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 박주연 미래한국 기자 / 사진 권동욱 미래한국 기자
암호화폐는 살아남을 것인가, 아니면 네덜란드 튤립 투기처럼 유행하다 사라질 것인가. 최근 비트코인 쇼크로 인해 암호화폐의 운명론이 회자되고 있다. 정부의 규제와 국회 입법도 가시권에 들어섰다. 이 문제를 누구보다 문명과 기술 차원에서 선진적으로 연구해 온 이병태 카이스트 금융대학원 교수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 테슬라의 비트코인 결제 중단 등 현재 암호화폐 자산시장에서 여러 현상들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어떻게 평가하시는지요?
2010년 처음 비트코인이 거래되기 시작했을 때 많은 사람들은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잠시 있다 사라질 것처럼 이야기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본격적으로 (비트코인) 투자 열풍이 불었던 때는 가격이 급등했던 2017년이었어요.
그때 유시민 씨 같은 분은 ‘바다이야기’와 같은 사기라고 했고, 박상기 장관은 튤립만 못하고 돌멩이만도 못하다고 했죠. 최근에도 금융위원장이 ‘암호화폐는 내재적 가치가 없다’는 식으로 막말했습니다.
그러나 사실 (암호화폐 투자 열기는) 10년 동안 점점 거세져 지금은 전체 시가 총액이 2000조를 넘는 자산이 돼 버렸습니다. 금년 1월에는 암호화폐에 투자하는 전 세계 투자자가 1억600만 명으로 한 달에 15~20% 정도 늘어났습니다.
이 얘기는 한 달에 2000만 명 정도 늘어난다는 이야기거든요. 이 추세는 최근 가격이 워낙 급등했기 때문이죠. 어쨌든 거의 2억 명 가까운 투자자가 있다고 보면 될 겁니다.
암호화폐 투자자들은 미국의 경우 거래액 기준으로 60% 정도가 일반 개인이 아닌 기관투자자들이에요. 그리고 우리나라는 몇 년 전만 해도 초단기 거래가 많았는데 지금은 투자자의 21% 정도가 5년 이상 보유하고 있습니다.
전체 투자자의 61%가 1년 이상 보유하고 있는 장기 보유자예요. 시장 자체가 완전히 변했죠.
JP모건이나 골드만삭스나 거의 모든 투자 은행들도 암호화폐를 투자자산에 포함하고 있어요. 뉴스로 보도됐지만 우리나라 정부 자금도 간접적으로 이미 500억 이상을 암호화폐 기업 자산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이미 금융 투자자산으로서 본격화됐고 받아주겠다는 기업도 많아지고, 특히 지급결제하는 페이팔이나 비자, 마스타 카드사 은행들도 전부 암호화폐의 지급결제를 지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우리 정부가 인정하든 안 하든 현실이 돼 버린 것이죠.
그럼에도 우리 정부가 오만하게 그것은 금융자산이 아니라고 한다고 해서 아닌 것이 되는 세상이 아니라는 얘기예요. 이 세상은 글로벌 티핑(세계적 변동)이 일어났다고 보는 게 맞습니다.
암호화폐, 제도권 진입만 남았다
- 현재 암호화폐 거래소 부분이 문제가 되는 것 같습니다. 법제화를 추진한다는데 그렇게 되면 새로운 규제가 생길 텐데요. 교수님이 생각하는 방향이 있으신가요?
어떤 제도적 장치를 만들어 제도권으로 끌어들이는 것은 좋은 방향이고 다른 나라들도 다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더치코인 등 이런 몇 개의 종류만 알고 있지만 코인은 한 달에도 몇 개씩 새로 나오고 있어요.
현재 종류가 1만 개가 넘습니다. 없어진 코인도 많고요. 그러다 보니 사기도 많이 발생합니다.
암호화폐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익명성을 전제로 하고 글로벌 화폐이다 보니 사기를 치고 빠지면 추적도 불가능합니다. 사실 지금은 정부가 사기를 단속하려 해도 법적 근거도 없는 데다 실제 단속도 잘 안 됩니다.
그리고 금융시장에서 사기 또는 그런 행위를 단속한다는 게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그것은 꼭 암호화폐가 아니라도 그렇거든요.
라임 사태와 같은 사모펀드도 그렇고 옛날 키코 때문에 중소기업들이 은행이 환헤지(환헤지 통화 옵션 상품) 잘못 샀다가 손해를 많이 봤잖아요. 또 동양증권 계열사 후순위 채권을 막 팔았다가 은퇴자금 날린 사람들도 많았잖아요.
지금도 주식시장에는 작전주가 엄청나게 많거든요. 정치인 이름 붙은 테마주도 많고, 우선주가 보통주보다 가격이 높은 것도 많고요. 실제 금융시장에서 그런 것들을 단속한다는 게 쉽지 않습니다.
소비자들을 보호하려면 믿을 수 있는 기업들이 거래를 중재해주는 방식이 현실적으로 안전한 것이에요. 그래서 거래소도 고객들의 전자지갑을 보호할 수 있는 최소한의 보안시스템, 전산능력을 갖춰야죠.
거래소 실제 운영자들은 믿을 만한 사람들이고 자본이 있는 사람들인지도요. 이런 자격요건을 거쳐 등록된 거래소가 중개하도록 하거나 또는 본인들이 거래소에 가서 직접 하도록 하거나 하는 식으로요.
투자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죠. 요새는 디엑스익스체인지(DX.Exchange)라고 중간 업자들 없이 직접 하는 것도 나오고 있어요. (만일 거래소) 거래를 못하게 막아버리면 어떤 일이 벌어지느냐, 이런 일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인도, 중국에서 나타난 현상인데 페이스북이나 이런 종류의 플랫폼에서 개인 간 직접 거래로 바뀝니다. 그러면 사기 위험성이 훨씬 더 높아지게 돼요.
제도권의 사정을 보면 이미 미국과 유럽에서 나타나는 현상인데요, 직접 암호화폐를 사는 것 대신 ETF 펀드(상장지수펀드)를 만들어 산다든지 또 파생상품을 만들면 적은 돈으로 살 수 있고, 수수료도 훨씬 싸게 할 수 있어요.
미국 로빈후드 같은 주식거래 앱들은 주식거래하면서 수수료를 안 받잖아요? 그런 식으로 수수료 없는 거래도 가능하거든요.
돈이 들어오니까 그것을 가지고 운영해 돈을 벌고 대신 수수료는 안 받는 식으로 하는 거죠. 소비자들이 수수료를 덜 내고 사기도 안 당하고 이렇게 하려면 제도권으로 많이 끌어들이는 것이 바른 방향입니다. 다른 나라들도 그런 방향으로 가고 있어요.
- 원래 이베이도 처음에는 사기가 많았지만 자율적으로 하다 정착이 됐죠?
특히 심각한 것은 가짜 물건을 보내주거나 혹은 안 보내주고 돈부터 받고 떼어먹는 거죠. 그래서 중간에 안전하게 거래할 수 있도록 에스크로(escrow) 서비스라고 하는 페이팔이 탄생한 거잖아요.
그런 식으로 어떤 시장에서든 보안 기능이 나타나게 돼요. 현재 터키 같은 나라에서는 경영자가 그렇게 코인을 받아놓고 외국으로 날아버렸거든요?
하하. 그러니까 터키 정부가 아예 공인된 중앙거래소를 만들겠다고 했어요. 이런 게 필요한 거죠.
그런데 우리의 경우는 2017년 잘못 건드렸다가 20대 청년들한테 반발만 사서 문재인 정부 지지율이 뚝 떨어진 적이 있었거든요. 그 이후로 주관부서도 없고 쓸데없이 괜히 책임 못 질 이야기들만 해서 시장 변동성만 키우고 소비자는 보호하지 못하는 그런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화폐의 내재가치론은 의미 없어
- 가상화폐에 우려하는 점 가운데 하나가 각 나라 중앙은행들이 통화정책을 제대로 세울 수 없다는 이야기들을 많이 한다는 점입니다. 한국은행도 그렇지만 미국 FRB(연방준비제도, 미국의 중앙은행 제도) 같은 곳도 보면 금융당국은 비트코인과 같은 암호화폐에 대해 상당히 적대적이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탄생 자체가 그렇잖아요. 비트코인의 사토시 나카모토 (세계 최초 암호화폐인 비트코인 개발자)가 디자인한 것은 중앙정부를 배제한 개인들의 자발적인 화폐였어요.
지금의 불태환 화폐(금본위제 ‘금’으로 바꿔 주지 않는 화폐), 정부의 공인화폐 피에트머니(Fiat Money)가 아니라 과거 금본위 화폐제도로 돌아가자는 거였거든요. 본질적으로 이해 충돌이 생기죠.
그러나 화폐는 자율시장 관점에서 보면 자유로운 교환을 도와주는 교환 매체잖아요. 그런 관점에서 보면 사적인 머니가 되어도 아무 상관이 없거든요. 그런데 현대 경제에서는 정부의 경제조절기능 또는 최근의 재난지원금과 같이 대량으로 돈을 풀어 경제 붕괴를 막는 식의 이런 정부의 역할이 큽니다.
화폐 이론 중 하나가 화폐는 금은이 아니라 정부가 세금을 걷기 위해 만들어놓은, 법률적으로 선언한 것일 뿐이라는 이론이 있어요. 그래서 그 돈의 기능이 시장의 자발적 거래를 매개하는 기능이냐 경제조절 기능이냐에 따라 구분되는데 암호화폐를 만든 사람들은 정부가 통화량을 늘려 화폐 가치를 떨어트리고 개인들을 지배하는 그런 점에 부정적입니다.
대표적인 예가 개인이 집을 사고 싶고 은행도 빌려주고 싶은데 정부가 정책으로 대출을 줄이라는 이런 것들은 어마어마한 경제적 자유 침해인 것이죠. (암호화폐를 만든 사람들은) 그런 것에 대항하는 시스템을 만들겠다고 한 것이니까 본질적인 차이가 있죠.
그래서 공식화폐를 없애고 이것으로(암호화폐로) 다 대체된다고는 아무도 믿지 않습니다. 그런 세상은 너무 위험한 세상이라는 거죠.
다만 이런 사적인 화폐와 공식적인 화폐가 병존할 수 있느냐, 그 점에서 믿는 사람도 있고 아닌 사람도 있는 겁니다.
시장에 돈을 푸는 것은 전통적으로 중앙은행이 일반 은행에 융자를 줘 돈이 시장에 공급되는 방식이었지만 요즘은 비은행권 금융회사, 또는 다른 회사들이 그 기능을 더 많이 합니다. 지금은 어떤 큰 회사가 설립되는 것을 보면 다 벤처 캐피털 돈으로 만들어지지 은행 돈이 아니잖아요.
그리고 무슨 무슨 페이가 유행하고요. 하다 못해 스타벅스도 사이렌오더라고 돈을 충전해 쓰는 방식이고 알리페이도 마찬가지고요. 시장에 나오는 대출 중에서 은행 비중이 점점 작아지고 있어요. 그 얘기는 금융에 대한 정부 통제력이 계속 작아진다는 의미입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금융자본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는 것이죠. 그런데 암호화폐라는 게 나와 지급결제도 되고 파생상품도 만들어지고 펀드도 만들어진다면 지금보다 더 분산된 세상이 되잖아요?
중앙정부의 역할이 점점 더 작아지는 것이죠. 그런데 정부가 코인을 만들어 직접 모바일로 쏴주게 된다면 중간에 은행은 필요 없고 우리 돈은 다 중앙은행으로 가게 됩니다. 우리 거래가 다 중앙은행에 모이고요. 그렇게 된다면 이것은 거꾸로 정부 쪽이 너무 비대하게 커지게 되는 것이죠.
화폐를 암호화폐로 만드는 것은 여러 장점이 있습니다. 화폐 발행 비용도 적고, 우리가 굳이 삼성페이 알리페이 같은 것 가입 안 해도 되고 개인과 개인 간에 직접 쏴줘도 되고 비용도 안 들고 소비자 혜택도 많고요.
하지만 거꾸로 돈이 모두 중앙은행으로 모여 회복이 되면 중간의 일반 은행들은 어떻게 신용을 창출하는 역할을 할 것이냐는 거죠. 돈이 은행에 들어와야 그 돈을 믿고 다시 대출을 주는 것인데 돈은 다 중앙은행으로 가고 또 직접 개인에게 가고 그렇게 됐을 때 어떤 상황이 벌어지겠는가 하는 거예요.
그래서 지금 디지털 화폐를 공식화폐로 검토하면서도 고민이 있는 것이죠. 함부로 결론 내릴 수 있는 상황은 아닙니다. 좋든 싫든 암호화폐로 인해 전 세계 통화 및 금융구조에 커다란 충격이 오는 중이에요.
이번 주 이코노미스트지 특집 기사가 바로 자칫 가브코인(가버먼트가 발행한 코인)이 얼마나 위험할 수 있는가에 관한 내용이었어요.
1960년대부터 지금까지 역사를 보면 경제는 글로벌화 되고 금융산업의 중요성이 점점 커졌고 디지털화됐습니다. 이 세 가지가 추세인데 금융의 분권화와 통제 밖의 분권화에 대응한다고 했다가 갑자기 돈이 다 중앙으로 몰리는 새로운 현상이 나타나게 된다면 어떻게 할까?
과연 올바른 금융질서가 무엇인지에 대해 아직 아무도 자신 있게 이야기를 못 하고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암호화폐가 가져온 충격은 생각보다 훨씬 클 수 있어요. 그러나 지금은 완전히 실험단계에 있는 상황이어서 누구도 섣불리 결론짓거나 예측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 비트코인과 같은 암호화폐에 있어 가장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라면 이게 과연 가치가 있는 것인가 하는 점 같습니다. 투자하려면 가치가 있어야 하잖아요. 과거에는 중앙은행이 아니더라도 각 은행이 자기 자산을 베이스로 화폐를 발행할 수 있었는데 암호화폐는 대체 뭘 갖고 하자는 것인가 이런 점이 해결이 안 되는 거죠.
비트코인을 말할 때 많이 나오는 이야기가 있어요. 영국령 옙 섬(Yap Islands)에 마차바퀴처럼 큰 돌멩이가 있었어요.
페이(fei)라고 불리는데 그게 화폐거든요. 그게 비트코인과 똑같은 원리예요.
이 섬 동네 사람들은 각각의 돌멩이가 순이네 건지 철수네 건지 다 알고 있어요. 돌멩이가 너무 커 움직이지도 못해요.
그런데 동네 사람들은 각각의 돌멩이가 누구네 건지 다 알고 있다는 거죠. 그게 우리가 말하는 블록체인이에요. 철수 네가 이걸로 순이네 집에서 소를 사면 이 돌멩이는 순이네 것이 됩니다.
이후로는 순이네 돈이 되는 거죠. 그러다 그 돌멩이가 파도에 휩쓸려 바닷속으로 빠집니다.
그런데도 동네 사람들은 아무 문제 없이 모두가 그 돌멩이를 인정하는 거예요. 바닷속에 빠졌다는 것을 인정하고 계속 거래가 된다는 거죠.
이게 바로 돈의 본질입니다. 그게 돈이 되려면 쉽게 가짜를 만들수 있어서는 안 됩니다.
정부가 인정하거나 중앙은행이 생기기 전에도 우리가 금화를 돈으로 썼던 이유는 금을 캐는 것보다 일해서 버는 게 더 쉽기 때문이었거든요. 금을 캐는 게 더 쉬우면 모두 금을 캐러 다녔겠죠.
그럼 화폐로서 쓸 수 없죠. 섬동네 돌멩이 크기가 큰 이유가 무엇이냐면 가짜를 못 만들게 하기 위해서예요.
그것을 만들려면 섬주민 성인 10%가 매달려야 만들 수 있습니다. 돌멩이 재료도 그 섬에서 안 나오는 겁니다.
성인 여러 명이 큰 배를 타고 나가 갖고 와 깎아야 만들어지는 것이거든요. 그러니까 가짜를 만들 수 없는 거죠.
비트코인도 똑같아요. 블록체인에서 알고리즘을 만들어 가짜는 절대 만들어질 수 없게 만들어진 겁니다.
돌멩이 덩어리예요. 그런데 돌멩이만도 못하다? 이런 얘기는 사실 화폐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한 것이죠.
우리가 지금 정부의 공식 화폐에만 생각이 젖어 있어 그것이 아닌 화폐 시스템에 대한 기억이 없기 때문에 그런 이야기가 나오는 겁니다. 내재적 가치라는 말은 황당한 말이에요.
화폐는 원래 내재적 가치가 없는 겁니다. 세상 사람들이 그것을 화폐로 계속 받아줄 거라는 믿음 외에는 아무런 가치가 없는 거예요.
그런데 우리는 지금 달러에 투자하고 엔화에도 투자하잖아요? 그럼 그게 비트코인 투자하는 것과 뭐가 다릅니까? 미국 정부도 달러의 진짜 가치에 대해 아무런 개런티를 하지 않아요.
1940년 기준으로 보면 달러 가치는 구매력에서 2%도 안 남아 있거든요. 계속해 늘고 있는 거예요.
그리고 경기가 나쁘면 금값이 널뛰잖아요. 그게 무슨 내재적 가치 때문에 움직이는 게 아니거든요.
금 수요의 50%가 투자수요예요. 실제 보석으로 쓰이는 수요 하고 산업용 수요와 합쳐봐야 50%가 안 돼요.
그 50%만 갖고 한다면 가격 변동이 날 수 없는데 다른 사람도 금을 비싸게 많이 살 것이라는 기대 때문에 가격이 올라가는 것이잖아요. 화폐는 원래 내재적 가치가 없다, 그러니까 믿음이 있으면 되는 것이라는 거죠.
금융자산에 대해 대부분 다 내재적 가치를 모르기 때문에 투자하는 겁니다. 장기적으로 보면 그 방향으로 간다는 효율적 시장 이론(Efficient Market Hypothesis)이 있고 대부분의 개인 투자자들도 그걸 판단할 능력도 없고 시간을 쓰지도 않습니다.
대개는 기관투자자들 움직임을 따라가거나 장세를 보고 하는 거죠. 우리나라 금융 당국자라는 사람들이 내재적 가치 이야기를 하는 것을 보면 화폐의 본질을 이해 못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모순된 중앙정부 금융이 암호화폐 존재 이유
- 주권을 기반으로 한 근대국가의 본질마저 흔들릴 수 있다는 생각도 드는데요.
그렇지 않습니다. 지금 달러가 전 세계 기축 화폐잖아요? 그것과 뭐가 다르지요?
- 달러의 경우는 정부가 있어 통제하지 않습니까?
거버먼트가 뭘 하느냐 이겁니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미국은 기축 화폐라는 이점이 있어 인플레이션 걱정 없이 화폐를 마구 찍어도 됩니다. 찍어도 미국 내에서만 머물지 않고 다른 나라로 다 흘러나가니까요.
미국 정부는 멋대로 할 수 있지만 전 세계는 사실 달러에 의해 지배되고 있습니다. 우리가 통화량에 대해 마치 완벽한 통제권을 갖는 것처럼 착각하는데 절대 아닙니다.
지금도 그렇지 않아요. 사실 우리나라 집값이 왜 올랐느냐 하면 미국의 통화 증가 때문이에요.
물론 문재인 대통령의 실정, 주택정책 실패도 있지만 전 세계가 다 올랐습니다. 미국이 양적 완화로 달러를 마구 찍어낸 것, 그것으로 인해 유동성이 늘어나고 금리가 떨어졌기 때문이죠.
미국 연방은행이 일반 은행에 자금을 확 풀어버리면 미국의 은행이나 투자은행들은 미국 내에서 그 돈을 다 투자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외국은행에 싸게 빌려주거든요.
한국의 은행들은 자금 조달을 싸게 할 수 있으니 금리가 내려가고요. 그럼 한국의 집값이 올라갈 수밖에 없는 거죠. 글로벌 한 경제에서 우리가 통화의 주권이라는 것은 거의 의미가 없습니다.
- 그렇다면 교수님이 보기에 비트코인이나 암호화폐는 계속 가는 것으로 보시는 거죠?
예. 계속 간다고 봅니다. 그러나 여러 불확실성이 있어요.
하나는 규제가 어느 정도 될 것인가예요. 중앙은행이 화폐 발행하면 만만찮은 경쟁이잖아요?
옛날 미국에 금본위 화폐 제도가 있을 때 루스벨트 대통령이 개인이 금을 소유하는 것을 금지한 적도 있었어요. 사실 화폐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해 벌어진 일이죠.
콜럼버스가 남미 페루에서 금을 지나치게 많이 가져온 게 사실 스페인 경제를 망쳤거든요. 통화증발 현상이 일어나 그랬죠.
정부가 통화정책에 대한 주도권을 뺏길 것 같아 그런 일이 발생합니다. 사람들이 공식 화폐를 덜 쓰고 중앙정부 화폐로서 암호화폐가 일반 금융의 중심이 되면 통화량을 조절하는 정부 기능은 어떻게 될 것인지, 또 나라마다 자기네 통화주권, 지금 시진핑이 마윈을 때리는 것처럼 통화 정책 권한이 없어지면 어떻게 될 것인가 하는 거예요.
또 하나는 지금 블록체인과 화폐가 계속 진화 중이라는 겁니다. 비트코인은 원조라서 사람들이 많이 투자했지만 지나치게 엄격한 암호나 보안 기능을 강조하니 채굴하는 데 시간이 너무 걸리고, 전기도 너무 많이 쓰는 등 실제 거래비용이 많이 들어요.
그러다 보니 이더리움과 같이 다른 어플리케이션을 많이 할 수 있게 됐고요. 하지만 이더리움도 느려요.
암호화폐들은 블록체인 기술과 같이 그래서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어요. 하루에도 여러 개가 새로 만들어지는 상황에서 만개가 넘는 화폐 중에 어느 것이 진짜 승자가 될 것인가가 관건이죠.
이거야말로 정부가 없는 아나키적인 질서가 만들어내는 불확실성이잖아요. 결국은 시장이 결정하게 될 텐데 기술이 아직 못 미치죠.
그러니까 이런 겁니다. 지금 스마트폰은 좋은 기술로 쓸만하지만 여기까지 오는데 몇 십 년이 걸렸는지 한번 생각해보시라는 거죠.
카폰부터, 벽돌 만한 것부터, 1980년대부터 만들어진 것이거든요?
2010년이 돼서야 비로소 성숙한 기술로 진화됐어요. 모든 기술은 상당히 오랫동안 진화하게 됩니다.
PC도 기술 진화에 따라 매번 새로 사야 됐잖아요. 그런데 암호화폐는 10년밖에 안 된 초기 기술이라는 거죠.
이 기술이 진화하고 성숙해 사람들이 신용카드보다 모바일보다 코인으로 직접 주는 게 더 싸고 편하고 빠르게 되기까지는 아직 멀었다는 거죠. 아직도 기술이 미성숙하고 진화가 덜 됐다는 뜻입니다.
그 과정에서 누가 승자가 될지는 모르는 것이고요. 검색 사이트도 구글이 집권하기까지 승자가 계속 바뀌었잖아요. 그런 거죠. 안개가 자욱한데 어느 놈이 승자가 될 것인지 모른다는 것.
최근에 보면 초기에 비트코인 깔고 있던 블록체인에는 비트코인 외에는 다른 거래는 아무 것도 못하거든요? 반면에 이더리움은 거기에 아이디도 만들 수 있고, 스마트콘 트랙이라고 해서 웬만한 것은 다 집어넣을 수 있게 돼 있습니다.
게임도 만들고요. 그러다 보니 EIB(The European Investment Bank : 유럽투자은행)가 코인으로 채권을 만들겠다고 하니까 ‘그러면 이더리움이 베이스다’ 이렇게 된 거죠.
그래서 요새는 이더리움 블록체인이 베이스라고 해서 이더리움으로 다 몰려간 거예요. 약 1년 전만 해도 전체 시가 총액에서 비트코인이 60%를 넘었는데 금년 와서 이미 45%로 떨어졌습니다.
중앙은행이 만든다는 코인 따로 있고 은행연합체가 만드는 코인 따로 있고, 페이스북도 ‘리브라’라는 것을 만들어 스테이블 코인(Stablecoin)을 만들려고 했는데 안 됐죠. 페이스북이 만드는 순간 달러의 기축 화폐 지위가 흔들릴 수 있거든요.
35억 명이 리브라로 직접 주고받으면 전 세계 그야말로 글로벌 화폐가 되잖아요.
우리나라가 왜 김치 프리미엄이 있는가 하면 정부가 권한에도 없는 압력을 행사해서 은행들이 국제코인 거래를 못하게 막아 그렇습니다. 만약 자유롭게 풀어주면 미국에서 싸게 사서 한국 시장에 팔면 김치 프리미엄이란 게 없죠.
하지만 페이스북 유저끼리 주고받으면 중간에 막을 수 없잖아요. 글로벌 화폐가 되니까요. 페이스북이 리브라 만든다고 했을 때 미국 상원이 불러다 놓고 거의 반 협박했다고 합니다. 결국 페이스북이 손들고 리브라 콘서시움은 아무 것도 못하고 있고요. 그런 상황이기 때문에 규제권력과 시장과 코인 간에 또는 새로운 세대 간에 블록체인 거래 경쟁 긴장 관계에서 누가 승자가 될 것인가는 아무도 얘기할 수 없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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