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 공익법인의 투명성, 기부자의 관심이 만든다
[논단] 공익법인의 투명성, 기부자의 관심이 만든다
  • 권오용  미래한국 편집고문·한국가이드스타 상임이사·전 SK 사장
  • 승인 2021.10.07 16: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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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법인에 대한 외부평가는 공익법인과 기부자들 간의 정보불균형을 해소하고, 합리적인 기부 의사결정을 내리는 데 중요한 판단 자료이다. 미국의 경우 150여개가 넘는 평가기관들이 저마다 고유의 평가척도를 개발하여 NPO의 투명성과 효율성 등을 평가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한국가이드스타’가 유일하게 공익법인 평가 기관으로 활동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공익법인 평가 대상이었던 585개 법인들에게 ‘투명성 및 책무성’ 평가를 위한 8가지 자료 제출을 요청한 결과, 총 43곳의 법인이 참여했다. 전체 공익법인 중 약 10% 정도의 기부금만이 제대로 평가를 받은 것이다.

나머지 대부분의 공익법인이 투명하게 운용되고 있지 않다는 결론은 아니다. 다만 대다수의 공익법인들이 투명성에 관한 스스로의 기준을 갖추고 있지 않거나 무관심하다는 결론은 내릴 수 있다. 

잊을만 하면 불거지는 기부금 투명성 논란과 공익법인의 회계 부정 의혹으로, 기부자들은 ‘내 기부금이 제대로 쓰일까’라는 근본적인 의구심을 갖곤 한다.

급기야 일부 후원자들이 기부금 반환 소송까지 한 사건들을 보면, 기부처를 선택할 때는 법인의 사업과 운영에 대한 투명성 및 재무효율성 등을 고민해야 할 시기임이 분명해 보인다. 이에 공익법인은 기부금 운용에 있어 세 단계를 거쳐야 한다. 바로 ‘공시-감사-평가’이다. 

공시란 공익법인이 회계연도가 끝나면 결산서류를 국세청에 제출하여 모든 국민이 볼 수 있도록 공개하는 것이다. 기부자들은 공시자료를 통해 공익법인의 기부금 수익, 공익목적사업 지출금액 등 상세한 회계정보를 알 수 있다. 감사는 공익법인 투명성 평가의 중요한 지표이다.

우리나라는 현재 공익법인의 회계 투명성 제고를 위하여 연간 수입금액이 50억 원 이상이거나 기부금이 20억 원 이상인 경우는 외부회계감사를 의무화 시켰다. 

마지막 평가는 그 조직이 무엇을 바꾸고 개선해야 할지, 또 앞으로 어떻게 법인의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을지에 대한 방향성을 찾을 수 있는 방법이다. 평가된 결과를 통해 기부자들은 신뢰를, 공익법인들은 개선책을 얻을 수 있다.

지난 해 공시기준 우리나라 1만514개 공익법인의 기부금 수입은 8조6582억 원, 이 역시 어려운 경제상황에도 불구하고 전년 대비 2조3000억 원 가량 증가했다. 내가 낸 기부금은 좋은 곳에 쓰였을 것이다,

모든 기부자들은 그렇게 믿고 있다. 그러나 내가 낸 기부금 중 10% 정도만 투명성 검증을 받고 있다.

기부금을 쓰는 비영리 공익법인 10곳 중 6곳은 독립된 회계감사를 외면하고 있다. 무관심 속에 내가 낸 기부금은 이렇게 쓰이고 있는 것이다.

이제 기부자들이 나서야 한다. 기부시장이 점점 커져가는 만큼 투명성과 책무성에 대해서는 시장 참여자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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