충격을 출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신문에 따르면 실제 아시아 기업들이 발행한 달러화 표시 채권 수익률이 올해 초 7%에서 지난 주 12%까지 폭등했다. 이는 코로나 대유행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아시아 회사채 시장은 현재 4280억 달러(약 504조1800억 원)에 달한다. 이런 충격파를 염려해서인지 중국계 언론사는 향후 헝다그룹 파산 시 중국 당국의 대응을 전망하면서 시장의 우려를 덜어주려 노력 중이다.

24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글로벌 자산운용사 3곳의 전망을 전했다. 

롬바르드 오디에의 호민 리 아시아 시장 거시전략가는 “현재 헝다그룹이 처한 상황은 ‘통제된 철거’”라며 “헝다그룹은 민간기업이기 때문에 중국 당국이 주식·채권시장에 직접 개입할 가능성은 낮다”고 내다봤다.

트럼프 정부 시절 시장개입 때문에 큰 곤욕을 치렀던 중국 당국이 바이든 정부를 자극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었다. 그렇다고 헝다그룹 파산에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으니 통제된 상황에서 파산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는 설명이었다. 

리 거시전략가는 중국 당국의 개입은 헝다그룹이 파산한 뒤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당국이 개입하지 않으면 수백만 명의 주택 구입자들이 분노할 것”이라며 “그들에게 새 집을 주지 못한다면 정치적 불안정이 야기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리 거시전략가는 또한 헝다그룹 파산 이후에는 중국 부동산 시장이 안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리고 헝다그룹 파산이 다른 중국 부동산 기업의 연쇄 파산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영국계 자산운용사 쉬로더는 헝다그룹 파산에 대한 보고서를 내놨다고 신문은 전했다. 쉬로더는 보고서에서 “헝다그룹 파산은 이미 널리 예측하던 것”이라며 “무질서한 파산을 방지하기 위해 중국 당국이 개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내다봤다.

쉬로더는 그 과정을 거쳐 헝다그룹이 국유화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쉬로더는 “헝다그룹 대출은 대부분 담보가 있어서 손실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또한 지방정부들이 헝다그룹의 협력업체를 지원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자산운용사 누버거 버먼의 신흥시장 채권부문 대표 롭 드라이코니겐은 중국 당국이 헝다그룹 파산 과정에 개입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헝다그룹이 아무리 노력해도 파산은 피할 수 없을 것”이며 “은행과 채권자는 기나긴 구조조정 과정을 겪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드라이코니겐 대표는 “중국 당국은 주택 구매자, 협력업체, 고용된 직원들을 보호하기 위해 나설 것”이라며 “이는 최근 중국에서 발생한 많은 파산 사례에서 볼 수 있는 그들의 특징”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중국 당국이 헝다그룹 관련 주택담보대출 상환조건 완화, 헝다그룹 사업부문의 국유화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한국에 미칠 영향 두고 상반된 전망

한편 언론들은 헝다그룹 파산이 한국에 미칠 영향을 두고 상반된 의견을 전하고 있다. 평소 친중적 논조를 드러낸 일부 언론은 “헝다그룹 파산이 한국에 끼칠 영향은 적다”는 평가를 전했다.

몇몇 언론은 “헝다그룹 대출액이 중국 은행권 대출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0.35%에 불과하므로 제2의 리먼브라더스 사태 같은 중국발 금융위기 발생 가능성은 작다”고 전했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지난 22일 금융감독원과 함께 헝다그룹 관련 동향점검 회의를 열었다.

고승범 위원장은 회의에서 “현재로서는 헝다그룹 문제가 글로벌 금융시장의 리스크로 커질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게 다수 전문가들의 견해지만 이것이 미국의 테이퍼링 등 글로벌 긴축 기조와 연계될 경우에는 과열된 글로벌 자산 시장이 조정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조선일보 또한 헝다그룹 파산 사태를 예의주시해야 한다는 전문가 의견을 전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헝다그룹 사태가 한국 금융시장에 패닉을 일으키지는 않겠지만 올해와 내년 상반기까지 영향이 이어지며 지수 상승의 발목을 잡거나 하락의 빌미를 제공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헝다그룹 파산이 원화 가치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됐다. 이 신문에 따르면 이경민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헝다그룹 파산 위험 확대에 예민하게 반응한 것은 원화 가치였다”며 “가뜩이나 약세 압력을 받고 있던 원-달러 환율이 약세 압력 확대와 위험자산 선호심리 후퇴라는 시장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헝다그룹 파산으로 중국 금융계에 충격이 가고 이로 인해 한국에 투자한 중국계 자금이 빠지면서 원화 가치가 하락하면 환차손 발생을 우려한 다른 외국계 자본도 시장에서 덩달아 이탈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른 우려도 나온다. 중국 당국이 헝다그룹 파산을 그대로 두고만 보고, 이후 국유화를 할 경우 중국 부동산 재벌들의 해외투자자금이 또 한 번 이동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 한국 부동산에 투자한 자금 또한 이동 가능성이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는 지적이다.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외부게재시 개인은 출처와 링크를 밝혀주시고, 언론사는 전문게재의 경우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