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지영의 심리칼럼 - 나와 맞지 않는 사람과도 마음 편하게 지내는 법
송지영의 심리칼럼 - 나와 맞지 않는 사람과도 마음 편하게 지내는 법
  • 김민성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20.01.29 05: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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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정 연휴를 맞아 오랜만에 가족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다들 바쁘게 살다보니 이런 명절날 아니면 서로 얼굴보기가 쉽지 않다. 가족들이 모여 너무 즐겁기도 하지만 사람이 많아지면 항상 말도 많아지는 법이다. 명절 다음날 이모들이 모여앉아 막내삼촌의 여자친구에 대해서 이러쿵 저러쿵 이야기를 하기 시작한다.

나이가 50이 넘은 삼촌은 의식이 없는 노모 병수발을 수년째 해오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상황상 결혼을 못했다. 그런 삼촌에게 1년 전부터 진지하게 교재를 해오는 여자분이 있는데 삼촌과 동갑에 아이가 2명 있는 이혼녀였다. 팔이 안으로 굽는다더니, 삼촌도 딱히 좋은 조건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모들은 자기 동생을 세상에서 제일 착하고 괜찮은 남자로 여기며 삼촌 여자친구를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다.

지각심리학에서 맥락효과(context effect)라는 것이 있는데 이는 처음에 주어진 정보에 의하여 나중에 수용되는 정보의 맥락이 구성되고 처리방식이 결정된다는 것으로 사전에 긍정적 정보가 들어오면 후에 들어오는 정보도 긍정적으로 해석하려 하고, 반대의 경우 부정적으로 해석하려는 인식이 편향되는 효과이다. 사람들의 판단은 절대적이 아니라 상대적이며 앞선 정보에 영향을 받아 판단을 내리게 된다는 것이다.

프럼미 에듀 대표 송지영
프럼미 에듀 대표 송지영

만약 같은 부서에 평소 앙숙인 동료와 나와 쿵짝이 잘 맞는 동료가 있을 때, 회의시간 전혀 새로운 아이디어를 냈다고 한다면, 여러분들은 어떤 생각이 들 것 같은가? 나와 잘 맞는 동료에 대해서는 ‘와우! 정말 색다른 시각인데요~ 신선해요. 새롭게 변화를 주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라고 말해줄지 모른다.

그렇다면 평소 앙숙인 동료에 대해서는?? ‘아오. 짜증나....생각이 있는거야? 없는거야? 저렇게 현실성이 떨어지고 엉뚱하다니까!’ 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이처럼 어떠한 정보를 인식할 때 그 전에 먼저 입력된 정보에 의해서 맥락있게 우리는 치우진 주관적 해석을 하게 된다.

이모들도 그랬던 것 같다. 총각인 자기 동생의 결혼 상대가 자식이 2명인 이혼녀라는 사실이 마음에 안 들었던지 소소한 걸로 트집을 잡으며 서로 상상의 나래를 펼쳐갔다. 심지어 예쁜 것도 흠을 잡으며 성형수술을 다했을 것이라는 말에 난 실소를 금치 못했다. 이모들은 나에게도 동의를 구했지만 전혀 동의할 수 없었다. 오히려 난 노총각 삼촌을 구제해준 그 여자분께 꽃가마를 태워드려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왜? 같은 사람을 보고도 평가가 이렇게 엇갈릴까?

그 이유는 바로 ‘상대방에 대한 기대치’가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이모들은 자기 동생의 시누이에 대한 기대치가 나보다는 훨씬 높을 것이다. 무의식중 ‘이 정도는 되야지’하는 것들이 있을 것이고 그런 자신들의 기대치가 충족이 되지 못하니 눈에 안차고 마음에 안 들었던 것이다. 그러나 나는 삼촌 여자친구에 대한 기대치가 거의 없다. 따라서 기대치가 없는 만큼 상대에 대해 마음에 안든다거나 불만족하는 것이 없었던 것이다.

내 연인이, 내 배우자가, 내 동료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그 사람 자체의 문제이기 보다는 내가 상대방에게 가지고 있는 무의식중 기대치가 충족이 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마음에 안드는 상대방을 내가 바꿀 수는 없다. 내가 컨트롤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마음에 안드는 상대방을 보고도 ‘내 마음’이 조금 편해지려면 상대방에게 갖고 있던 내 기대치를 어느 정도 내려놓아야 한다. 내려놓으면 내려놓을수록 ‘내 마음’이 편해진다.

나는 털복숭이 고양이를 키우는데 집을 어지럽히고 털뭉치가 날아다닌다고 해서 화가 나지 않는다. 왜냐하면 고양이는 원래 그런 동물이지 고양이가 얌전하고 털도 안 빠질꺼라고는 전혀 기대하지 않기 때문이다. 누군가가 나와 맞지 않는 사람 때문에 현재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면 내가 그 사람에 대한 어떤 기대치가 있는지, 그것은 과연 합리적인 것인지 점검해 볼 일이다.

송지영

성균관대학교 언론정보대학원 커뮤니케이션 석사
현) 프럼미 에듀 대표
현) 한국교류분석연구원 연구위원
현) 한국도형심리상담학회 이사
현) 한국시니어플래너지도사협회 이사
저서 : 도형으로 보는 성격 이야기 (공저,2019,도서출판지선), 나를 찾는 여행! 액티브 시니어! (공저,2017,밥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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