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무엇이 인간을 만드는가? 인간을 완성시키는 12가지 요소
[서평] 무엇이 인간을 만드는가? 인간을 완성시키는 12가지 요소
  • 김민성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20.03.21 11: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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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를 해서 얻는 것은 더 현명하고 나은 사람이 되는 것이다.”
현존하는 가장 영향력 있는 심리학자 제롬 케이건이 60년간 인간에 대해 연구하며 발견한 12가지 지식의 보고

저자  제롬 케이건은 미국심리학회 선정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심리학자 30인’에 속한 하버드대학교 심리학과 석좌교수이자, 하버드 정신-뇌-행동 학제간 연구소 소장을 지냈다.

하버드대학교 심리학과에서 인간 발달 연구를 시작했으며, 그의 연구 결과는 발달심리학의 교과서가 됐다. 미국 국립정신보건연구원과 국립연구위원회에서 일했으며, 미국심리학회에서 수여하는 ‘뛰어난 과학자상’을 받았고 미국의학한림원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400여 편에 달하는 논문과 2권의 교재, 15권의 책을 썼다. 국내 번역 출간된 책으로는 《성격의 발견》(2011), 《정서란 무엇인가》(2009)가 있다.

인간은 모두 다르다. 각기 다른 생김새만큼이나 다른 성격, 사고, 감정을 갖고 살아가고 있다. 이렇게 서로 다른 인간은 각자의 가족을 만들고, 사회를 구성하며, 특색 있는 문화권 안에서 다른 언어를 사용한다. 그리고 이런 사회는 또 인간에게 각기 다른 영향을 미치며 인간을 완성시켜 간다.

여기서 ‘완성’이란 완벽하게 만들어진다는 의미라기보다 어떤 결과물이 나오게 된다는 뜻이다. 그렇게 만들어진 나는 과연 어떤 인간일까. 나는 무엇으로 어떻게 완성되어 가고 있는 것일까. 이런 질문에 있어 정답이란 없을 것이다. 이 책은 그 질문에 대한 최소한의 해설집이다.

영어에서 “자유”는 하나의 단어로 충분하지만, 러시아에서의 “자유”는 상황에 따라 각기 다른 단어를 필요로 한다. 언어는 기본적으로 인간의 필요에 의해 만들어졌으며, 필요하지 않은 말은 도태된다. ‘언어’가 끊임없이 만들어지고, 사라지는 것은 사회적 가치의 변화에 따른 것이다. 언어와 마찬가지로 ‘지식’ 또한 탄생과 소멸이 반복된다. 많은 학자들은 각자의 분야에서 끊임없이 연구하고 있고, 새로운 연구 결과에 따라 과거의 연구가 현대에는 무용지물이 되기도 한다.

이런 가변적인 사회는 인간 생애의 ‘배경’이 된다. 똑같은 능력이 있는 여성일지라도, 여권 신장이 어느 정도 이루어진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과, 투표도 할 수 없었던 과거에 살았던 사람에게는 다른 평가와 활동범위가 만들어지기 쉽다. 이런 배경과 그에 따른 ‘사회적 지위’는 어떤 이들에게는 한 걸음 더 나아가기 위한 발판이 되고, 어떤 이들에게는 좌절과 절망으로 더 이상 도전하고 싶지 않게 하는 장벽이 된다.

이런 개인적인 차이를 ‘유전자’나 ‘뇌’로 설명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그것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 같은 유전자를 타고난 일란성 쌍둥이라 할지라도 각기 다른 삶을 살아가는 경우를 우리는 흔히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사회과학자들이 쉽게 범하는 오류는 이렇듯 특정 결과가 하나의 원인에서 비롯된다고 증명하고 싶어한다는 데 있다. 실제로 인간의 삶에는 수많은 변인들이 존재한다. 이런 변인들은 대부분 통제할 수 없는 것들이지만 통제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통제해서 나온 결과가 과연 현실적인 결과일까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가족’ 제도는 종족 보존의 필수요소인 양육을 위한 가장 적절한 형태로서 오래도록 유지돼 왔다. 하지만 현대에 와서 전통적인 가족의 형태에서 다양한 변형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런 이유로, 혹은 또 다른 이유로 어떤 사람은 폭력적이거나 강압적인 양부모 가정에서 자라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온화한 한부모 가정에서 자라며, 또 어떤 사람은 방임 속에서 자라기도 한다.

가정의 모양뿐 아니라 성장하면서 누구나 다양한 ‘경험’을 하게 되고, 이는 어떤 ‘교육’보다도 중요하다. 교육은 사회적 지위와 연관되기도 하고, 또 다른 경험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일이긴 하나 일정 시간에 정해진 장소에서 이루어지는 교육보다는 일상적으로 접하는 환경이 인간의 삶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따라서 그 역할과 책임은 단순히 부모와 학교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이웃과 사회와 국가에 있다.

그렇다면 폭력적이고 가난한 가정에서 학대당하며 자란 아이들은 모두 사회 부적응자로 자라게 될까? 그렇지 않다. 경험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상황을 받아들이는 각자의 사고에 달려 있다. 인간은 ‘예측’ 가능한 일 앞에서는 크게 흔들리지 않는다. 같은 상황에서도 그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가 결과를 바꿀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개인에 책임을 돌려도 된다는 건 절대 아니다. 인간에게는 ‘감정’이란 것이 있고, ‘도덕’적인 행동을 할 때는 남에게 보여주기 위해서라기보다 스스로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서인 경우가 많다. 이는 인간만이 지닌 의지의 힘이다. 1896년 미국 법원에서는 인종분리정책 학교가 합헌이었지만, 1954년에는 인종분리정책 학교가 위헌 판결을 받을 수 있었던 것도 대중의 의지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어떤 사실로서 도덕적 신념의 토대가 부당함을 증명해 보일 수 있지만 그것만으로 도덕적 태도를 키워내는 온실이 될 수는 없다. 이런 변화에는 각자의 정서가 중요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인간이라는 결과물이 나오는 데 있어 비단 이 12가지 요소만 작용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를 통해 잠시나마 나와 내가 살아가는 사회를 돌아보며 각자가 해야 할 일을 생각해볼 수 있다면, 결론도 낼 수 없는 연구를 한다는 주변의 타박을 받아가며, 60년간 인간 발달에 대해 지독하게 탐구해온 학자, 제롬 케이건의 연구는 결코 헛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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