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고통이 지나간 자리, 당신에겐 무엇이 남았나요?
[서평] 고통이 지나간 자리, 당신에겐 무엇이 남았나요?
  • 김민성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19.05.16 0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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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스티브 레더는 〈뉴스위크〉가 선정한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대 랍비 중 한 명으로, 로스앤젤레스 윌셔 불러바드 유대교 회당의 선임 랍비이다. 노스웨스턴 대학을 졸업하고 옥스퍼드 트리니티 칼리지에서 수학했으며, 이후 히브리연합대학에서 1986년 히브리문자 석사 학위를, 1987년 랍비 서품을 받은 다음 그곳에서 13년 동안 설교학을 가르쳤다. 퓰리처 상 수상 극작가 웬디 웨서스타인Wendy Wasserstein이 “스티브 레더는 우리가 현대의 현인에게서 구하는 모든 것을 갖춘 사람으로, 박식하고 자상한 데다 포용력이 있고 유머감각이 뛰어나다”고 극찬할 정도로, 그의 글과 강의는 종교를 뛰어넘어 대중에게 큰 감동과 위안을 안겨주고 있다.

CBS, ABC, NPR, PBS, FOX 등 여러 채널의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왔으며, 〈뉴욕 타임스〉 〈타임〉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빌리프넷닷컴Beliefnet.com〉 등의 매체에 글을 기고하고 있다. 미국 인기 드라마 〈웨스트 윙The West Wing〉의 한 에피소드에 사형 제도에 관한 그의 설교가 삽입되기도 했다. 흑인/유대인 담화 연구로 워싱턴 DC 종교행동센터에서 코블러 상Kovler Award을, 전미 유대인 언론인 협회에서 루이스 래퍼포트 우수 주석가 상을 받았다.

첫 저서 『범상한 것들의 비범한 속성The Extraordinary Nature of Ordinary Things』이 아마존 베스트셀러에 오른 데 이어, 『고통이 지나간 자리, 당신에겐 무엇이 남았나요?More Beautiful than Before』는 출간 즉시 첫 주에 아마존 베스트셀러 10위권 내에 진입하며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그 밖에 『돈으로 행복해지는 비결More Money than God 』을 썼다.
 


모든 삶에는 균열이 있다

스티브 레더는 로스앤젤레스의 유대교 회당에서 30년간 선임 랍비로 지내며 감정적, 육체적 고통에 처한 수천 명의 사람들을 상담해왔다. 그들은 업무상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구설에 오르기도 하고, 부부 간 갈등 끝에 이혼을 겪기도 한다. 본인이나 가족이 암에 걸려 아파하거나, 사랑하는 이를 땅에 묻고 무력감에 빠지는 이도 있다. 누구나 각자의 지옥을 지고 살아가는 것이다. 
저자 또한 그런 시련을 피할 수 없기는 마찬가지다.

질병으로 인한 통증 앞에서 철저히 무력해지고 무릎 꿇고 마는 자신의 모습을 목격하면서, 이전까지 누구보다 고통을 잘 이해한다고 생각했던 것이 자만이었음을 깨닫는다. 점점 더 많은 약에 의존하고, 피로와 자포자기, 우울, 두려움에 시달리고 ‘왜 하필 나야? 왜 하필 지금이야?’ 하고 원망하고, 그런 뒤 다시 치유되는 과정에서 비로소 균열 속에 드러나는 삶의 진실을 마주하게 된다. 나이, 뼈와 살, 쇠퇴, 한계, 그리고 우리는 모두 한낱 인간일 뿐이라는 단순한 사실 말이다. 

고통이 일깨워주는 진실 

이 책은 고통의 여정을 세 단계, 즉 감내, 치유, 성장으로 나누어 다룬다. 고통의 맹렬함과 고통이 안겨주는 해방감, 때로는 슬프고 때로는 위안을 주며 때로는 흉측하고 때로는 아름다운 고통의 진실, 그 가장 깊은 부분을 탐구한다. 고통을 미화하거나 무조건 배움의 대가로 여겨야 한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사실 많은 사람들이 절망의 시간을 겪으며 변화하곤 한다. 그 과정에서 산산이 부서지는가 하면, 균열을 딛고 더욱 단단한 삶을 일궈가기도 한다. 저자는 고통을 겪는 이들의 사연, 고대 우화, 과학적 통찰 등을 통해 절망의 시간 동안 우리 삶이 보다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이끈다. 

열네 살짜리 아들을 암으로 잃은 줄리는 추억이 가득한 집을 팔고 슬픔을 떨쳐내라는 친구들의 조언에도 불구하고, 집에 남아 마음껏 슬퍼하기로 결심한다. 고통은 바로 그 울음을 묵묵히 들어주는 집과도 같다. 애써 피하거나 서둘러 털어내는 게 아니라, 마주하고 충분히 아파해야 하는 것이다. 한편 고통은 삶의 무언가가 잘못되었다는 신호이자 삶의 균형을 되찾으라는 간청이기도 하다. 2009년 허드슨 강에 불시착한 비행기에 타고 있었던 릭은 삶의 마지막이라 생각했던 그 순간 오직 한 가지만 바랐다고 한다. 아이들이 크는 모습을 볼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이다. 이렇듯 삶을 뒤흔드는 커다란 위기를 겪는 동안 사람들은 새로운 시각, 새로운 우선순위를 받아들이고 자신과 타인의 삶을 더욱 소중히 여기며 살아가게 된다. 

어두운 밤에 희망은 시작된다 

저자는 고통을 마주하기란 무척 괴로운 일이지만, 우리 힘으로 어찌할 수 없음을 받아들일 때 비로소 진정한 치유의 순간을 맞이할 수 있다고 말한다. ‘왜 하필 나일까’ 하는 원망하는 마음을 버리고 ‘나라고 다르겠어’라며 상황을 마주하라는 것이다. 많은 종교에 무릎을 꿇거나 엎드려 몸을 낮추는 전통이 있는 이유는 세상이 나 자신을 위해 창조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 우리가 먼지와 재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기억하기 위함이다. 두 관점 사이의 팽팽한 장력이 진정한 지혜에 이르도록, 원망하는 마음을 버리고 고통을 마주할 수 있는 힘을 갖도록 우리를 이끌어준다. 

저자는 고통 받는 이들에게 이 말을 꼭 해주고 싶다고 말한다. “언제까지고 이렇게 괴롭지는 않을 거예요.” 하루가 가장 컴컴한 시간인 자정에서 시작해 밝아지는 것처럼, 고통의 시간을 보내고 나면 새로운 희망이 찾아오는 법이다. 큰 병이 걸려도, 해고 통지를 받아도, 주식이 폭락해도 우리 인생에 아직 충분한 회복의 시간이 남아 있다. 다만 저자는 당부한다. 각자의 지옥에서 빈손으로 빠져나오진 말라고, 고통이 남겨놓은 것으로 전보다 더 감미롭고 지혜로우며 아름다운 음악을 만들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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