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 코로나 사태와 ‘복지 포퓰리즘’에 올인한 좌파의 손을 들어줬다. 여기에 김형오·이석연·김세연이 주도한 우파의 자기파괴적인 공천 실패도 크게 한몫을 했다. 이제 좌파 정권은 노골적으로 ‘친중 사대’와 ‘친북 지원’ 정책으로 질주할 것이다. 지난 코로나 사태에서 보듯이 중국이 한국을 동네 머슴처럼 생각하는데도 ‘친중 사대주의’가 도를 넘어 한국 경제가 함께 가야 할 세계 경제의 고리를 파괴하려고 할 것이다.
동시에 원래의 계획대로 대북경협과 남북연방 등을 추진하려 할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좌파 정권의 의도와는 무관하게 결국 절체절명의 위기에 있는 김정은 정권을 기사회생시켜 ‘베트남식 통일’ 구조에 보다 가까워지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한미동맹을 파괴하면서 ‘민족 우선’이라는 미명 하에 주한미군 철수 기반을 조성해 전작권 조기 추진 등을 통해 북한의 남조선 혁명전략의 목표 달성에 유리한 여건을 조성하게 될 것이다.
좌파 포퓰리즘의 달콤한 승리
경제적으로는 소득주도성장이란 경제 교과서에도 없는 무모한 경제실험을 더 강화할 것이다. 이로써 고용파괴, 내수감소, 투자부진, 성장 포기, 수출 급감, 양극화의 심화로 우리 경제를 벼랑 끝으로 몰고 갈 것이다. 2019년 경제성장률은 2.0%로 세계 평균(3%)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번 선거를 통해 포퓰리즘의 효과를 확인한 좌파는 대선 가도를 달리면서 더 이에 집착할 것이다. 좌파 정권의 유례없는 확장적 재정정책으로 나라 살림은 최대적자로 재정 건전성은 10년만에 최악을 기록했다. 국가채무는 GDP 대비 38.1%로 증가했고 국가부채는 1743조6000억 원으로 국민 1인당 1409만 원의 부채를 기록했다.(한국경제 2020.4.7) 문재인 케어로 2018년 약 20조 원이던 누적 적립금이 불과 1년만에 17조 원으로 감소해 건강보험 재정이 적자로 전환되었다. 이 속도라면 2030년이면 건강보험 재정이 파탄날 것이다.(사회정의를 바라는 전국교수 모임 2020.3.19)
여기에 ‘공수처법’을 동원해서 정권에 반대하는 또는 비판적인 인사들을 잠재우고 일부 국회의원들을 선거법 위반으로 또는 각종 비리 등으로 엮어 당선 취소 등의 강행 할 가능성이 높다.
4·15 선거에 졌다고 해서 너무 좌절만 하고 있으면 안 된다. 우파는 지리멸렬한 상태에서 대통합을 이루고 우파의 주요 진지들을 수복한 것만으로도 일단 교두보를 확보한 것으로 봐야 한다. 대선과 직결된 비례정당의 득표율도 좌파와의 차이가 거의 없다는 점도 공천 실패와 함께 고려해야 할 중요한 요소다. 이제부터 다시 탄탄한 대선 준비를 해야 한다. 그러면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 구대동존소이(求大同存小異)의 정신으로 다시 전열을 재정비해야 한다. 좌파는 ‘우파는 부패로 망하고 좌파는 분열로 망한다’고 말해 왔는데 현재 한국 상황은 그 반대로 가고 있다. 적을 앞에 두고 하나의 일관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적전분열 양상도 보이고 있다. 좌파와 우파의 차이는 명백하다. 목표지향적인 좌파는 설령 누가 잘못을 했더라도 철저히 지켜 주고 또 그것을 외곽에서 지원하는 수많은 진지들이 구축되어 있다. 반면 우파는 잘못을 하면 ‘합리적 지성’에 기반한 우파에게서 공격을 받고 또 좌파에게서도 공격을 받게 되어 재기불능 상태에 빠지게 된다.
좌파의 경우 ‘조국사태’에서 보듯이 아무리 비리가 많아도, ‘내가 조국이다’라고 방어막을 치면서 ‘쇼비니즘(Chauvinism)적 논리’로 대응한다. 좌파는 철저히 외곽을 방어하면서 우파에 대해서 ‘적폐 프레임’을 씌우고 다양한 방법으로 공격할 수 있는 수많은 진지들을 구축하고 있다. 좌파는 목표를 위해서는 어떤 수단과 방법들도 정당화한다. 이 정당화의 과정에서 좌파의 ‘이데올로거’들에 의해 신속하게 대항 논리가 제공된다.
둘째, ‘정치 논리적 전투력’을 가져야 한다. 우파는 정치적 논리가 치밀하지 못하고 ‘꼰대식’ 논리로 전투에 임하고 있다. 아직도 야성이 부족하다. 좌파정권이 뭐가 잘못되었는지를 적확한 논리로 공격하지 못한다. 좌파는 자신의 실정을 선전 선동으로 은폐하는 놀라운 기술이 가지고 있다.
가령 김대중 노무현 정권 당시 부동산정책의 실패로 가계부채가 급등했는데도 불구하고 그것이 마치 이명박 박근혜 정부 실책인 것처럼 호도하기도 했다. 당시 참여연대 등 좌파시민단체에서도 노무현 정권의 부동산정책 실패라고 밝힘에도 불구하고 이를 유연하게 회피하는 데 놀라운 재능이 있음을 보여줬다.
정치지형의 변화에 따른 ‘전략적 유연성’이 필수
코로나 사태도 대만, 베트남 등의 성공적 사례는 외면하고, 유럽이나 미국 등에 대비해서 성공적으로 대처하는 것처럼 선전선동하고 동시에 ‘현금 살포방식’으로 국민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코로나 사태를 성공적으로 방어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이전의 정권들이 구축해 둔 의료보험제도와 의료시스템 덕분이었다. 또 중국발 미세먼지 사태로 한국과 중국의 마스크 생산이 급증했기 때문인데도 마치 좌파 정권의 성공인 것처럼 제대로 포장을 한 것이다.
셋째, 정치지형의 변화에 따른 ‘전략적 유연성’을 가져야 한다. 경우에 따라서 좌파는 마치 북한의 김정일 정권의 ‘구걸 외교’처럼, 이번 선거에서도 “선거에서 지면 문 대통령이 탄핵 당할 것”이라는 ‘구걸 전략’을 시도하기도 했는데, 이것은 좌파의 선거 전략이 매우 유연함을 보여 준다.
좌파는 이미 집토끼를 안정적으로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나머지 산토끼에 대해 ‘구걸 선동’을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집토끼가 자발적 역할을 못 하는 우파는 덩달아 같은 방식으로 선거 전략을 채택하더라도 효과적이지 못했다. 그래서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우파에 대해 ‘토착왜구’라는 이해 불가능한 막말을 쏟아 부어도 우파는 제대로 대응을 못했다. 이 같이 우파 내부에서는 판세를 정확하게 읽고 대처하는 능력과 기술이 부족하다. 진지가 없다면 없는 대로 방법과 기술을 개발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 점은 향후 대선에서도 매우 중요한 과제이다.
넷째, 좌파의 ‘세련된 포퓰리즘’을 함부로 따라 하는 것은 매우 위험할 수도 있기 때문에 신중하게 대처해야 한다. 왜냐하면 좌파의 ‘세련된 포퓰리즘’을 따라가다 가는 오히려 계속 ‘뒷북만 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고 집토끼도 이탈할 수도 있다. 이번 선거에서 좌파 포퓰리즘에 대한 맞대응 전략을 시도한 것은 의미가 있었지만 선거에서 패배했다는 것은 결국 국민들과의 소통에 성공하지 못했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다.
다섯째, ‘소비자는 옳다’는 정신으로 다시 돌아가야 한다. 만약 30~40대가 우파를 지지를 하지 않는다고 하면, 그 이유를 면밀히 분석해야 된다. 무엇보다 세계 정치가 대부분 ‘포퓰리즘의 늪’에 빠진 이상, 일단 ‘소비자는 무조건 옳다’는 관점에서 출발해야 한다. 30~40대의 정치적 성향이나 취향을 좀 더 면밀히 분석해야 하고 이들이 요구하는 바 즉 그들의 ‘니즈’에 대해 확실히 파악해야 한다.
좌파는 기본적으로 선전 선동의 전문가들이다. 그들은 정치 소비자가 무엇을 선호하는지 항상 연구하고 있다. 그러나 우파는 정치 소비자에 대한 분석도 제대로 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좌파 정권의 문제도 정치·경제·사회적 차원에서 입체적으로 분석하지 못하고 있다.
매력적인 ‘정치 상품’ 생산과 ‘정치 마케팅’ 연구
여섯째, 매력적인 ‘정치 상품’의 생산과 ‘정치 마케팅’을 연구하고 실행해야 한다. 정치도 하나의 상품이다. 우파는 정치 소비자가 원하는 상품을 생산하고 있지 못하다. 예를 들면 소득주도성장(소주성)에 대해서도 냉정히 봐야 한다. 소주성 자체는 경제를 퇴행시키고 성장 동력을 파괴하는 것이지만 기존의 노동자들에게는 큰 환영을 받고 있다. 이것은 이전의 구호에 거친 우파의 얼렁뚱땅 ‘근로조건 개선’식의 논리와는 차원이 다르다. 근로자가 원하는 환경을 만들고 꼼꼼하게 모니터링하면서 현장을 감시하고 있기 때문에 열렬한 환영을 받는 것이다.
좌파 정권 이후 기업의 ‘갑질 환경’은 급감했고 노동자들의 근무 조건도 크게 개선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파는 소주성을 오로지 거시경제적 측면에서의 분석에만 집중하고 있다. 우파는 소주성의 혜택을 보는 노동자보다는 소주성으로 인해 노동자가 되지 못한 더 많은 청장년 실업자들에게 초점을 맞춰야 한다.
예를 들어 ‘맛집’을 생각해보자. ‘맛집’으로 유명한 식당들이 모두 몸에 좋은 요리를 제공하는 것은 아니다. 또한 상당수의 ‘맛집’들은 ‘요리의 승리’라기 보다는 ‘마케팅의 승리’인 경우가 많다. 음식은 첫 번째는 몸에 좋은 것도 만들어야 하지만 맛있게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마케팅이다. 나아가 ‘왜 소비자는 좋은 음식을 선택하지 않은가’에 대해 불평할 것이 아니라 마케팅에 문제는 없는지를 살펴야 한다.
좌파가 제공하는 음식이 불량식품이라도 소비자들이 선호한다면 좌파의 소비자 기호에 대한 분석과 마케팅이 매우 효과적이라고 봐야 한다. 우파는 요리 전문가들만 모아 식당을 하는데도 불구하고 손님이 없다면 손님의 기호 분석과 마케팅 기법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맛집’은 특정 요리의 전문가들만으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동안 미래통합당의 여의도연구원은 그 많은 인재들을 거느리고 도대체 무엇을 했을까? 왜 그 많은 전문가 그룹들을 거느리면서도 정치 마케팅을 제대로 못 했을까? 황교안 대표가 단순히 ‘나라가 망하고 있다’라고 말하게 두서는 안 된다. 과거에 김대중은 한 마디를 할 때라도 반드시 수치와 통계를 들고 나왔다. 그래서 상대를 꼼짝 못하게 한 것이다.
우파는 편협한 특정 분야의 전문가들로만 구성되어 있는 현재 방식으로는 좌파를 이기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리고 많은 인원의 자문단을 두는 것보다도 핵심적 소수의 전문가들을 분야별로 구성해서 항상 전체 판세를 보면서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중앙 조직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이 중앙 조직은 어떤 상태에서라도 개별 국회의원들과 구성원들에게 효과적인 대항 논리를 제공해 적극적으로 대국민 설득에 나설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일곱째, 세련된 모습으로 변신해야 한다. 좌파가 3세대로 진화할 동안 우파는 여전히 1세대에 머물러 있다. 이번 선거를 계기로 우파는 정주영이나 이병철과 같은 이미지에서 탈피해서 보다 세련된 모습으로 변신해야 한다. 보수 2세대를 뛰어 넘어 3세대로 거듭나야 한다. 보수 1세대의 강점을 계승 하고 ‘신세대의 젊음’과 ‘세련미’를 갖춰야 한다. 더 유연하고 더 세련되고 능력이 있음을 성공적으로 증명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우파의 리더들은 멸사봉공(滅私奉公)의 정신으로 당선 가능성이 있는 후보에게로 통합해야 이길 수 있다. 자기의 소신이 아무리 옳다 해도 좌파와 같은 선공후사(先公後私)의 정신이 없으면 우파 분열만 초래하게 된다. 실제로 지난 대선에서도 반문 연대를 통한 후보 통합을 했으면 결과는 달라졌을 것이다.
보수 2세대를 뛰어넘어 3세대로 거듭나야
우파가 지금까지처럼 과거의 성공신화에 집착해 미래를 이끌어 가려고 하면 청장년 세대가 따라갈 리가 없다. 이것이 30-40대가 우파를 외면하는 큰 원인이기도 하다. 설령 좌파 정권이 호랑이 등에 올라타 위험한 곡예를 하더라도 그것을 30~40대는 새로운 세계에 도전한다는 이미지를 가질 수도 있다. 그동안 우파는 이에 상응하는 새로운 비전을 제대로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이제 ‘자유 대한민국’을 지킬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 ‘구대동존소이’의 정신으로 다시 돌아가야 한다. 이번 총선에서 보듯이 ‘돈키호테’식으로 ‘내가 4차 산업혁명과 벤처전문가’라든가 또는 ‘내가 보수 개혁의 리더’를 주장하면서 반문연대를 분열시키는 것은 오히려 좌파 정권을 돕는 일이다. 그런 소명의식이 있다면 ‘상해 임정의 문지기가 되겠다’는 백범의 정신이나 ‘백의종군’하는 이순신 장군의 구국의지로 꺼져가는 자유 대한민국의 불씨를 되살려야 한다.
김운회 미래한국 편집위원·동양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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