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문제의 제기
김정은은 2017년 5월 10일 출범한 문재인 정부의 남북대화 제의를 무시했으나, 트럼프(Donald Trump) 대통령의 대북 군사조치 위협, 제재와 국제사회의 대북공조 압박에 2018년 1월 1일 신년사를 통해 대화에 응해 왔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은 세 차례 정상회담(2018. 4. 27, 5. 26, 9.18)을 개최하여 「4. 27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과 「9월 평양공동선언」과 「9. 19 남북군사 분야 합의서」를 발표하였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은 2018년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만나 「6. 12 미·북 공동성명」을 발표하고, 2019년 2월 27일~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다시 만나 합의사항 이행을 협의했으나 성과를 내지 못했다.
하노이 회담 실패 후 김정은은 지난 5월 4일과 5월 9일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시험 발사하였으나 트럼프 대통령이 트윗 제의를 하자 6월 30일 판문점 깜짝 회동에 응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을 김정은을 백악관으로 초청하고 마이크 폼페이오((Mike Pompeo) 국무장관 주도로 2~3주 후 실무 팀을 구성하여 비핵화 실무협상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6월 30일 판문점 깜짝 회동 후 96일 만인 9월 5일(현지 시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미·북한 간 비핵화 실무협상은 결렬되었다.
북한은 2019년 7월 25일부터 10월 31일까지 신형 단거리 미사일, 신형 대구경 방사포,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Submarine Launched Ballistic Missile) 등을 동해상으로 열 차례 시험 발사했다. 지난 5월의 2회를 포함하면 금년 들어 12회 미사일을 시험 발사했다.
북한 핵 폐기 협상에서 아무런 진전이 없는데도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에 기대를 거는 제스처를 하고 문재인 정부가 ‘평화 타령’을 하고 있는 가운데 한·미·일 간은 물론 유엔 안보리를 비롯한 국제사회의 대북공조 전열이 흐지부지해졌다.
북한이 9월 9일 이후 ‘새로운 계산법’을 갖고 와서 2019년 연말 이전에 미·북 정상회담을 하자고 거듭 미국 측에 요청하자 북한이 대화로 핵을 폐기하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정략적으로 ‘이벤트’ 성 정상회담이 개최되기를 바라는 분위기도 있다.
최근 국제정세와 비핵화 협상 동향을 평가한 후 북한 핵 폐기와 함께 국가안보와 자유민주주의체제를 지키고 통일을 위해 해야 할 바람직한 방안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II. 남북대화 시작한 1970년대와 다른 최근 국제 정세 동향
미국은 베트남 전쟁 종결과 소련의 팽창을 막기 위해 1970년 2월 닉슨 독트린을 발표하고 1979년 중국(당시 중공)과 수교하였다. 이 데탕트기에 남북한도 1970년 박정희 대통령의 「8·15 평화통일 구상 선언」 이후 1971년 남북대화를 개시하였다.
미국의 도움으로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 World Trade Organization)에 가입한 후 무역을 늘리고 세계의 공장이 된 중국은 G2의 일원으로 경제적으로, 군사적으로 미국에 도전하고 있다. 특히 2012년 11월 중국공산당 제18차 당 대회에서 총서기에 선출된 시진핑(習近平: Xi Jinping)은 2050년까지 사회주의 현대화 국가를 전면적으로 실현하는 중국몽(中國夢)을 제시했다. 2013년 시진핑은 1990년대 덩샤오핑(鄧小平: Deng Xiaoping)의 도광양회 (韜光養晦:‘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때를 기다리며 실력을 기르라 ) 지침 대신 주동작위(主動作爲: 내가 주가 되어 일을 도모하라) 지침을 내렸다.
시진핑의 중국몽과 주동작위 지침 하달 이후 중국은 경제력과 군사력을 꾸준히 팽창해 나가고 있다. 중국의 경제력은 미국 GDP의 70% 수준이 되었고 기술적 탈취에 능한 화웨이와 같은 다국적 기업의 세계적 진출을 통해 미국을 비롯한 서방 자유민주국가들을 위협하고 있다. 2017년 미국의 전체 적자 5,660억 달러 중 중국으로부터의 적자가 3,750억 달러에 달하자 미국은 2018년 3월 8일부터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도 3월 23일 미국제품에 대한 맞불 관세부과를 하여 예측 불가의 무역전쟁을 하고 있다.
지난 10월 11일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과 중국이 15개월간의 협상에서 ‘중요한 1단계 합의’에 이르렀다고 발표했으나 서명이 미루어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월 12일 다시 “미국과 중국 간 1단계 무역 합의가 조만간 이뤄질 수 있다”고 밝혔다. 2020년 재선 캠페인을 앞두고 민주당이 탄핵까지 추진하는 국내정치 위기에 몰린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요구해온 전면적 일괄 타결이 아니라 중국이 원했던 ‘스몰딜’에 가까운 결과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시진핑 주석도 홍콩의 민주화 운동, 급격한 경기둔화로 무역 협상에서 성과를 내고 싶었다. 미국과 중국의 필요에 의해서 봉합한 수준이기 때문에 무역전쟁은 휴전상태에 들어갈 것이다.
인도-태평양 정세의 또 하나의 특징은 중국의 군사력 팽창과 일대일로(一帶一路 , One belt, One road)와 이를 봉쇄하고자 하는 미국의 인도-태평양전략(Indo - Pacific Strategy)의 대결이라고 할 수 있다.
중국은 강화된 해군력으로 남중국해에서 미국 해군의 활동을 방해하거나 차단하려 하고 있고 태평양을 동서로 양분하려 하고 있다. 미국의 전략가들은 중국의 해양 전략을 A2/AD 전략, 즉 반접근·지역거부 전략(Anti Access Strategy or Access Denial Strategy)이라고 부르고 있다.
일대일로는 2013년 9월 시진핑 주석이 카자흐스탄의 나자르바예프대학 강연에서 내륙 실크로드 경제벨트를 구축해 공동 번영과 협력의 시대로 나아갈 것을 제안하고 같은 해 10월 인도네시아 국회 연설에서 해양 실크로드경제벨트를 구축하자고 제안하면서 서막이 열렸다. 한 달 후인 11월 제18회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 3차 전체회의에서 내륙 3개, 해상 2개 등 총 5개의 노선으로 된 일대일로 건설을 위한 각종 정책 시행이 결정되었다.
중국 왕이(王毅) 외교부장은 2019년 4월 말 126개국과 29개 국제기구와 일대일로 협력에 관한 각서를 교환했다고 밝혔다. 중국은 일대일로 구축 과정에 차관을 제공하여 채무국인 된 국가의 거점 항구(예: 스리랑카의 콜롬보 항)를 확보하여 바다를 장악하려는 진주목걸이 전략을 쓰고 있다.
일본 아베(安倍晋三) 총리는 2006년 말 관방장관 재임 시 자민당 총재 선거를 앞두고 쓴 『아름다운 나라로(美しい国へ)』에서 중국 견제를 위해 인도-태평양 전략 구상을 최초로 제시한 후 2012년 인도-태평양지역 내 미국-일본-인도-호주를 잇는 ‘민주·안보 다이아몬드 국가’ 간의 협력 필요성을 강조했다. 2013년 호주 국방백서에 최초로 ‘인도-태평양’ 개념이 사용되고 2017년 6월 미·인도 공동 성명에서 부각되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11월 6일 도쿄 미일정상회담에서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 전략(FOIP: Free and Open Indo-Pacific Strategy)’을 논의하고 11월 10일 ~ 11일 양일간 베트남 다낭 시에서 21개 APEC 회원국 정상들이 참석한 제25차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회의에서 이를 발표하였다.
인도-태평양전략은 2017년 발간된 NSS (National Security Strategy)와 2018년 초 발간된 NDS (National Defense Strategy)에서 지역 전략으로 공식화되고 동년 5월 태평양 사령부(USPACOM) 명칭도 인도-태평양사령부 (USINPACOM)로 변경되었다. 2019년 6월 1 일 국방성은 인도-태평양 전략 보고서 (IPSR: Indo-Pacific Strategy Report)를 발표하였다.
동 전략보고서는 두 번째 장에서 인도-태평양 지역의 전략 환경의 불안정 요소로 중국, 러시아, 북한, 테러리즘 등 초국가적 도전들을 명시했다. 미국은 동 전략보고서의 네 번째 장에서 미국의 군사적 준비태세의 강화, 법의 지배 등 미국의 가치를 공유하는 동맹국들과의 동맹 강화와 파트너십 확대를 강조하였다. 이어서 일본과의 동맹이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번영을 위한 파트너십의 초석(cornerstone)이며 한국과의 동맹은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한 핵심 축(linchpin)임을 강조하면서 한·미·일 동맹, 미·일·호주 동맹, 미·일·인도 3자 파트너십 등 다자간 군사·외교 협력을 긴밀히 할 것임을 밝혔다.
2019년 6월 1일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보고서 발표에 앞서 2018년 10월 4일 펜스(Mike Pence) 부통령은 제2의 대중국 냉전을 선포하였으며 10월 20일 트럼프 대통령은 1991년 이후 타이완 해협과 남중국해를 항해하는 미국 구축함과 괌을 사정권에 둔 중거리 지상발사 미사일을 집중 배치해 온 중국을 염두에 두고 31년 만에 러시아와의 중거리 핵전력 조약(INF: Intermediate-range Nuclear Forces)을 파기하고 2019년 8월 18일 캘리포니아주에서 지상발사형 순항미사일을 시험 발사했다.
인도-태평양지역에서는 중국과 미국이 무역 전쟁을 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의 군사력 평창과 이를 막으려는 미국, 일본, 인도, 오스트레일리아 중심의 인도-태평양 전략으로 대치하고 있는 한편 북한 핵 폐기를 위한 미·북한 간 대화와 남북한 관계개선을 위한 남북대화가 개시되었으나 진전이 없는 실정이다.
III.북한의 전사적 협상(Warrior Negotiation)에 기만당해온 북한 핵 폐기 협상
문제해결에 전쟁이나 무력이 수반되는 충돌보다 생명과 재산 희생이 적은 대화와 협상이 바람직하다. 일반 협상관은 상충되는 이해관계를 조정하여 합의를 모색하기 위하여 쌍방 간에 「주고」, 「받으면서」 교섭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은 협상을 “전쟁에서 얻지 못한 목표를 달성하려는 다른 형태의, 다른 수단에 의한 전쟁의 연속’ 또는 ‘제국주의에 대한 투쟁의 한 형태”로 간주하는 소련과 공산 중국의 특수 협상관을 따르고 있다.
일반 협상관에 입각한 서방권의 협상가들은 마치 무역업자나 가게 주인(mercantile or shopkeeper)처럼 협상 상대자를 흥정의 대상으로 대하나 특수 협상관으로 무장한 공산권 협상가들은 협상 상대자를 전쟁이나 전투에서 이겨야 할 적으로 보고 전사(warrior or heroic)처럼 협상하므로 양보나 타협을 하지 않는다.
김일성은 남북한이 처음 남북이산가족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적십자회담을 시작한 1971년 9월 25일 “적과의 협상과 대화는 긴장된 적을 해이시키고 전쟁 준비를 위하여 적보다 우세한 힘을 가질 시간을 벌고 국제 여론을 유리하게 이끌어 나가기 위해서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적을 공격해서 궁지에 몰아넣는 혁명의 적극적 공격형태”라고 지시하였다. 김정일도 2011년 ‘10·8 유훈’에서 “6자 회담을 우리의 핵을 없애는 회의가 아니라 우리의 핵을 인정받고 핵 보유를 전 세계에 공식화하는 회의로 만들어야 하며 제재를 푸는 회의를 해야 한다”고 지시하였다. 북한은 1992년부터 2019년까지 27년 동안 상대를 바꾸어 핵 폐기 협상을 하면서 핵무기를 개발할 시간을 벌어 2006년 10월 9일부터 2017년 9월 3일까지 여섯 차례 핵실험을 하였다.
북한은 2018년과 2019년 한국과 미국 대통령을 각기 만나 ‘조선반도의 완전한비핵화’를 합의하기 이전에 한국(1992. 1. 20), 국제원자력기구(IAEA: International Atomic Energy Agency, 1992. 4. 10), 미국(1993. 6. 11, 1994. 10. 21, 2000. 10. 12. 2012. 2. 29)과 6자회담(2005. 9. 19) 등 일곱 차례 북한 핵 폐기 합의를 하고, 2007. 2. 13 ~ 2008. 7. 12 개최된 6자회담에서는 합의사항 이행을 위해 북한 핵시설 폐쇄·봉인, 신고, 사찰을 통한 검증체제까지 구체적 합의를 3차례(2007. 2. 13, 2007. 10. 3, 2008. 7. 12) 하였다.
북한은 6자회담 때까지만 해도 북한 핵 폐기 합의 이행을 위한 첫 절차인 핵 시설 신고만큼은 하였으며 그 다음 절차인 사찰을 통한 검증을 하려 하면 매번 합의사항을 파기하고 대화를 중단시켰다. 그러나 2017년 9월 3일 수소폭탄 실험과 동년 11월 29일 화성-15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Inter Continental Ballistic Missile) 시험 발사 후 핵 무력 완성을 선포하면서부터 태도가 달라졌다. 2018년 7월 5일 ~ 7일 평양을 방문한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북한 핵 폐기의 첫 절차인 핵시설 신고를 주장하자 북한은 ‘강도적 비핵화 요구’라고 하면서 아예 핵시설 신고 자체를 거부하였다. 김정은이 2018년 한국과 세 차례(2018. 4. 27, 5. 26, 9.18) 정상회담, 2018년 6월 12일 싱가포르와 2019년 2월 27일~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미국과 두 차례 정상회담, 6월 30일 판문점 깜짝 회동에 이어 9월 5일 비핵화 실무협상에서 보인 추이를 보면 북한과의 협상을 통한 핵 폐기 가능성이 없음을 알 수 있다.
북한은 협상 테이블에서 비핵화를 말로만 할 뿐이고 행동에 옮길 생각이 없다. 2018년 4월 27일 남북한 간 판문점회담 후 문재인 정부는 북한이 1년 내 비핵화를 하겠다고 약속했다고 말했으며 동년 9월 6일 정의용 특사는 평양 방문 귀환 후 김정은이 2021년 1월 만료되는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 내에 비핵화 실현을 하겠다고 말했음을 밝혔다.
북한과의 협상을 통한 핵 폐기 가능성이 없는 요인으로 ‘한반도(조선반도) 비핵화’ 개념에 대한 미국과 북한의 뚜렷한 해석 차이를 들지 않을 수 없다.
김정은이 선대의 유훈이라고 하는 ‘조선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는 주한 미군을 포함한 모든 군사적 위협의 제거와 북한 체제 안전이 보장되는 것을 전제하는 것이다. 이러하기 때문에 북한은 2018년「 6. 12 미·북 정상회담 공동성명」제1항에 새로운 미·북 관계 수립, 제2항에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체제 구축’, 제3항에 ‘조선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순으로 합의했다. 이 공동성명은 북한의 의도를 반영한 것으로 미국이나 한국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북한 핵 폐기와는 거리가 멀다.
문재인 정부는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가 되돌릴 수 없을 만큼 확고하다고 하면서 ‘완전한 비핵화’ 개념을 분명히 하지 않은 채 합의문 마지막 항에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한다는 공동의 목표를 확인하였다”라는 막연한 표현으로 된 2018년「4. 27 판문점선언」을 합의하고 후속 회담들에서도 북한 핵 폐기를 요구하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의 개념 충돌을 선도(先導)한 책임이 있다.
2019년 2월 27일~ 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있은 제2차 미·북 정상회담에서 미국과 북한은 북한 핵 폐기와 미국의 상응조치, 제재 완화를 둘러싼 이견(異見)을 좁히지 못하고 합의문을 채택하지 못했다.
하노이회담에서 김정은이 북한 내 핵시설 5곳 중 1~2곳만 폐기하고 2017년 9월 3일 실험한 수소폭탄 핵융합 원료 트리튬 시설을 은익하면서 핵무기를 제외한 모든 제재를 풀어달라고 요구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합의를 할 준비가 되지 않은 것으로 보았다.
북한 이용호 외무상과 최선희 제1 부상은 3월 1일 김정은 위원장이 미국의 거래 방식, 거래 계산법에 대해 굉장히 의아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하면서 ‘영변 핵시설 폐기와 5건의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 해제를 맞바꾸자’는 자신들의 대미(對美) 제안이 현 단계에 가장 큰 보폭의 비핵화 조치라고 하면서 미국 측의 상응조치와 양보가 없으면 새로운 길을 찾겠다는 입장을 표시했다.
김정은은 2019년 4월 12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국가의 근본 이익인 핵 무장력을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분명히 하면서 미·북 정상회담에 대해서는 2019년 말까지 인내심을 갖고 미국의 용단을 기다려 볼 것이라고 말했다.
6월 30일 판문점 깜짝 회동 후 70여일이 지난 9월 9일 북한 최선희 외무성 부상은 “미국과 9월 하순 경 합의되는 시간과 장소에서 미국 측과 마주 앉아 지금까지 논의해온 문제들을 포괄적으로 토의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최선희 부상은 김정은의 4월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을 상기시면서 “미국이 하노이회담 때와 같은 낡은 각본이 아닌 새로운 계산법을 갖고 나오지 않으면 북·미 사이의 거래는 그것으로 막을 내리게 될 수도 있다”고 경고하였다. 9월 16일 북한 외무성 미주국장은 “우리의 제도·안전을 불안하게 하고 발전을 방해하는 위협과 장애물들이 깨끗하게 의심할 여지없이 제거될 때에라야 비핵화도 논의할 수 있다”는 담화를 발표했다.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7월 22일 북한이 검증을 통한 완전한 비핵화를 하면 상응조치로 북한을 안심시키는 안전보장 조치들을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고 하면서 미국은 핵 없는 북한을 공격하지 않을 것이며 북한 주민들을 위한 더 밝은 미래를 보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동 장관은 9월 6일과 8일 북한이 비핵화 약속을 지키면 북한 체제 안전과 경제 발전을 보장하겠다고 강조했다.
9월 12일 국무부 대변인은 북한 측의 제3차 정상회담 개최 제의에 환영표시를 하면서도 폼페이 장관이 지난 해 7월 평양을 세 번째 방문했을 때 제시한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 final, fully verified denuclearization)’를 강조하고 9월 16일 트럼프 대통령과 폼페이 장관도 이를 재확인하였다.
북한 핵 폐기에 대한 미국과 북한의 입장은 확연히 다르다. 미국은 비핵화의 최종목표를 포함한 로드맵에 대해 포괄적 합의를 하고 각 단계 별 상응조치를 한다는 입장이다. 북한은 주한미군 철수와 미국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 중단을 비롯한 체제보장과 대북제재를 완화해야 비핵화를 논의하겠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김정은은 비핵화를 위한 미·북 협상에서 “6자회담이 북한 핵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핵 보유를 전 세계에 공식화하는 회의로 만들어야 하며 제재를 푸는 회의를 해야 한다”는 김정일의 6자 회담 지침을 고수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지난 2월 말 하노이 2차 미·북 정상회담이 ‘노 딜(no deal)로 끝난 후 약 8개월 만에, 지난 6월 30일 판문점 깜짝 회동 후 96일 만에 9월 5일(현지 시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미·북한 간에 비핵화 실무협상이 개최되었으나 오전 2시간, 오후 4시간 정도 회의 후 결렬되었다. 비핵화 실무 협상에서 보인 양측 입장은 지금까지의 입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
미 국무부 대변인은 미국 측은 2018년 6월 12일 「미·북 공동성명」 4개 조항을 이행하기 위한 ‘창의적이며 새로운 제안’을 내났다고 발표했다. 10월 7일자 『조선일보』 보도에 의하면 미국은 지난 달 미 실무 협상 팀도, 한국도 아닌 ‘제3의 채널’을 통해 영변 핵시설 폐기와 우라늄 농축 중단 등 이른바 ‘영변 +알파’를 대가로 북한의 핵심 수출 품목인 석탄과 섬유 수출 제재를 한시적으로 보류하는 방안을 제의했다.
그러나 북한 측 실무협상 대표 김명길 외무성 순회대사는 “미국이 빈손으로 협상에 나왔다”며 “역겨운 이번 협상 결렬의 책임이 미국에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북한이 풍계리 핵 실험장 폐기, 핵실험 및 ICBM 발사 중지 등 선제조치를 하였으나 미국은 추가제재, 한미 연합군사 훈련 지속, 전략자산 전개를 하였다면서 먼저 안전보장과 제재를 해제해야 비핵화 조치 논의에 들어갈 수 있다는 ‘새로운 계산법’을 재확인하였다.
지난 2월 말 하노이에서 영변 핵 시설 폐기와 유엔 안보리 제재 해제를 맞바꾸자고 한 북한 측 태도보다 후퇴하였다. 북한은 스웨덴의 2주 후 협상 재개 제의에 답을 하지 않으면서도 연말까지 대화 재개 여부는 미국이 북한이 요구하는 ‘새로운 계산법’을 받아 들이냐 여부에 달려 있다고 하면서 협상의 여지를 남겼다. 이제 북한은 핵보유국 입장에서 핵 폐기 대신 미국과 거래를 하고 있는 것으로 요약될 수 있다.
IV. 북한 핵 폐기를 위한 바람직한 한국의 정책들
북한이 2018년 한국과 미국을 상대로 대화를 시작한 이후 핵실험과 ICBM 시험 발사를 유예(모라토리엄)하고 있지만 상대방을 위협하는 핵 기술 개발을 계속하고 있다.
북한이 5월 이후 동해안 방향으로 시험 발사한 단거리 미사일들의 방향을 한국 방향으로 돌리면 한국 전역을 사정권에 둘 수 있으며, 2017년 2월과 5월 잇따라 시험 발사한 북극성 중거리 미사일을 일본 방향으로 돌리면 오키나와를 포함한 주일미군기지가 사정권에 있게 된다.
한반도 문제에 대한 북한·중국·러시아의 협력체제가 강화되고 있는 반면 8월 22일 한국 정부의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General Security of Military Information Agreement) 종료 발표이후 미국의 인도-태평양전략의 핵심인 한국·미국·일본 간 공조체제가 무너지고 한국과 미국 동맹 간에도 파열음이 들리고 있다.
북한이 핵 폐기에 응하도록 하는 대북 협상 행태, 군사적 및 외교정책 등에 대한 가장 바람직한 대책과 북한이 끝까지 핵 폐기를 하지 않을 경우 한국이 체제 생존을 위해 강구해야 할 최종해법을 제시해 본다.
1. 한국과 미국도 북한처럼 ‘전사적 협상 행태’로 대화를 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가 스스로 무장 해제를 하고 북한 지원을 못해서 초조해하는 모습을 보이니 북한이 핵 폐기에 응할 리가 없다. 오히려 북한은 ‘남조선이 북·미 대화를 중재한다니 오지랖이 넓다’, ‘삶은 소대가리가 웃을 일’ 등으로 조소와 모욕을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북한의 미사일 시험 발사들을 매우 정상적이라고 논평한 것은 북한의 무기고를 확장시킬 뿐이며 한미군사훈련이 돈 낭비라고 말한 것은 북한이 더 이상 핵 폐기에 응하지 않고 주한미군 철수 등 더 많은 요구를 할 동기를 불어넣을 뿐이다.
한국과 미국이 바라는 북한 핵 폐기를 합의문서의 첫 번째 항목에 두도록 의제 전투도 했어야 하며 서로 해석이 다른 ‘한반도(조선반도) 비핵화’의 뜻을 분명히 했어야 했다.
문재인 정부와 트럼프 정부가 김정은과 합의한 문건들은 지난 날 북한 핵 폐기를 위해 일곱 차례 합의했으나 이행되지 않은 문건들처럼 북한이 다시 핵무기와 미사일 기술 개발 고도화를 위한 시간을 버는 기만 협상에 이용될 가능성이 크다.
핵 폐기 의사가 전혀 없으면서도 김정은은 같은 ‘민족’임을 내세워 문재인 정부가 연방제 통일에 응하고 북한과 함께 미국에 대결할 것을 강요할 것이다. 김정은은 ‘조선반도 비핵화’에 대한 개념도 확인하지 않고 한·미 군사훈련 중단과 전략자산 불 전개 양보 카드를 낸 트럼프 대통령에게도 북한 핵 폐기가 아니라 주한 미군철수와 오끼나와 등 지역에 있는 전략자산 철거와 핵 군축 회담을 요구할 것이다.
이와 같이 미국과 한국은 북한이 전쟁에서 얻지 못한 것을 협상에서 얻으려고 하는 ‘전사’처럼 협상을 하고 있음을 명심하고 서방권의 무역업자나 가게 주인처럼 흥정하기 보다는 협상 상대자를 전쟁이나 전투에서 이겨야 할 적으로 보고 전사(warrior or heroic)처럼 협상을 해야 한다.
북한은 회담 의제, 회담 장소, 회담 시기 모두 북한이 회담에서 쟁취하려는 목표에 철저히 연결되어 있고 회담장에서는 양보와 타협을 하지 않는다. 북한과의 협상에서 성과를 거두려면 포용하면서 먼저 양보할 것이 아니라 분명한 입장을 정하고 끈질긴 압박으로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 내야 한다.
과거나 지금이나 한국과 미국의 양보와 타협하는 자세에 대해 북한은 또 다른 요구를 해왔으므로 부당한 요구를 하면 협상 계속에 연연하지 않고 결렬시켜도 좋다는 의사 표시를 하는 단호함이 필요하다. 북한이 미사일 발사시험을 하고 입에 담지 못하는 모욕적 비난을 해도 문재인 대통령이나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과 관계가 좋고 약속을 지킬 것이라고 확신한다면서 얼렁뚱땅할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북한 핵 폐기를 원하면 단호함이 필요하다.
과거 북한과의 협상 경험에 비추어 보면, 북한 측은 토의되고 있는 문제에 대한 상대방의 입장이 물러설 여지가 없이 단호하다고 판단하면 합의하였을 때와 합의를 하지 않았을 때의 이해득실을 계산하여 합의를 한 경우가 더 이익이 되면 전격적으로 태도를 바꾸어 상대방의 주장을 수용하였다.
북한은 ‘강도적 비핵화 요구’라고 하고 있지만, 미국과 한국은 핵 폐기 협상을 핵확산금지조약(NPT: Non Proliferation Treaty)과 국제원자력기구(IAEA) 체제의 일반적 핵 폐기 절차에 따라 핵무기·물질·시설 리스트 신고 → 사찰을 통한 검증 → 불능화 → 폐기 순의 로드맵으로 진행해야 한다.
한국은 북한 핵 폐기 협상에서 미·북한 간 협상의 중재자나 지원자가 아니라 1992년 1월 20일 남북한이 합의한 「한반도의 비핵화에 관한 공동선언」을 이행하기 위한 당사자가 되어야 한다. 문대통령이 김정은을 믿을 만큼 확신이 선다고 하니 북한이 핵을 전면 폐기하고 평화와 민족 공영을 위해 함께 나가자고 김정은을 설득해야 한다.
무력이 행사되지 않는 평화라는 가치는 누구라도 거부할 수 없으며 바라는 바이다. 남북한은 서로 중무장한 상태에서 총구를 겨누고 있다. 상당 기간 서로 신뢰할 수 있는 과정도 없다. 북한은 약속한 핵 폐기에도 응하지 않고 있다.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되려면 남과 북 사이에 서로를 공격하지 않는다는 신뢰가 오랜 기간 동안에 먼저 구축되어야 한다.
문대통령이 지난 9월 24일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말한 대로 남북한이 다시는 전쟁을 하지 않고 서로 안전을 보장하고 공동번영을 하기 위해서는 1975년 이래 발전하고 있는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Organization for Security and Cooperation in Europe)의 포괄적 안보협력(Comprehensive Security) 체제를 벤치마킹하여 대규모 군사훈련 사전 통보와 참관단 교환 등으로 상호 신뢰를 구축한 후 군축 순으로 군사적 긴장완화와 평화체제를 단계적으로 추진하여야 한다.
따라서 공중 감시·정찰, 해상훈련과 초기 남침 억지전력 활동을 포기하고 목숨 바쳐 지켜온 서해 북방한계선을 사실상 없앰으로써 한국 안보에 치명적이며 주한 미군 군사 활동에 제동을 건 「9. 19 남북군사 분야 합의서」는 추후 보완되지 않으면 철폐되어야 한다.
2. 북한의 대량살상 무기 사용을 억지하는 ‘공포의 균형’ 대책을 세워야 한다.
북한이 단거리 미사일 SCUD-B에 500kg 핵탄두를 탑재하여 서울 일원을 공격하는데 불과 몇 분이 걸리지 않는다. 북한이 지난 5월 이후 시험 발사한 신무기인 단거리 미사일 4종 세트를 섞어 쏘면 소형 전술핵에 맞먹는 효과가 있으며, 비행 궤적이 평탄해져서 기존의 탄도미사일 방어체계로 막는 것이 어렵다. 더욱이 한국 해군 이지스함은 북한이 금년 11 차례 미사일을 시험 발사했을 때 5 차례나 북한 미사일 추적에 실패했다.
북한이 지난 10월 2일 시험 발사한 SLBM은 최고 910㎞ 고각 발사 방식으로 발사되어 450㎞를 날아가 일본의 배타적 경제 수역(EEZ)인 시마네현 인근 바다에 떨어졌다. 2016년 8월 북극성 –1형, 2017년 2월 북극성 – 2형을 시험 발사했을 때와 사거리는 비슷했지만 이번 북극성 - 3형의 고도가 300㎞ 이상 높아진 것에 비추어 사거리가 최대 2,000km의 기존 북극성보다 훨씬 더 먼 거리를 비행할 수 있어 미국에게도 위협적이다.
한국이 북한 핵의 포로로 살지 않으려면 북한이 핵무기의 고도화와 투발수단을 완성한 후 실전배치를 한 현실에 맞는 근본대책을 세워야 한다. 한스 모겐소(Hans Morgenthau) 교수는 “다투는 두 나라 중 핵 위협을 받는 나라가 핵 반격 수단이 없으면 1945년 8월 미국의 히로시마, 나가사키 원폭 투하 후 일본처럼 완전 파괴되거나 무조건 항복이라는 두 가지 선택 밖에 없다”고 경고하였다.
이 경고에 따른 전략의 기본은 북한이 핵과 미사일로 한국을 공격을 하려고 할 때 자신들도 선제공격을 받거나 즉각 반격을 받아 절멸될 수 있다는 위협을 주는 ‘공포의 균형’에 의한 억지력으로 북한이 극단적 행동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한국은 ‘공포의 균형’을 갖추기 위해 독자의 힘으로 하든지 동맹국인 미국의 힘을 빌려야 한다. 먼저 한국은 북한 핵 위협에 대응할 수 있도록 스스로 힘을 기르는 적극 대책으로 국방부가 지난 8월 14일 핵·탄도미사일 위협에 대응하여 발표한 대로 탄두 무게를 2톤으로 늘린 현무 4와 사거리를 3,000km로 늘린 현무 3-D 순항미사일 개발을 포함한 ‘국방중기(2020~2024) 계획’을 차질 없이 추진해야 한다.
2019년 9월 3일 북한의 제5차 핵실험이후 9월 9일 국방부가 발표한 3축 타격체제(선제타격 위한 킬 체인, 한국형 미사일 방어의 다층화, 대량응징보복)도 조기 구축되어야 한다. 북한의 초기 핵 공격에 반격하기 위하여 한국 공군의 F35A 조기 실천 배치와 해군의 핵추진 잠수함에 의한 보복전력 확충도 시급하다.
절대 무기인 핵무기에는 핵무기로 대응해야 하므로 한미동맹 체제를 더욱 강화하여 B-1B, B-52, B-2 폭격기 등 전략무기의 순환 전개 및 항시 배치, 핵추진 항공모함의 제주해군 기지 정기 배치와 핵잠수함의 동해 순환 항해 등 북한 핵 대응 위주의 연합방위체제와 미국의 확장억제책(Extended Deterrence)이 적시성 있게 실행되도록 보다 구체화하는 협의를 해야 한다.
9월 5일 스톡홀름 실무협상 결렬 선언 후 북한 대표는 2019년 연말까지 대화 재개 여부는 미국이 북한의 안전과 발전을 위협하는 모든 제도적 장치들을 완전히 제거하고 실천으로 증명하는 ‘새로운 계산법’을 연말까지 가져오는 것 여부에 달려 있다고 하면서 북한이 핵 실험과 ICBM 시험발사 중지가 계속 유지되는지 여부도 전적으로 미국에게 달려 있다고 말했다.
최근 민주당 측이 제기한 탄핵 국면을 극복하고 2020년 대통령선거 재선을 위한 가시적 성과가 절실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2019년 들어 11차례 미사일 시험 발사를 해도 문재인 대통령과 같이 위협을 축소 평가하고 유엔 제재 대상이 아니라고 강변하면서 북한에 유화적 제스처를 보이고 있다. 영국, 프랑스, 독일, 폴란드, 벨기에, 에스토니아 등 6개국이 유엔 안보리에서 10월 8일 북한의 SLBM 시험발사를 규탄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할 때 미국이 수수방관한 것은 북한과의 대화 끈을 놓지 않으려는 속셈을 보인 것이다.
9월 20일 트럼프 대통령은 9월 10일 해임한 존 볼턴(John Robert Bolton) 국가안전보좌관이 주장한 리비아 모델(‘선 북한 핵 폐기, 후 보상’)이 아닌 ‘새로운 방식’이 좋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2020년 재선 캠페인에서 자랑할 만한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은 ‘새로운 방식’으로 2017년 취임 후의 최대 압박·관여 원칙과 단호함을 버리고, ‘완전한 비핵화’의 정의와 로드맵을 마련한 큰 틀에서 정교한 일정의 북한 핵 폐기를 위한 일괄 타결을 합의하지 않고, 또 검증을 통한 선 비핵화, 후 제재완화 원칙을 훼손하는 조급한 합의를 할 가능성이 있다.
또 미국과 북한이 하나씩 요구사항을 주고 받는 두~세 단계의 단계적 접근을 할 가능성이 있다. 미국·북한 간 대화에서 상호 연락사무소 설치, 종전선언, 평화협정 체결도 제기될 수 있을 것이다. 가장 우려되는 것으로 동맹을 경시하고 미국 국익 위주로 생각하는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앞으로 미국 본토를 위협하는 핵 실험과 ICBM 시험 발사를 하지 않을 것을 확약하면 현재까지 개발 보유한 북한의 핵무기를 인정하는 동결에 합의하는 중간 단계를 고려하는 경우이다.
이 새로운 방식은 이제까지 핵확산금지조약(NPT)과 국제원자력기구(IAEA) 체제의 일반적 핵 폐기 절차에 따라 지켜져 온 핵 무기와 시설 신고 → 사찰을 통한 검증 → 완전한 핵 폐기 절차와 크게 어긋난다. 미국이 중간 단계로 동결을 합의하려 하면 한국 정부는 국민과 일치 단결하여 동결 합의를 결사적으로 막아야 하며 여의치 않으면 전제조건으로 미국의 보다 강력한 확장억제책 선행을 적극 협의해야 한다.
동시에 한국은 NATO 식 전술핵무기 공유(독일, 벨기에 등 5개 동맹국의 미군기지에 전술핵 탄두 150-200여기를 배치하여 핵탄두는 미국이 보유·통제, 유사 시 NATO 해당국 전투기로 투하)와 미국의 양해 하 한국의 조건부 핵 무장(북한이 핵을 폐기하면 한국도 핵무장 추진 중단)을 미국과 긴밀히 협의해야 한다.
지난 5월 23일 워싱턴 미첼연구소 주최 세미나에서 피터 판타(Peter Fanta) 미국 국방성 핵 담당 부차관보가 전술핵의 한반도 배치 대안으로 핵무기 탑재가 가능한 해상 순항미사일 배치 검토 발언을 했고 지난 7월 25일 미 국방대학교에 발간된 보고서에서 한국, 일본과의 핵 공유 협정 검토가 제기된 것에 비추어 전술핵무기 재배치가 협의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고 있다.
스티브 비건(Stephen Biegun)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는 지난 9월 6일 미시간대 강연에서 미·북한 간 협상 실패 시 한국과 일본에서 핵무장론이 나올 것이라고 한 헨리 키신저(Henry Alfred Kissinger) 전 국무장관의 말을 소개했다. 같은 날 발간된 보고서에서 미 의회조사국도 북한의 핵개발로 미국의 핵 억지력에 대한 신뢰가 낮아질 경우 한국과 일본이 자체 핵무장의 필요를 느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미국 내 움직임에 비추어 미국의 양해 하 한국의 조건부 핵무장 추진이 비현실적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한국은 조건부 핵무장 추진이 (1) 북한이 남북한 간과 미·북한 간 대화에 진정으로 나오도록 유도할 수 있고, (2) 한국과 일본의 핵 무장에 민감한 중국이 북한 핵 폐기에 적극적 역할을 하도록 하고, (3)북한의 대남 도발을 억지하여 중국・인도 간, 인도・파키스탄 간처럼 한반도 정세를 안정시키고, (4) 북한이 미국 본토와 주일 미군 기지를 위협하지 못하도록 견제하는 역할을 할 것이며, (5)미·중 간 패권 경쟁 시대에 중국의 주한미군 타격을 억제할 수 있고, (6)미국의 대북 군사옵션보다 피해와 경비가 적고 북한 핵 무력을 대응하는데 훨씬 효과적일 것이라는 논리로 미국을 설득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미국 측이 주한 미군 방위비 분담금을 이전보다 5배 오른 50억 달러(약 5조 8,000억 원)를 한국 정부에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도하 언론에 보도되고 있다. 차제에 한국에 대한 미국의 안보 족쇄 해제를 협의해야 한다. 북한과 일본은 고체 로켓을 자유로이 만들고 있지만 한국은 한·미 미사일 지침에 의거, 사거리가 800km로 제한되어 있고 액체 로켓만 쓰도록 제한하고 있다. 또 한·미 원자력협정에 의거, 매년 1만 6000 다발씩 나오는 사용후 핵연료도 재처리를 못하여 임시저장만 하고 있다. 일본이 보유하고 있는 농축·재처리 권한도 확보해야 한다.
동북아를 중심으로 한 국제 관계가 중·러·북 긴밀 유대와 미·일 동맹의 대결 구도로 되어 가고 있다. 북한의 절대지지 국가인 중국의 해군력 팽창으로한국의 서해는 중국 영해가 되어 가고 있다. 중·러 군용기들이 한국의 항공식별구역(KADIZ)를 무단 침범하고 있다.
그동안 한국은 국제정세 동향 변화를 잘 못 파악하여 북한의 대량살상무기에 의한 위협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인데도 핵심 안보 동맹국인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적극 참가하지 않고 이미(離美)·친중·반일·친북정책으로 안보 동맹과 자유라는 가치를 훼손하고 있어 시정이 시급하다.
2017년 7월 6일 시진핑 주석이 문 대통령에게 ‘중국과 북한이 혈맹“이라고 강조했음에도 10월 30일 한국정부 대표가 3불(사드 추가배치를 중단한다, 미국의 미사일방어체계에 참여하지 않는다, 한미일 군사동맹으로 발전하지 않는다)을 약속한 것은 스스로 안보와 동맹을 포기한 것이다.
한국 정부는 11월 22일까지 안보 공백을 초래할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반복하지 않을 경우 최악의 상황이 불어 닥칠 수 있다고 한 동맹 미국의 경고를 경시하지 않아야 한다. 미국은 지소미아는 한·일이 역사적 차이를 뒤로 하고 동북아 역내 안정과 안보를 최우선하고 있다는 분명한 메시지라고 강조하면서 문정부가 믿는 한미일 정보공유협정(TISA: Trilateral Information Sharing Arrangement)는 지소미아보다 제한적이고 미국의 협력 없이는 제대로 돌아갈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일 갈등 때문에 한국 안보의 한 축을 맡고 있는 미국과의 동맹을 해치지 않아야 한다.
3. 북한 핵 폐기 최후 해법으로 수령유일체제 붕괴를 통한 북한 민주화를 추진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실패한 좌파정부의 대북포용정책을 다시 추진하고 있다. 핵 폐기에 응하지 않고 있는 북한에 대한 포용 정책을 조정해야 한다.
남북한은 공개된 회담만 하더라도 1971년 8월 20일부터 2018년 12월 14일 현재 679회의 회담을 하고 268개의 합의서와 공동보도문을 생산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합의문들 중 일방적인 한국의 대북한 경제협력, 지원 및 교류, 2-3일 간의 이산가족 상봉, 일시적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운영을 제외하고는 초보적인 긴장완화와 신뢰구축 조치도 이행되지 않고 있다.
지난 날 남북한 간의 중요 합의서들은 북한 측이 주장하는 통일의 ‘일반원칙’과 한국 측이 제의한 교류·협력, 이산가족 상호 방문 내지 상봉 등 기능주의적 항목 순으로 구성되었다. 축제 분위기의 대화 개막 단계를 지나 합의사항 실천문제를 논의하는 단계에 이르면 통일의 ‘일반원칙’에 대하여 합의를 위하여 모호하게 남겨두었던 상이한 해석들이 적나라하게 제기되어 대화가 파탄되었다.
따라서 앞으로는 합의 조항에 대한 해석이 명확히 일치되지 않을 경우에는 합의서에 포함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더 이상 북한의 통일정책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는 ‘일반원칙’과 한국의 기능주의적 접근 순으로 된 합의서는 채택하지 않아야 한다. 서로 해석이 다를 가능성이 있는 ‘일반원칙’들을 포함하지 않은 1971년 12월 21일 조인된 동서독기본조약(전문, 본문 10개조와 부속 문서 18개항으로 구성)이 남북한 간 합의문서의 모델이 되어야 한다.
통일로 향하는 길에서 동·서독 사이에서 이루어진 여러 성취와 진전들은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정치적으로 민감한 이슈는 협상 테이블에 올리지 않고 합의할 수 있는 것부터 합의한다는 ‘작은 걸음 정책’을 표방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1961년 8월 13일 베를린 장벽 건설 때 서베를린 시장으로서 9월 5일 동독 내 인권 탄압과 고문, 협박 사례를 기록할 「잘츠기터 중앙인권침해기록보관소」를 연방 총리에게 제안하여 훗날 통일되면 범죄자로 기소할 증거 자료로 쓰자는 채찍을 주도한 빌리 브란트(Willy Brandt) 총리(1969. 10~1974. 5)가 편 대 동독 화해협력정책을 배워야 한다.
10월 23일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이 금강산 관광 지구를 시찰한 후 “보기만 해도 기분 나빠지는 너절한 남측 시설들을 싹 들어내라”는 지시를 했다고 보도했다. 세 차례 정상회담을 한 북한 수뇌가 우리나라 기업의 재산을 부수겠다고 공언하였는데도 문재인 정부 관계자는 “남북대화 숨통을 트일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하고 “한국이 아파하는 모습을 보고 미국이 제재를 풀도록 압박하는 전술”로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한 것이라고 하는 등 상식으로 전혀 이해가 되지 않는 논평을 했다.
자동차가 앞으로 나아가려면 두 수례바퀴가 동시에 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 이치와 같이 북한 핵 폐기,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완화와 평화정착과 함께 비정치 분야의 교류·협력의 두 수레바퀴가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북한 핵 폐기에 대하여 어떠한 진전도 없는데 개성공단 폐쇄를 풀고 금강산 관광 재개를 논의하는 것은 지금 한반도를 덮고 있는 엄혹한 안보 위기를 외면하는 것이다. 집에 불이 났는데 관광을 가는 사람이 있나?
케도(KEDO: Korea Energy Development Organization) 대표로서 2001년 8월부터 2년간 경수로건설단지인 함경남도 금호 지구에 상주하면서 북한 사회를 상세히 관찰한 김중근 전 인도대사도 한반도 문제의 최종해법은 북한 정권 붕괴만이 유일한 해법이라는 같은 결론을 주장하면서 심리전, 희망의 메시지 전달, 인권 문제제기, 대중문화 확산, 정보전, 참수작전 등 구체적 방법을 제시했다.
미국 수도에서 있은 제16차 북한자유주간 중인 지난 5월 3일 오찬에서 주한미군 특수전 사령부 출신 예비역 대령인 맥스웰(David Maxwell)은 “북한 내부로부터의 체제 변화(Regime Change) 전망”에 대하여 연설하면서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과 인간존엄 유린 행위를 종식시킬 방법은 북한공산세습독재체제가 사라지는 통일한국이 실현되는 것이라고 발표했다.
지난 5월 28일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 공사는 노르웨이에서 개최된 2019 오슬로 자유포럼에서 북한 주민들이 표면적으로는 정권에 충성하는 모습을 보이면서도 밤에는 북한 사회에 대중화되어 있는 휴대용 영상재생장치인 ‘노르텔’로 한국·미국 드라마를 몰래 보는 현상이 두드려지게 나타나고 있다고 하면서 “김정은은 20년 내 붕괴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북한 핵 실험, 미사일 시험 발사 등 대량살상무기 개발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고 북한 주민의 인권 개선을 압박하면서 북한 주민이 외부 세상을 알게 되어 의식 변화를 하도록 대북정보유입을 하는 것은 서서히 북한 수령유일지배 체제가 민주화가 되도록 변화시키는 세 가지 축이 될 것이다.
발표자는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가 미국과 중국을 축으로 신 냉전 구도로 바뀌었고 1992년부터 2017년까지 북한을 상대로 한 핵 폐기 협상들이 아무런 성과가 없었음을 평가하고 북한 핵 폐기를 위한 바람직한 정책들을 제시했다.
지난 27년간 북한과의 핵 폐기 협상 경험에 비추어 북한 핵 폐기가 협상을 통해 가능하지 않음을 알고 있음에도 기만당해 온 협상에 집착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한국도, 미국도 먼저 양보하면 북한도 양보할 것이라는 망상에서 깨어나야 한다. 핵탄두를 장착한 북한 미사일이 한국과 미국에 떨어지는 순간까지 북한이 속이는 협상에 나가자고 할 것인가?
북한을 바라보는 것에 몰입되어 있는 현 시점의 국내정치 구도에 비추어 이 논문에서 제시한 정책들, 즉 “(1)한국과 미국도 북한처럼 ‘전사적 협상 행태’로 대화를 해야 한다. (2)북한의 대량살상 무기 사용을 억지하는 ‘공포의 균형’ 대책을 세워야 한다. (3) 북한 핵 폐기 최후 해법으로 수령유일체제 붕괴를 통한 북한 민주화 추진해야 한다”가 관심을 끌고 채택될 여지가 적다.
그러나 오늘 발표한 내용이 여야 지도자들과 국민들이 단결하여 북한보다 50배가 되는 경제력을 바탕으로 자신감을 갖고 나라를 지키고 동맹국과 긴밀히 협조하여 북한의 대량살상무기를 억지할 근본대책을 세우면서 자유 민주 통일의 비전과 사명을 구현하는 토론 자료로 사용할 것을 희망한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이 2020년 대선 승리를 위해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위협이 미국까지 미치지 않을 것을 확보했다고 미국 유권자들에게 자랑하면서 북한 핵 폐기가 아니라 동결로 합의할 경우에 대비하여 발표자가 생각한 대미 여섯 가지 설득 논리를 여기 모인 외교, 안보, 정보전문가들이 더욱 보강하여 힘을 합쳐 국내외, 특히 미국 요로에 확산하는 노력을 함께 전개할 것을 제의한다.
송종환 경남대 석좌교수
서울대외교학과, 서울대대학원(정치학석사), 한양대대학원(정치학박사)
대통령비서실 외무부통일원담당행정관, 국가안전기획부 해외정보실장 駐미국 대사관 공사, 駐파키스탄 대사관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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