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논단] 한미동맹 기술동맹으로 진화해야
[미래논단] 한미동맹 기술동맹으로 진화해야
  • 박성현 미래한국 편집위원·전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원장
  • 승인 2020.09.29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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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연합 도하훈련 모습(주한미군). 한미동맹은 이제 기술동맹으로까지 발전되어야 한다.
한미연합 도하훈련 모습(주한미군). 한미동맹은 이제 기술동맹으로까지 발전되어야 한다.

한미동맹은 6·25전쟁이 끝난 1953년 한국과 미국이 체결한 상호방위조약이 기반이 돼 지난 67년간 한국 안보의 핵심축 역할을 했다.

그후 1973년 한미원자력협력협정을 맺어 미국이 한국의 원자력 기술 발전에 큰 도움을 줬다. 2007년에는 한미 자유무역협정을 맺어 한미 간에 경제협력이 본격화되었다. 또한 2016년에는 한미우주협력협정을 맺어 미국이 한국의 우주개발 기술의 발전에 기여한 바도 있다.

최근인 지난 6월 15일에는 한국은 미국, 유럽연합(EU), 독일, 일본, 캐나다, 호주 등 서방국가들과 함께 공동으로 ‘인공지능 글로벌 파트너십(GPAI)’ 협의체를 출범시켰다. 이 협의체에는 총 14개국이 참여하고 있으며 중국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 이를 통해 인공지능(AI) 분야에서 우리나라는 AI 선진국들로부터 AI 기술을 전수받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생긴 셈이다.

원자력 기술, 우주기술, AI 기술 등에서 가장 앞서가는 미국으로부터 이런 기술을 배워 과학기술 선진국의 문턱에 한국이 가까이 갈 수 있는 것은, 한국과 미국 간에 한미동맹에서 시작해 경제동맹으로 발전했고, 이는 우리나라의 경제 번영의 기초가 되었다.

우리나라는 경제발전으로 민주화의 길에 들어서면서 자유, 민주, 인권, 시장경제의 가치를 미국과 공유하는 ‘가치동맹’으로 진화해 온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한미동맹에서 안보, 경제 협력, 가치 공유 등은 서로 분리하기 힘든 한 묶음이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고위관리들이 한미동맹에 대해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 지난 9월 2일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한미관계가 어느 시점에서는 군사동맹과 냉전동맹을 탈피해 평화동맹으로 전환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고, 9월 3일 이수혁 주미 대사는 “안보의 관점에서 한미동맹에 기대고 있고, 경제협력의 관점에서 중국에 기대고 있다”고 말했다. 이 두 발언은 잘못된 이분법적 사고의 현실 인식에 바탕을 둔 것으로 심히 우려된다.

이인영 장관의 발언에서는 냉전동맹 대 평화동맹으로 나눠 한미동맹은 과거 냉전시대의 유물이고, 이제는 평화를 추구하는 평화동맹으로 가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수혁 대사의 발언은 안보동맹 대 경제동맹으로 나눠 미국과는 안보에서 중국과는 경제에서 동맹을 추진하는 것이 좋다는 의견으로 들린다.

이 고위관리들의 이분법적 인식은 잘못된 것이다. 한미동맹은 냉전시대의 냉전동맹을 넘어 안보동맹, 경제동맹, 가치동맹으로 진화하면서 발전하고 있으며 대한민국의 현재를 탄생시키는 데 절대적인 기여를 한 것이다.
 

조선 말기 정치 상황과 서양 과학기술 도입의 실패

중국은 우리와 가까이 있어 역사적으로 볼 때 한국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나라이다. 중국은 2003년부터 한국의 최대 수출국이 되었고 2007년부터 한국의 최대 수입국으로 부상하면서 수출입 측면에서 제일의 파트너이다. 수출액이 크다고 해서 미국을 제쳐놓고 중국에만 기댈 수는 없다.

한미동맹이 한국의 대외신인도에 미치는 영향이 크며 미국이 중국보다 앞서가는 원자력기술, 우주기술, AI 기술 등에서 우리가 미국으로부터 배울 것이 중국보다 월등히 많다. 또한 미국은 독일, 일본을 비롯해 서구 국가들과 깊은 관계에 있으므로 미국을 통해 이 국가들과의 유대관계를 돈독히 해서 우리의 국익추구와 글로벌 시장 확대에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현재 문재인 정부의 외교 정치는 미국과 중국이라는 G2 국가 사이에서 어정쩡한 자리매김을 하고 있다. 이런 상황은 조선조 말 고종 때와 유사한 측면이 있다. 고종 때 외교 문제를 살펴보자. 26대 조선의 임금으로 1863년 12세에 등극한 고종은 너무 어린 관계로 아버지 흥선대원군이 실권을 장악했다.

국제적 시각에 어두운 흥선대원군은 쇄국정책을 실시했고, 이로 인해 야기된 프랑스 함대에 의한 병인양요(丙寅洋擾, 1866), 천주교를 박해한 병인사옥(丙寅邪獄, 1866), 미국 함대에 의한 신미양요 (辛未洋擾, 1871) 등은, 서양 문물과 과학기술 도입을 배척한 고립정책으로, 급변하는 세계 정세 속에서 조선을 더 고립시키고 무력하게 만드는 결과를 자초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고종 초기에 일본은 명치유신(明治維新, 1867)을 단행해 근대국가로 가는 발돋움을 하기 시작했다. 명치유신은 일본이 700년간 내려오던 덕천막부의 권한을 정지시키고, 명치왕(明治王)에 의한 왕정복고를 이뤄 유신통치(維新統治)를 실시한 것을 말한다.

유신이란 혁신적 방법으로 국가를 통치하는 정치적 행위를 뜻한다. 일본은 이 당시 학제와 징병제를 혁신하고, 부국강병의 기치 아래 서구 열강 근대국가를 모델로 발전하는 새 시대를 열었던 것이다. 일본은 명치유신으로 근대적 통일국가가 형성되었고, 경제적으로 자본주의가 성립되었고, 사회적으로 근대화가 추진되면서 세계의 강대국으로 발전하게 되었다. 조선 말기에 한국과 일본은 너무나 대조되는 정반대의 길을 걸은 것이었다.

조선 말기에 일본처럼 서양의 과학기술 문명을 도입해 부국강병 할 수 있는 기회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고종 10년(1973년) 흥선대원군이 세도를 마감하고, 고종과 황후 민비가 실권을 장악하면서 쇄국정책을 버리고 개화정책을 펼쳤다. 1876년 일본과 강화도 조약을 체결함으로써 조선의 문호를 개방했다.

그러나 보수 유림층을 중심으로 위정척사(衛正斥邪)라는 개화 반대 저항운동이 거세게 일어나면서 개화정책은 좌절되었다. 위정척사는 그 당시 정학(正學)인 성리학과 정도(正道)인 성리학적 질서를 수호하고(위정), 성리학 이외의 모든 종교와 사상을 사학(邪學)으로 봐 배격하는(척사) 사회운동이다.

이 운동을 하는 정치세력을 위정척사파라고 불렀다. 위정척사운동은 개화운동에 대한 반발과 저항에서 시작되었으나, 위정척사파들은 서양세력을 무조건 배척하고, 앞서가고 있는 서양의 과학기술을 외면할 뿐, 조선의 미래를 내다보는 올바른 외교 정책과 과학기술 정책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했다.

조선은 이 당시 전통적 유교의 사농공상 사고, 부국강병 거부, 쇄국정책, 위정척사운동 등은 근대 서양 과학기술의 도입에 의한 국력의 신장을 막았다. 이로 인해 국력은 피폐되었고, 조선은 결국 근대 과학기술로 무장한 열강들의 침략 목표가 되었고, 결국에는 일제에 합병되는 경술국치(庚戌國恥)를 맞게 되었다.

미국 내에서 중국 앱 틱톡과 위챗 퇴출은 기술패권 경쟁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미국 내에서 중국 앱 틱톡과 위챗 퇴출은 기술패권 경쟁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조선 말기의 위정척사운동이 오늘날 우리에게 주는 교훈

위정척사파 활동이 있은 후 140여 년이 지난 지금 현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각종의 정책이 위정척사파의 이념과 상당이 유사한 측면이 있다. 19세기 위정척사파는 성리학 중심의 이상주의적 정신 우위 관념론이었다. 이들은 농본(農本) 사회를 중심으로 선진국의 과학기술력을 경시하면서 정신력만 단단하면 외세의 침략을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다.

현 정부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21세기 좌파는 현실 논리보다는 이상주의적 분배 중심의 이념적 가치에 대한 집착이 강하다. 위정척사파는 부국강병을 거부하면서 왕도(王道) 정치만 실현하면 국민이 잘 살고 국가가 건재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좌파는 국가의 경제성장보다는 노동 중심의 평등한 세상을 꿈꾸며 이로 인해 국민이 행복한 나라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당시 위정척사파는 서양 강국들의 선진 과학기술을 도입할 의사는 전혀 없었으며, 글로벌 정치의 흐름을 무시하고 과거와 현실에 안주하는 쇄국정책으로 이어지고, 중국 의존도가 컸다. 좌파도 글로벌 트렌드에 관심이 없고 국내 논리를 우선하면서 과거의 적폐청산에 집착하고 미래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이 없다.

좌파는 미국 주도 질서에 거부감을 보이면서 한반도 내부의 민족 공동체에 관심이 크고, 중국에 호의를 나타내고 있다. 위정척사파는 사농공상 관념에 집착하면서 일방적인 하향식 선비계층의 성리학 기본의 정치를 중시하고, 기술자나 장사꾼을 천대했다.

좌파도 정부의 주도적 역할을 중시하고, 전문가보다는 좌파 이념에 충실한 비전문가 관리들에 의해 국가경제와 산업을 이끌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기업들이 국부와 일자리 창출의 원동력이라는 사실을 애써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조선 말기와 현재는 140여년의 간극이 있지만 돌아가는 정치 상황은 유사한 측면이 많다. 위정척사파는 외국 오랑캐 세력에 맞서 순수한 우국충정으로 가득 차 그렇게 활동했을 것이다. 오늘날 좌파도 나라와 국민을 위하는 마음은 진실한 것으로 믿는다.

다만 부국강병을 통해 선진국으로 발전하고 국민이 자유롭게 잘사는 길은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질서를 지키고, 전문가를 우대하며 기업이 힘껏 뛰도록 환경을 조성해 줘야 한다는 점을, 좌파가 스스로의 편협한 이념에 갇혀 굳이 외면하고 있다는 점이다.

조선 말기 위정척사운동과 이론적으로 유사하게 한반도 내부에 갇힌 민족주의, 군사력 증대를 외면하는 부국강병 거부, 사농공상 관리 위주의 일방 하향식 정책, 중국에 의존하는 대륙정책과, 미국을 비롯한 서구 선진국들과 거리를 두려는 정책은 결국 국력을 약화시키고 미래의 강한 대한민국을 구축할 수 없다.

특히 지금과 같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4차 산업혁명에서 앞서가는 미국, 독일, 일본 등과 긴밀한 상호협력 관계를 유지하며 우리 스스로를 발전시키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우리는 과감한 개방정책을 통해 과학기술 진흥, 부국강병, 미래 선진국으로 가기 위한 국민의 단합된 결집력, 미국과 유럽 등 첨단 과학기술로 무장해 뛰어난 군사력을 가지고 있는 서구와의 긴밀한 협력과 소통 등으로 튼튼한 대한민국을 건설해 나가는 길만이 우리나라를 지키는 길이 될 것이다.
 

미중 간의 갈등과 미중 국력 비교

2018년 시작된 미중 무역전쟁은 기술패권전쟁으로 확대되고, 이념전쟁으로까지 번지는 양상이다. 우리나라는 미국과 중국 모두에 수출입에 의한 경제 의존도도 매우 크다. 최근에는 코로나로 더 격화되고 있는 미중 충돌의 파고를 한국이 국가 차원에서 어떻게 헤쳐 나갈지 어려움에 처해 있다.

미국은 지난 9월 15일 미국 기술을 활용해 제조한 반도체는 국적을 불문하고 화웨이로 팔지 못하게 차단하는 미국 정부의 대화웨이 수출 규제를 발표했다. 세계 최대의 통신장비 업체인 중국의 화웨이는 연간 20조 원 이상의 반도체를 한국, 일본, 대만 등지의 반도체 업체(미국의 원천 기술을 활용해서 주로 제조함)에서 사지 않으면 스마트폰이나 5G 통신장비를 만들 수 없다.

중국의 대표 테크 기업 화웨이가 미국에 의해 몰락할 위기에 처하면서, 세계 최고의 테크 국가로 변신하고자 하는 중국의 ‘중국제조 2025’ 굴기가 암초를 만난 것이다. 이 규제로 우리나라의 반도체 생산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도 잠시 타격을 받겠지만 새로운 판로가 열릴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정부는 화웨이에 이어 지난 9월 20일부터 미국 기업들이 중국 최대 인터넷 기업인 텐센트와 거래를 금지시켰다. 텐센트의 주력 서비스인 위챗(wechat)도 미국에서 쓸 수 없도록 퇴출한다.

위챗은 카카오톡과 같은 스마트폰 메신저로, 한국으로 본다면 화웨이는 중국의 삼성전자이고, 텐센트는 네이버, 카카오와 엔씨소프트를 모두 합친 인터넷 공룡기업이다. 화웨이가 통신장비 하드웨어계의 중국 1위라면, 텐센트는 소프트웨어와 인터넷 분야의 중국 1위 기업이다.

미국이 텐센트와 거래를 금지시킨 이유는 미국인의 개인정보가 유출될 수 있다는 보안 문제지만, 실제로는 중국 테크 기업의 글로벌 진출을 막으려는 기술패권전쟁의 일환이라는 볼 수 있다. 위챗은 중국 내 이용자가 11억 명이고, 해외 이용자도 1억 명에 달하며, 위챗의 위챗페이라는 간편 결제 시스템은 글로벌 핀테크 시장의 강자이기도 하다.

위챗페이를 통해 중국인들은 공과금 납부, 배달 주문, 택시 호출 등 온갖 일상생활을 한다. 미국 기업들이 위챗을 사용하지 못하면 중국에서 비즈니스를 하는 미국 기업들(애플, 포드차, 월마트, 디즈니, 골드만삭스 등)도 중국인 소비자들과 거래가 어려워져 타격을 입을 것이다.

미국이 작심하고 중국 주요 테크 기업들의 제거 작전에 나서면서 미중 간에 기술패권전쟁이 가속화되는 와중에 우리 기업들이 혜택을 보기 시작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미국 1위 버라이즌에 5G 통신장비 공급을 확대하는 계약을 체결했고, 또한 파운드리 사업부가 IBM 엔비디아, 퀄컴으로부터 잇따라 수주에 성공하고 있다.

탈원전 정책으로 어려움에 처해 있는 두산중공업은 미국 원전 전문회사인 뉴스케일파워와 원자로 모듈 공급 계약은 맺은 것은, 중국이 원전 강국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을 견제하면서도 한국 원전 기술을 살리려는 미국의 배려로 생각할 수 있다. 또한 LG화학, 삼성SDI 등 국내 전기차 배터리 회사와 GM, 테슬라 등 미국 자동차 회사 간 거래 급증도 마찬가지 맥락이다.

미중 간에 기술패권전쟁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 것인가는 우리나라의 초미의 관심사이다. 현 시점에서 미중 간의 국력을 비교해 보자(<표 1> 참조). 이 표를 보면 중국이 미국에 비해 인구는 4.3배이나 국내총생산은 66%로 정도로 아직 대등하지 않으며, 1인당 국내총생산은 16% 수준이다.

전반적으로 군사력도 미국에 못 미친다. 그러나 중국은 과학 기술력에서 연구개발비가 미국과 비슷한 수준이고, 연구원수는 좀 더 많으며, 발표 논문수는 더 적으나, 논문수의 연평균 증가율이 13% 정도로 매우 높아 조만간 미국을 따라 잡을 기세이다.

그러면 언젠가는 중국이 미국을 따라잡을 것인가? 중국 내부의 평가를 살펴보자. 중국은 2016년에 발표한 ‘혁신주도형 발전전략 규획강요’에 의하면 2030년까지 미국 수준과 비숫한 ‘혁신형 국가 선두진입’을 목표로 하고, 2050년까지는 미국을 추월하는 가장 뛰어난 ‘과학기술혁신 강국으로 변신’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즉, 앞으로 30년 후에 미국을 추월하는 세계 제1의 강국 건설을 목표로 하고 있는 것이다.

한미동맹은 가치동맹에서 기술동맹으로 발전되어야

2018년부터 미중 간에 벌어진 무역전쟁은 중국을 어렵게 하고 있다. 미국은 중국이 ‘불공정 무역관행’만이 아니라 ‘지적 재산권 위반’, ‘기술이전 강요’ 등을 통해 미국의 기술패권에 도전하고 있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국은 현재 발전하고 있는 중국의 과학기술력이 급속히 크는 것을 방관하지 않겠다는 신호를 계속 보내고 있다.

과학기술 선진국인 독일, 프랑스, 영국 등도 중국을 경계하는 분위기가 싹트고 있다. 여기에 더해 코로나 사태는 한창 발전하는 중국 과학기술력의 모멘텀을 둔화시킬지도 모르는 형편이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미국과 유럽 국가들이 중국의 과학기술력 발전에 대해 비협조적으로 나가면 중국의 발전에는 상당한 제동이 걸릴 것이다. 중국이 희망하는 것과 같이, 10년 후 미국 기술력과 대등하게 되고, 30년 후 미국을 추월하는 세계 최강자가 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한국의 입장에서는 세계 최강국인 미국과 가치동맹을 강화하면서 우리의 헌법에 명시된 자유민주주의 사장경제 체제를 유지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고, 또한 더 나아가 이 가치동맹을 한미 기술동맹으로 승격시키는 것이 우리나라의 과학기술과 경제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다.

지난 8월 31일 미국은 미국·인도·일본·호주 4개국을 통합한 국제기구인 쿼드(Quad) 인도·태평양 국제기구를 출범할 뜻을 밝혔다. 나토가 주로 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한 다자 협력 기구라면 쿼드는 주로 미국이 주도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다자 협력 기구라고 볼 수 있다.

미국은 또한 쿼드 출범 이후 추가적으로 쿼드플러스(Quad Plus) 국가로 한국, 베트남, 뉴질랜드 등을 참여시킬 뜻을 비쳤다. 아직 우리 정부는 쿼드플러스 국가로의 참여를 제안 받은 적은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이런 제안이 올 경우 참여 여부에 대한 득실을 따져 긍정적으로 검토해 보는 것도 좋을 것으로 생각된다.

미국 내에서도 한국의 지정학적 입장을 이해하고, 한미가 가치동맹을 넘어 기술동맹으로 가는 것이 좋을 것이라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는 소식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미 브루킹스연구소는 한국이 미중 어느 한쪽을 선택해야 하는 입장을 이해하고, 한국의 압박감을 경감시킬 방안을 미국이 모색해야 한다는 보고서를 냈다.

헤리티지재단은 한미 FTA 효용성 극대화와 함께 5G, 공공보건 및 생명과학, 에너지 연구 분야 등을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한미 협력 분야로 제시했다. 또한 미국외교협회(CFR)는 자율자동차, 인공지능 등 4차 산업혁명 기술 기준 제정에서 한미 협력을 제안했다.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다. 미국과 기술협력을 공고히 한다면 우리 산업에도 긍정적일 뿐만 아니라 우리 벤처 기업들이 실리콘밸리에 더 많이 진출할 수 있을 것이다.

조선 말기에 친중정책을 주장하면서 쇄국정책을 고수한 위정척사파가 문호를 국제적으로 개방하자는 개화파를 압도하면서 우리나라가 망국의 길을 걷게 되었다.

지금 우리는 조선 말기의 상황을 거울삼아 과학기술력에서 앞서가는 미국, 유럽연합 등과 협력을 강화하면서 나아가는 것이 우리나라의 미래 발전을 예약하는 길이다. 이 길을 가기 위해 우선적으로 한미동맹을 기술동맹의 차원으로 승화시킬 필요가 있다.

박성현

미래한국 편집위원·전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원장
노스캐롤라이나대 통계학 박사
서울대 통계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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