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잘 팔리는 마법은 어떻게 일어날까?
[서평] 잘 팔리는 마법은 어떻게 일어날까?
  • 김민성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21.01.16 09:3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세계적 광고회사 오길비의 전설적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공개하는 마법을 만드는 기획과 마케팅의 연금술

맛없는 음료의 대명사 ‘레드불’은 어떻게 세계적인 히트작이 되었을까? 양도 적고 값도 비싼데다가 맛도 특이한 이 음료는 매년 60억 캔이나 팔려나간다. 대체 이유가 뭘까? 재료 단가가 몇백 원뿐인 스타벅스 커피를 사람들은 6,000원씩이나 내고 마신다. 대체 이유가 뭘까?

팔리지 않는 제품을 잘 팔고 싶은가? 남들과 같은 것을 팔아도 더 많은 매출을 올리고 싶은가? 소비자의 선택을 한 발 먼저 예측하고 싶은가? 사람들이 제품과 서비스를 구매하는 ‘진짜 이유’를 분석하고 기획에서 마케팅까지 연금술의 비밀을 밝힌 책 《잘 팔리는 마법은 어떻게 일어날까?》(원제: Alchemy)가 출간되었다.

이 책의 저자 로리 서덜랜드(Rory Sutherland)는 광고회사 오길비앤매더(Ogilvy&Mather)의 전설적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인간의 본성과 심리를 활용하는 ‘행동경제학 심리 마케팅’ 전문가다. 대니얼 카너먼과 리처드 탈러의 행동경제학 이론을 광고·마케팅 현장에 자유자재로 녹여내며 소비자 행동의 암호를 매혹적으로 풀어낸다. 경제학자와 심리학자가 보지 못한 실제 비즈니스 현장의 살아 있는 모습과 성공 사례, 논리를 벗어던진 황금 같은 아이디어를 누구보다 먼저 발견하도록 돕는 ‘사소하지만 결정적인’ 팁까지. ‘무엇을 기획하고, 어떻게 팔아야 할까’를 고민하는 모든 이에게 영감과 발상의 전환을 선사하는 최고의 마케팅 전략서다.

작은 카페를 운영하는 데서부터 직원 채용, 제품 디자인, 집 구하기, 고객의 불만을 잠재우기, 상사에게 덜 혼나기, 나아가서는 생태계 환경을 보호하고 공중보건을 개선하는 등 세상을 바꾸는 일에까지 황금을 만드는 연금술의 마법을 제시한다. 쉬지 않고 튀어나오며 즐거움을 주는 저자의 시니컬한 유머는 덤이다.

《잘 팔리는 마법은 어떻게 일어날까?》를 읽기 전에 이것부터 동의하고 넘어가자. ‘소비시장이 합리적으로 돌아간다는 착각을 버려라.’ 소비자의 의사결정에는 논리, 이성, 합리보다는 무의식과 심리학적 요인이 더 중요하게 작용한다. 사람들은 대개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해결책을 선호하지만, 때로 비합리적이고 비이성적인 방식이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가 된다.

구글, 다이슨, 우버, 레드불, 맥도날드, 애플, 스타벅스, 아마존 등 세계적 기업들은 하나같이 소비자의 비합리성에 주목한다. 고객들은 항상 자신이 합리적인 소비를 했다고 자신하지만 대개는 착각이다. 소비는 상당 부분 ‘무의식적으로’ 그리고 ‘충동적으로’ 일어난다. 애플이 신제품을 발표할 때마다 사람들이 밤새워 줄을 서는 이유다.

저자는 마케터가 흔히 저지르는 ‘망가진 쌍안경의 오류’를 지적한다. 쌍안경의 한쪽 렌즈는 ‘경제이론’, 다른 한쪽은 ‘시장조사’이다. 경제이론을 그대로 따르는 것과 소비자의 말을 그대로 믿는 것의 공통점은 사람들이 실제로 무엇을 하는지 관찰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이론과 말보다 사람들의 행동이 더 많은 진실을 알려주는데도 말이다. 망가진 쌍안경으로는 소비시장을 움직이는 의사결정의 ‘진짜 이유’를 제대로 볼 수가 없게 된다.

‘사람들은 왜 양치를 할까?’라는 질문에 ‘구강 건강을 위해서’라고 답한다면 이 책을 꼭 읽어야 한다. 줄무늬가 화려한 치약이나 향이 좋은 비누가 그렇지 않은 제품보다 월등히 잘 팔린다는 것이 힌트다. 사람들이 치약이나 비누를 사용하는 ‘진짜 이유’는 위생이 아니라 미용의 측면이 더 크다. 우리는 아이스크림을 먹고 난 뒤보다 데이트를 하기 전 양치를 더 열심히 하지 않던가.

이 책은 아주 간단한 발상의 전환으로 소비자의 의사결정을 좌우한 사례들을 소개하며 그것들을 하나의 법칙으로 모아 어떻게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지 알려준다. 로리 서덜랜드는 이것을 ‘연금술’이라 부른다. 연금술이란 본래 쓸모없는 재료로 황금을 만드는 비밀스러운 기술을 말하는데, 이 책에서는 ‘경제학자가 어느 부분에서 틀렸는지 알아내는 기술’을 가리킨다. 다시 말해 고전 경제이론이나 합리적 접근법의 관점에서는 쓸모없는 것으로 여겨졌던, 소비시장의 현실적인 면에서 황금 같은 아이디어를 찾아내는 방법이다.

① 지각의 오류를 현실로 만드는 마법

영국의 초콜릿 제조업체 캐드버리는 대표 상품인 초콜릿바 모양을 바꾸면서 곤욕을 치렀다. 각진 초콜릿을 둥글게 만들었을 뿐인데, 고객들은 맛이 바뀌었다면 불만을 쏟아냈다. 모양이 매끄러우면 같은 음식도 달게 느껴지는 지각의 오류 때문이었다.

보잉의 신모델인 ‘보잉 787 드림라이너’는 널찍하고 쾌적한 실내로 승객들에게 호평을 받았다. 조명과 압력, 습도의 적절한 조절이 승객들의 피로를 완화하게끔 설계되었다. 특히 다른 기종보다 넓은 출입구는 비행기에 탑승하기 전부터 승객들로 하여금 공간이 넓다고 느끼게 만든다. 사실 드림라이너의 내부는 보잉 777보다 41센티미터나 좁은데도 말이다.

② 플라시보 효과가 만드는 무의식 해킹의 마법

레드불은 플라시보 효과의 가장 성공적인 사례다. 비싸고, 이상한 맛이 나고, 한정된 용량으로 나오는 이 음료는 ‘진짜 강력한 효과’를 담고 있다는 암시를 준다. FDA는 동일한 칵테일에 각각 ‘보드카’ ‘과일주스’ ‘레드불’이라는 라벨을 붙여 사람들에게 마시게 하는 실험을 했다. 레드불 칵테일을 마신 사람들은 남들보다 더 빨리 취했다.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신 포도(Sour Grapes)〉로 유명한 와인 전문가 루디 커니아완은 ‘연금술사’의 재능을 썩 좋지 않은 쪽에 썼다. 그는 싸구려 와인을 몇 가지 섞은 뒤 고급 부르고뉴 와인 라벨을 붙여 팔았다. 그의 사기가 들통난 것은 와인 맛이 아니라 잘못된 라벨 때문이었다. 사실 와인 시장은 거대한 플라시보 시장이다.

③ 이름만 바꿨을 뿐인데 완판이 되는 마법

수백 년 동안 영국의 효자 수출품이었던 정어리는 현대에 들어 인기를 잃기 시작했다. 골머리를 앓던 영국 콘월 지방의 유통업자들은 지중해에서 인기 있는 프랑스산 사르딘(Sardine)과 정어리가 같은 생선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들은 곧바로 정어리의 이름을 ‘콘월산 사르딘’으로 바꿨다. 이내 콘월산 사르딘은 동이 났고, 영국의 정어리 산업은 다시 활기를 찾았다.

미국 캘리포니아의 하비 머드 칼리지에서는 ‘프로그래밍 입문’ 과목의 성비 불균형 해소를 과제로 삼았다. 여학생은 수강자의 10퍼센트밖에 되지 않았다. 해결책은 간단했다. 강의 제목을 ‘파이썬을 이용한 과학과 공학 문제의 창의적 해결’로 거창하게 바꾸고, 완전 초보 학생들을 ‘골드 그룹’으로 불러 자존감을 높였다. 곧 컴퓨터과학은 여학생들이 가장 선호하는 과목으로 거듭났다.

④ 고객을 불편하게 할수록 상품의 가치가 올라가는 마법

제과회사 베티 크로커는 물에 섞어서 굽기만 하면 케이크 분말을 출시했지만 아무도 그 제품을 사려고 하지 않았다. 만들기가 너무 쉬워서 속임수 같은 기분이 든다는 것이었다. 회사가 선택한 연금술은 ‘고객의 기여도를 올리기’였다. 케이크 분말에 물과 ‘계란’도 넣어야 한다고 홍보하자 판매량이 급증했다.

이케아에서 완제품 가구를 팔기 시작했다면 아마 진작에 망했을 것이다. 이케아 설립자인 잉바르 캄프라드는 가구의 구매와 조립에 들어가는 노력이 소비자가 느끼는 가치를 높여준다고 믿었다. “어떤 경우에도 이케아의 경험을 더 편리하게 만드는 방법을 제안한다면, 그 자리에서 해고다.”

현재 진행 중인 코로나 시대는 급속한 패러다임의 전환을 가져오고 있다. 그동안 주류였던 마케팅 전략을 고수해서는 ‘팔리지 않는’ 시대가 되었다. 이럴 때일수록 마케팅의 연금술은 더욱 빛을 발한다. 《잘 팔리는 마법은 어떻게 일어날까?》는 다른 어떤 마케팅 전략보다 현실의 변화에 대처할 수 있는 유연한 지침을 준다.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외부게재시 개인은 출처와 링크를 밝혀주시고, 언론사는 전문게재의 경우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