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대전환의 논리] 지역경제 살리려면 규제 ‘확’풀어야
[경제대전환의 논리] 지역경제 살리려면 규제 ‘확’풀어야
  • 한정석 미래한국 편집위원
  • 승인 2019.10.08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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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니 걱정을 해보지 않은 한국의 청년세대는 70년대 청계천이나 구로공단의 열악한 근로자들 사진에 경악한다. 비좁고 더러운 공장에 갇혀 하루 종일 일하는 어린 여공들과 근로자들의 모습은 영락없는 노예들이다. 소설과 영화 속에는 고향의 부모님과 동생, 오빠를 그리워하는 장면들이 등장한다.

70년대에 골치 아픈 사회적 문제 중에 하나는 시골 젊은이들의 ‘무작정 상경’이었다. 젊은 세대들은 의문이 든다. ‘도대체 왜 편안한 집을 놔두고 지옥 같은 도시로 몰려서 저런 고생을 자초할까?’ 답은 그 지옥 같은 공장의 도시가 평화로운 시골보다 낫기 때문이고, 그 나은 이유는 내일을 살아갈 수 있는 일자리와 문화와 교육의 기회가 있었기 때문이다. 같은 가난도 도시의 가난은 벗어날 기회를 찾을 수 있지만, 시골의 가난은 답이 없던 시절이었다.

최근 한국경제연구원이 공장 개수 기준 상위 30대/하위 30대 시군구 경제지표를 비교조사한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기업이 많은 지역일수록 경제 수준과 삶의 질, 모두가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조사에 의하면 공장수 상위 30대 지역의 GDRP(지역내총생산)평균은 17.5조원으로, 공장수 하위 30대 시군구보다 13.4배가 높았다. 눈에 띄는 것은 공장과 기업이 많은 지역일수록 그렇지 않은 지역에 비해 출생아 수가 17.6배, 혼인건수는 17.8배가 높다는 점이다.

사람들은 생활 형편이 미래에 지속적으로 더 나아질 것이라 생각되면 결혼이 늘고 출산도 늘어나게 된다. 그러면 의문이 든다. 대개 높은 실업률은 대도시에서 발생한다. 농촌에 비해 실업자가 넘치는 대도시의 삶이 어떻게 더 행복하다는 것일까. 그 대답은 취업자 수와 상용직의 비중을 보면 알 수 있다. 공장과 기업이 많은 상위 30대 지역의 취업자수는 그렇지 않은 30대 지역보다 16.8배가 높았고 상용직의 경우 13.7배가 높았다.

다시 말해 공장과 기업이 많은 지역일수록 실업도 많겠지만 고용의 기회와 고용의 질도 그 만큼 높다는 의미가 된다. 따라서 기업들의 투자가 늘고 있는 상황에서는 실업률이 높다고 해도 본질적인 문제가 아니다. 그 만큼 고용도 늘고 있기에 일자리 이동이 활발해지고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공장과 기업이 증가하고 있는 지역의 실업 상태는 무직 상태(out of jobs)가 아니라, 구직 상태(In between jobs)라 보는 것이 정확하다.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공장수 상·하위 30대 지역 평균 공장 수 차 222배

전국 247개의 시군구 지방자치단체 중 2018년 2분기 기준 등록 공장 수가 가장 많은 지역은 부천시(3339개)이고 다음으로 김해시(2476개), 인천 서구(1870개), 안양시(1835개) 순으로 나타났다. 상위 30대 시군구의 평균 공장 수는 1200개, 하위 30대 시군구의 평균 공장 수는 5.4개로 222배 차가 났다.

항목별로 살펴보면 상위 30대 지역의 GRDP는 하위 30대 지역 대비 13.4배 높았다. 인구수는 13.4배, 출생아수는 17.6배, 혼인건수는 17.8배 높았다. 상위 30대 시군구의 평균 재정자립도는 40.1%로 하위 30대인 14.3%보다 2.8배 높았고 상위 30대 시군구의 평균 사회복지예산 비중은 38.7%로 하위 30대인 15.7%보다 2.5배 높았다. 한편 상위 30대 시군구의 평균 GRDP는 17.5조 원으로 하위 30대 평균 GRDP인 1.3조 원에 비해 13.4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 측면에서는 상위 30대 시군구의 평균 상용직 비중은 77.8%로 하위 30대인 64.1%보다 13.7%p 높아 공장이 많은 지역의 직업 안정성이 높았다. 취업자수도 상위 30대 지역이 하위 30대 지역에 비해 16.8배 높았다. 반면 실업률은 공장수와 비례하여 상위 30대 시군구의 실업률은 4.0%로 하위 30대 시군구 실업률인 1.1%보다 2.9%p 높은 수준이었다. 고용률은 공장수와 반비례하여 상위 30대 시군구의 고용률은 59.7%로 하위 30대 시군구의 고용률인 70.3%보다 10.6%p 낮았다.
 

공장수와 주요 경제변수의 통계적 상관관계를 봐도 공장수가 지역경제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은 뚜렷이 나타난다. 취업자수, GRDP, 출생아수, 혼인건수, 재정자립도와 공장수의 상관계수는 0.4를 넘어 높은 상관성을 보였다. 공장수와 실업률의 상관계수는 0.51, 고용률과의 상관계수는 -34로 공장수와 고용 간 부정적인 관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앞서 지적한 것과 같이 지역의 사업체가 많아지고 도시화가 진행될수록 경제활동인구가 많아지고, 농촌에 비해 상대적으로 공장이 많은 도시에 15세 이상 인구 중 취업하지 않은 학생 등의 비율이 많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경제원의 이번 조사는 제조업의 기반이라고 할 수 있는 공장이 지역경제에 얼마나 큰 낙수효과를 가져오는지 실증적으로 밝혔다는 데 의미가 있다. 특히 공장이 GRDP, 재정자립도, 취업자수 등 경제적 측면뿐만 아니라 혼인건수, 출생아수, 사회복지예산 등 사회적 측면에서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에서 공장이 지역 내에서 갖는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유환익 한경연 혁신성장실장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공장을 유치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언급하면서 “지방의 공장 유치를 위해 규제개혁과 과감한 유인책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지역의 생산을 공장들이 담당하고 있다면 소비의 중요한 축을 담당하는 서비스 역시 지역경제를 이끌어 가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이 가운데 프랜차이즈라 불리는 가맹사업이 있다. 문제는 한국에서 이 가맹사업에 대한 규제가 미국보다 2배나 높다는 것이고 이 때문에 지역의 상권과 소비가 크게 제약을 받고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 가맹산업은 지속적 성장을 거듭 중이다. 산업부 조사에 따르면 2017년 기준 가맹본부는 4631개 가맹브랜드는 5741개로 2013년 대비 150% 이상 증가했다. 가맹산업의 전체 매출액은 119.7조 원이며 고용인원은 125.6만 명에 이른다.
 

외국은 규제보다는 자율적 거래관계를 기반으로 성장

외형적 성장이 무색하게 가맹본부들의 경영 상황은 그리 좋지 않다. 최근 3년을 기준으로 가맹본부의 평균 매출액과 당기순이익은 모두 감소했으며 부채는 증가했다. 또한 매출액 5억 미만의 가맹본부 비중은 50% 이상으로 나타났다.

주요 국가들과 비교할 때 우리나라의 가맹사업규제는 상당히 엄격하다. 독일, 영국, 프랑스의 경우 가맹사업을 규제하는 별도의 법률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일본도 가맹사업을 규제하기 위한 법률은 없고 가맹본부와 가맹점간 거래시 주의해야 할 사항을 정리한 ‘가이드라인’을 시행하고 있을 뿐이다. 다만 가맹사업의 종주국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에서는 오랜 전부터 가맹사업법이 운용되고 있다.

1970년 델라웨어와 1971년 캘리포니아를 시작으로 각 주에서 법률을 마련했고 1979년 연방 차원에서 Franchise Rule을 제정했다. 미국은 우리와 달리 민사적 해결을 기본으로 하며 규제도 과중하지 않다. 합리적인 법제도 아래 미국 가맹산업은 성숙기에 진입한 후에도 지속적으로 성장 중이다.

2018년 미국의 프랜차이즈협회 보고서(IFA)에 따르면 2017년 미국의 가맹산업성장률은 5.1%로 미국 GDP성장률 2.3%를 2배 이상 상회한다. 총매출은 약 7130억 달러로 한화로는 850조 원에 이르고 고용 인원은 788만 명이며 2018년에는 800만 명을 넘을 것으로 추정했다.

대다수의 국가에서는 ‘가맹사업법’ 자체가 없어 민사적으로 분쟁을 해결하거나 최소한의 규제만을 담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다만 미국은 프랜차이즈 종주국답게 체계적인 가맹사업법을 가지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의 조사에 의하면 미국과 우리나라의 가맹사업법을 비교해 보면 우리나라가 미국에 비해 규제가 2배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규모가 크다는 이유만으로 받는 대기업차별규제 법령에 188개

대한민국 국가 경제가 그 본질에 있어 지역경제의 총합이라면 어느 지역에 생산력이 높은 대기업이 들어서느냐는 문제는 그 지역경제에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 문제는 굳이 설명이 필요 없다. 현대중공업이 자리한 울산이나 포스코가 있는 포항의 지역경제가 다른 곳에 비해 월등히 높은 지역소득과 일자리 창출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증명한다. 문제는 이러한 대기업에 대한 차별과 규제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는 점이다.

법제처 자료를 바탕으로 한국경제연구원이 분석한 바에 의하면 현행 법령상 기업규모 기준으로 적용하는 ‘대기업차별규제’는 47개 법령에 188개 규제가 있다. 그 내용으로는 소유ㆍ지배구조 규제 65개, 영업규제 46개, 고용규제 26개 순이다. 여기에 중소기업이 글로벌 대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 9번의 규제 장벽을 넘어야 한다. 제2의 삼성이나 현대가 나올 수 없는 이유다. 또한 만들어진 지 20년 이상 된 낡은 규제가 약 40%에 이르고, 기업이 성장함에 따라 적용되는 규제 개수도 급격하게 증가한다.

법률별로 보면 금융지주회사법에 41개(21.8%), 공정거래법에 36개(19.1%)로 대기업차별규제가 가장 많았다. 금융지주회사법에서는 산업자본의 금융지주회사 지분취득 제한, 자ㆍ손자회사에 대한 지분율 규제, 금융사가 아닌 사업회사에 대한 투자금지 규제 등 금산분리 규제와 지주회사에 대한 행위 규제 등을 담고 있다.

공정거래법에서는 상호출자ㆍ순환출자 금지, 일감몰아주기 규제, 지주회사에 대한 행위규제, 금융사 보유금지 등을 규정하고 있다. 특히 금융지주회사법과 공정거래법에서 규정하는 엄격한 금산분리 규제는 산업과 금융의 융합을 통한 신산업 진출을 저해하는 투자 저해규제의 대표적인 사례로 언급되고 있다.

188개 대기업차별규제를 내용별로 분류한 결과 소유·지배구조 규제가 65개로 가장 많아 전체의 34.6%를 차지했다. 상법상 대주주 의결권 제한,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관련 규제, 금융지주회사법상 금융지주회사 관련 규제 등이 이에 속한다. 다음으로는 영업규제 24.5%(46개), 고용규제 13.8%(26개), 진입규제 10.6%(20개) 등이다.
 

9번의 규제 장벽 넘어야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 가능

자산총액 및 상시 근로자 수를 기준으로 기업이 성장하며 적용받을 수 있는 대기업차별규제의 개수를 분석했다. 그 결과 중소기업이 성장해 글로벌 대기업이라고 부를 수 있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이르기까지 9단계의 규제 장벽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기업의 자산총액이 5000억 원에 이르면 적용되는 규제 장벽의 높이가 한층 높아진다. 자산총액 5000억 원 미만의 기업에는 30개 규제가 적용되었으나 자산총액이 5000억 원에 이르면 기존보다 81개 증가한 111개 규제 적용이 가능하다. 공정거래법과 금융지주회사법상 지주회사에 대한 규제, 중소기업기본법상 중소기업에서 벗어난 대기업 규제가 자산총액 5000억 원을 넘어서는 기업에 적용되기 때문이다.

대규모 기업집단에 지정되는 경우 적용 가능한 규제의 개수가 크게 늘어난다. 기업집단의 규모가 자산 5조 원인 공시대상기업집단에 지정되는 경우 11개, 자산 10조 원인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지정되는 경우 무려 47개의 추가적인 규제가 적용될 수 있다. 공정거래법상 상호출자 금지, 채무보증 해소, 순환출자 금지 등 대기업 집단 규제뿐만 아니라 신문법, 방송법, 은행법, 인터넷방송법 등에 따른 관련 기업의 지분 취득 제한과 같은 진입 규제, 하도급법상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소속 회사는 무조건 원사업자로 보거나, 하청업자라도 하도급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등의 규제가 추가로 적용된다.

법령 제정 연도를 기준으로 대기업차별규제는 평균 16.4년 된 것으로 나타났다. 30년 이상 된 낡은 규제는 17개(9.0%)로, 그 중 10개가 공정거래법상 규제이며 모두 대기업집단 지정제도와 관련된 것이다. 대규모 기업집단 지정 조항 등은 1986년에 제정되어 무려 34년이 된 가장 오래된 규제이다. 20~30년 된 규제는 55개로 전체의 29.3%이고, 10~20년 된 규제가 79개로 전체의 42.0%로 양적으로 가장 많았다. 따라서 20년 이상 된 규제는 72개로 전체의 38.3%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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