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호 사장이 약속한 MBC ‘비상경영’, 임원은 예외?
최승호 사장이 약속한 MBC ‘비상경영’, 임원은 예외?
  • 미래한국 편집부
  • 승인 2019.07.29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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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노동조합 “절감 액수 턱없이 못 미쳐…직원은 비상경영하고 임원은 정상경영 하나” 비판

MBC의 지난해 영업적자가 역대 최고 액수인 1237억 원을 기록한 가운데 비상경영 방안을 방문진에 보고한 최승호 사장에 대해 “절감하겠다는 액수가 적자 예상액에 턱없이 못 미친다”는 내부 비판이 29일 제기됐다.

앞서 최승호 사장은 지난 25일 방문진 이사회에서 경영악화 요인 가운데 하나로 전(前)정부의 차별적인 지상파 규제라고 주장하는 등 “남 탓도 불치병 수준”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MBC노동조합은 이날 산하 뉴스모니터 ‘공감터’ 56호를 통해 최 사장이 “절감하겠다는 액수가 적자 예상액에 턱없이 못 미치는데다, 그 내용도 경영진에 기대했던 결의나 희생정신은 고사하고 절박한 회사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지조차 의심스러운 수준이었다”며 비판했다.

MBC노조는 또한 “최승호 사장은 부국장 자리를 폐지하고 파견직 직원들을 줄이겠다면서도, 임원들이 받는 혜택에 대해서는 언급도 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최승호 사장의 ‘비상경영 방안’에는 MBC 프로그램 곳곳에서 고액의 출연료를 받아가는 외부 인사들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면서, 경쟁력 없는 외부 인사 출연을 줄이고 사내 기자와 아나운서들을 출연시키라며 “최승호 사장의 지인이나 좌파 성향 활동가들에게 고액의 출연료를 챙겨줄 여유가 더 이상 MBC에게 없다”고 지적했다.

최승호 MBC 사장
최승호 MBC 사장

- 이하 전문 -

[MBC노조 공감터 56호] 직원은 비상경영, 임원은 정상경영?

최승호 사장 등 경영진이 방송문화진흥회에 이른바 ‘비상경영 방안’을 보고했다고 한다. 주중 드라마 하나를 없애 135억 원, 인건비 등 제반 경비를 깎아 5억5천만 원의 지출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절감하겠다는 액수가 적자 예상액에 턱없이 못 미치는데다, 그 내용도 경영진에 기대했던 결의나 희생정신은 고사하고 절박한 회사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지조차 의심스러운 수준이었다.

최승호 사장은 부국장 자리를 폐지하고 파견직 직원들을 줄이겠다면서도, 임원들이 받는 혜택에 대해서는 언급도 하지 않았다. 현 경영진에게 크라이슬러를 되살린 아이아코카처럼 연봉 1원만 받겠다거나, 영업수지가 얼마 이상이면 나머지 연봉을 받겠다는 솔선수범은 바라기 과분한지 모른다. 그러나 매월 거액의 업무추진비 외에 추가로 받아가는 수백만 원씩의 현금은 현재 경영 상태에 대한 책임감을 조금이라도 느낀다면 임원들이 스스로 반납해야 하는 것 아닌가? 아니면 MBC노조가 요구했듯이 그 현금으로 무엇을 했는지 사용 내역이라도 밝혀야 옳다. 임원들이 월급 외에 용처 불명의 특활비를 파견직 직원의 인건비만큼 받아 챙기면서, 경영 개선하겠다며 파견직 일자리를 줄인다면 누가 이를 수긍하겠는가. 위기 상황의 경영진이라면 업무능력과 함께 자기 이익을 희생하는 리더십도 갖추어야 한다. 전쟁터에서 장수가 “나만 빼고 돌격”을 외친다면 어떻게 그 군대가 승리할 수 있겠는가.

최승호 사장의 ‘비상경영 방안’에는 MBC 프로그램 곳곳에서 고액의 출연료를 받아가는 외부 인사들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 명망가나 인기 연예인이 출연해 프로그램 경쟁력을 높이고 수익에 도움을 준다면 얼마나 고맙겠는가? 그러나 현실은 시청률과 광고 판매율이 한 자리 수 초반 대를 헤매는 프로그램들에 외부 인사가 나와 가뜩이나 굽은 MBC 허리를 휘게 만들고 있다. 그런 경쟁력 없는 외부 인사들 대신 월급 주는 회사 아나운서나 기자들을 출연시켜라. 12층 골방에 계약직 아나운서들이 있고, 2017년 파업에 참여 안 했다는 이유로 기자 수십 명이 1년 반째 방송에서 배제돼 있다. 최승호 사장의 지인이나 좌파 성향 활동가들에게 고액의 출연료를 챙겨줄 여유가 더 이상 MBC에게 없다.

최승호 사장은 ‘비상경영 방안’에서 시사교양 프로그램의 기획비를 줄이겠다고 밝혔다. 이것이 생색에 그치지 않고 프로그램 제작비 낭비를 막아 경영 개선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도록 추진하기를 촉구한다. 사실 회사 내에서는 각종 기획비와 회의비, 진행비, 섭외비가 과연 제작에 얼마나 필요한 경비인지 의구심이 많았다. 불필요한 지출을 막으려면 용도를 명확히 밝혀 사전허가를 받도록 하거나, 프로그램 제작비 내역을 공개해 회사 내 타부문의 검증과 동의를 받도록 하는 과감한 혁신이 필요하다. 그동안 관행적으로 써오던 비용에 통제를 받으면 제작진이 곤혹스럽겠지만, 그런 고통이 없이는 경영 개선을 이룰 수 없다.

MBC 재산은 MBC 직원들의 것이 아니다. 수십 년간 방송 독과점 시대에 국민들이 채널 두세 개를 돌려보며 겪은 불편과 인내로 인해 형성된 국민의 재산이다. 지금처럼 MBC가 천문학적 적자를 누적하면 국민이 나서 맡겨둔 재산을 돌려 달라 할 것이다. 그날이 다가오는 것 같아 두렵다.

2019년 7월 29일

MBC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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