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촛불의 나라, 우리는 행복한가?
[심층분석] 촛불의 나라, 우리는 행복한가?
  • 김운회 미래한국 편집위원·동양대 교수
  • 승인 2019.04.24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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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의 제논(Zenon)은 “날으는 화살은 날지 않는다”고 했다. 날으는 화살은 당연히 날아가겠지만 순간순간으로 보면 화살은 멈춰 있다는 것이다. 결국 화살을 쏘아도 과녁을 맞힐 수 없다는 것을 논리적으로 증명하려는 것이다. 즉 과녁을 향해 쏜 화살이 과녁에 도달하려면 반드시 중간 지점을 거쳐야 한다.

그리고 그 지점에서 또 중간 지점이 있고 또 그 지점에서 중간 지점이 있고 …. 이렇게 수많은 중간 지점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결국 화살은 과녁에 도달하지 못한다. 그런데도 화살을 쏘면 예외 없이 날아가고 과녁에 꽂히게 된다. 제논의 이론은 아름다울지는 몰라도 실제와는 거리가 멀다.

제논의 궤변은 이론이 가진 무서운 속성을 오히려 부각시킨다. 실체가 없는 허구를 마치 실체처럼 생생하게 묘사함으로써 대중을 현혹하는 것이다. ‘피라미드 판매술’과도 같다.
 

제논의 궤변과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

지난 4월 12일 문재인 대통령은 한미정상회담에 앞서 백악관 방명록에 “누구도 가지 못한 평화의 길, 위대한 한미동맹이 함께 갑니다”라고 썼다. 유달리 좌파 정권은 “누구도 가지 못한,” 또는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라는 말을 쉼 없이 쓰고 있다.

2017년 5월 10일 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제 가슴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를 만들겠다는 열정으로 뜨겁습니다. … 힘든 세월 국민들은 ‘이게 나라냐’고 물었습니다. … 오늘부터 나라를 나라답게 만드는 대통령이 되겠습니다”라고 강조했다. 나아가 한반도의 평화 정착을 위해서라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하고” 전국적으로 고르게 인사를 등용하여 능력과 적재적소를 인사의 대원칙으로 삼겠다고 했다. 경제 분야에서는 재벌 개혁에도 앞장서 정경유착이라는 단어가 완전히 사라질 것이라고 공언했다. 그래서 “문재인과 더불어민주당 정부에서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고 천명했다.

물론 우리는 지금까지 과거에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여러 사건들을 경험하고 있다.

한번도 가지 못한 소득주도 경제 파괴, 한번도 가지 못한 고용 대란의 ‘경제 국가비상사태(장하준)’, 미래의 베네수엘라를 연상시키는 한국 역사상 한번도 보지 못한 포퓰리즘 전성시대, 한번도 보지 못한 연금사회주의 시도, 한번도 보지 못한 탁월한 정치 쇼와 이벤트 정치, 한번도 보지 못한 부자 타락 관료, 문민정부 이후 한번도 본 적 없는 지역 편중 인사 등 이루 헤아릴 수 없는 일들을 경험하고 있다. 또 특정 사건(5·18)에 대한 비방금지법이라는 해괴한 법률이 발의되기도 하고 ‘가짜뉴스’를 잡는다고 온갖 소동들이 벌어지고 있다.

실상 ‘가짜뉴스’의 가장 큰 혜택을 본 것은 좌파 정권이 아닌가? 이른바 ‘촛불혁명’의 성공은 사악한 가짜뉴스들이 결정적이었다. 초기 대부분의 보도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포르노를 연상시키는 사생활의 문란함이나 주술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이른바 ‘세월호 7시간’에 대해 한국 언론은 정윤회를 엮어서 섹스 추문으로 포문을 열더니 정윤회의 행적이 밝혀지고 고영태가 등장하자, 고영태의 전력을 엮어서 음란한 엽색 행각으로 몰고 갔다.

그것도 여의치 못하자 ‘비아그라’와 연결 짓고 그것이 사실과 다르니 이제는 ‘성형용 프로포폴’로 마약 사범처럼 몰아갔다. 국회 청문회 증언으로 모두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 밝혀졌다. 결국 머리 손질을 가지고 또 물고 늘어졌다. 어떤 보이지 않는 세력에 의해 주도된 ‘언론 광풍(狂風)’이라고 밖에 설명할 수 없다.

그런데 2018년 좌파 정권은 ‘가짜뉴스’를 잡겠다고 팔을 걷어붙였다. 2018년 4월 명색이 기자(MBC) 출신인 박광온 의원(민주당)이 포털사이트 등에 ‘가짜뉴스’ 삭제 의무를 부여하는 ‘가짜 정보 유통 방지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를 어기면 매출액의 10% 이상의 금액이 과징금으로 부과된다. 마치 50년 전 언론에 대한 ‘긴급조치’처럼 들리기도 한다.

더욱 가관인 것은 입만 벙긋하면 ‘도덕’을 운운하는 좌파 정권의 주요 인맥의 ‘도덕불감증 수준’이다. 희한한 일이지만 좌파 정권에서 지명되거나 선임된 공직자들은 하나같이 ‘재테크의 달인’으로 적화통일이 되면 매우 위태로운 운명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 정권은 겉으로 보기에 한국 좌파에 대해 신뢰와 호의를 보이고 있지만, 소설 <순교자(김은국)>에서 보듯이, 세속적 목사들을 가차 없이 처형하는 매우 냉혈한 집단임을 한국 좌파들 특히 강남좌파나 귀족 노동좌파들은 모르고 있다.

오히려 이들 지명자들은 겉으로는 ‘진보’를 표방하면서 안으로는 돈벌이에만 혈안이 된 것이 분명해 보인다. 그러면서 기회주의적으로 좌우 두 체제에서 누릴 혜택을 다 누리고 싶은 모양이다. 이들은 오히려 자본주의 체제 수호의 선봉에 서야 하는 사람들이 분명해 보이는데 왜 체제 파괴적인 일에 몰두하고 있는지가 의아하다. 혹시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닐까? 어딘가 헤어나지 못할 수렁에 빠진 것일까?

문재인식 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나라. 매출 감소와 인건비 상승 여파로 올해 폐업한 편의점이 무려 1천900개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문재인식 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나라. 매출 감소와 인건비 상승 여파로 올해 폐업한 편의점이 무려 1천900개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 동안 우리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가장 심각한 사건은 김정은과 북한 수뇌들이 대한민국의 대통령에게 호통을 치듯 훈계한 것이다. 지난 해 10월 북한의 리선권(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이 한국 기업 총수들에게 마치 조폭의 두목처럼 “냉면이 목구멍으로 넘어가느냐”며 다그쳐 충격을 주더니, 올해 미북 관계의 ‘중재자’, ‘촉진자’를 하겠다는 문 대통령을 향해 김정은이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2019.4.12)에서 “오지랖 넓은 ‘중재자’, ‘촉진자’ 행세를 할 것이 아니라 민족의 일원으로서 제정신을 가지고 제가 할 소리는 당당히 하면서 민족의 이익을 옹호하는 당사자가 되어야 한다”고 일갈했다.

전성훈 전 통일연구원장은 “이 발언을 보면 북한이 한국을 더 이상 동등한 협상 파트너가 아니라, 아랫사람으로 깔아내려 본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김정은이 문 대통령에게 미국과 북한 중에 하나를 선택하라고 최후 통첩한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조선일보 2019.4.13).

실존주의자 카뮈(Camus)는 “사람들은 경험을 당한다. 경험을 당하고 나면, 사람은 유식해지는 것이 아니라 노련해진다”고 했다. 인간은 경험을 통해 옳고 그름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노련하게 세상에 적응하면서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위의 지명자들은 지식인으로서는 최악이지만 생활인으로서는 최상의 처세술을 보이고 있다. 그러면 문 대통령이 말하는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는 과연 무엇일까?

더불어민주당의 <대선공약집 최종본>을 통해 보면 그 주요 내용을 살필 수 있다. 먼저 좌파 정권의 나라는 이명박·박근혜 정권의 9년의 적폐를 청산한다는 것이고 각 분야별로 주요 정책들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들불의 나라, 촛불의 나라

좌파는 친일 청산을 바탕으로 과거 사회주의자들의 복권을 추진해 역사를 바로 세워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광범위한 좌파 진지들을 건설해왔고 매우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친일 청산의 정신적·실천적 지주는 동학운동이다(동학은 미완의 혁명이므로 운동이라고 보는 것이 맞다). 그래서 ‘동학 참가자 명예회복’이라는 어이없는 정치적 시도를 하고 있다. 1980년대 학생운동의 극성기에 김대중 등의 권유로 동학운동을 다룬 소설 <들불(유현종)>이 주요 권장도서가 되었고 이와 동시에 모택동의 ‘이농촌포위도시(以農村包圍都市 : 농촌으로 도시를 포위한다)’ 전략과 홍군의 게릴라 전술, 대민 8대 규칙은 누구도 거역할 수 없는 혁명 논리가 되었다.

필자도 여러 차례 현지 답사를 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동학농민운동 세력의 상당수가 나중에 친일단체인 일진회(一進會)에 참여하고 말았다. 동학운동을 진압했던 <뮤지컬 명성황후>의 영웅인 홍계훈, 안중근 의사의 부친인 안태훈 등은 모두 역적의 반열에 오를 상황이 되었다. 또 좌파가 보수 반동의 대명사로 부르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집안(부친이 동학의 접주)은 다시 좌파의 명문가로 탈바꿈하게 되었다.

동학운동은 반제국주의·반봉건 투쟁의 대표적인 민중운동이므로 운동의 연계성을 중시하는 좌파의 입장에서는 이 논리가 자연스럽게 1980년대 주사파 운동권의 중심논리인 ‘민족해방민중민주주의혁명론(NLPDR)’과 ‘신식민지 국가독점자본주의론’ 등으로 연결된다. 이 논리는 “우리의 운명을 우리가 결정한다”는 시대착오적인 논리가 되었고 이것은 그대로 북한의 정치논리와 일치하게 된다. 결국 논리의 귀결점은 김일성의 주체사상이었다.

1980년대 외형적으로 백가쟁명(百家爭鳴)의 다양했던 좌파운동의 흐름이 주사파에 의해 통일되었다. 주사파는 최대 학생운동단체인 ‘전대협’(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을 결성하고(1987), 북한의 대남혁명노선을 수용해 좌파운동을 주도했다. 그런데 이들이 현 좌파 정권의 중심 세력으로 포진하고 있으며 이들 가운데 그 누구도 북한을 공식적으로 비판하거나 전향했다는 증거는 없다.

더 이상 볼 수 없는 한미연합훈련 장면. 북한의 요구 그대로 한미연합훈련인 '키 리졸브 연습'은폐지되었다.
더 이상 볼 수 없는 한미연합훈련 장면. 북한의 요구 그대로 한미연합훈련인 '키 리졸브 연습'은 폐지되었다.

사회주의 특히 모택동주의가 아시아에 횡행하면서 혁명전쟁에는 심각한 문제가 대두된다. 전쟁의 과정에서 민간인들이 광범위하게 이용되었기 때문이다. 이전의 전쟁들은 민간인과는 무관하게 지배 계층들이나 귀족들 사이에 진행되었지만 수어지교(水魚之交)의 논리로 무장한 모택동의 혁명이론 이후 민간인의 희생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게 되었다. 한국의 공비 토벌전, 4·3폭동, 여순반란 사건, 대구 폭동 등은 물론이고 베트남 전쟁, 라틴아메리카의 해방전쟁 등에서 수많은 민간인이 학살되었다.

이것은 단순히 정부군만의 책임으로 봐서는 안 된다. 모택동주의 노선의 확산에 따른 필연적인 결과다. 그래서 무턱대고 상황에 대한 정확한 인식도 없이 정부를 공격하는 것은 좌파의 프레임일 수도 있다. 과거 일본의 전국시대(戰國時代) 때 일반 민중들은 도시락을 싸들고 산위에 올라가 전쟁을 구경하기도 했다.

좌파는 ‘반제국주의’라는 집단무의식으로 무장하고 있으며 이것은 자연스럽게 반미(反美)· 반일(反日)로 연결되고 아시아 좌파 혁명의 종주국인 중국에 대한 무한 신뢰를 가지면서 중국 혁명의 성공비결과 영웅담은 혁명운동의 약방의 감초가 되었다.

다만 문제는 반일과 관련한 재료들은 많고 다양하지만 반미는 복잡한 요소가 있기 때문에 ‘좀 더 지능적으로’ 미국에 대해 흠집을 낼 만한 각종 증거들들 찾고 유포하기에 여념이 없다. 반미에 대해서는 국민의 여론도 있으니 주로 ‘강펀치’보다는 ‘잽’을 위주로 하고 있다. 가령 미군 부대에서 흘러나온 유독 물질이 괴물을 만들었다는 영화도 한 예가 될 수 있다.
 

남북군사합의에 의해 폭파되는 남측 GP
남북군사합의에 의해 폭파되는 남측 GP

한번도 가지 못한 ‘노동자의 나라’

좌파 정부는 ‘노동 존중 사회의 실현’을 목표로 한다. 갑질 청산으로 경제민주화를 달성하고 성장동력이 넘치는 대한민국 건설한다는 것이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한국 좌파의 기저에 깔린 ‘협동조합주의(cooperatisme)’, 즉 협동조합운동을 통해 사회주의 사회를 실현한다는 사상을 알 필요가 있다. 협동조합주의 여러 면에서 혁명성이 약하고 자본주의에 온존하려는 ‘화해주의’의 성격이 짙지만 자본주의 세력이 워낙 강건한 현실 하에서 실현가능한 전술이다.

베네수엘라가 대표적인 모델인데 한국에서도 광범위하게 시도되고 있다. 물론 그람시의 ‘진지론’은 불가결한 전략 전술이고 일부 급진좌파들은 아직도 이미 사라져 버린 소비에트 러시아 혁명 모델에 천착하기도 한다. 특히 ‘생산협동조합’을 통한 사회주의의 실현은 한국 좌파가 꿈꾸는 주요한 테제다. 이를 통해 생산과 복지, 주체적인 노동가치의 실현 등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피터 마르쿠제(전 콜롬비아대 교수)는 생산협동조합을 ‘사회주의로 가는 교두보’(Monthly Review 2015.2.1)로 보고 있다.

베네수엘라나 한국 좌파들은 이 논리들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그래서 일단 공공기관부터 ‘노동이사제’를 도입하고 이를 발판으로 민간 기업으로 확산할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협동조합주의를 이데올로기의 근간으로 했던 베네수엘라는 사회주의가 한번도 가지 못했던 대참상으로 귀결되었다. 한때 라틴아메리카에서 가장 부유했던 베네수엘라가 이렇게 망가진 원인이 바로 협동조합주의를 기반한 사회주의적 개혁과 무분별한 인기영합의 포퓰리즘을 실행했기 때문이다.

세계 5위 산유국인 베네수엘라는 우고 차베스 대통령 집권 기간(1999~2013)에 석유 수출로 번 엄청난 돈을 무상 교육과 무상 의료 등 포퓰리즘 정책에 마구잡이로 탕진했다. 그 결과 경제 붕괴, 기아, 의료대란 등으로 ‘국민 94%의 빈민층’만 남겼다. 좌파 정권의 반(反)시장적 경제정책은 경제 파탄으로 직행하여 연 170만%라는 초(超)인플레이션을 초래했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먹을 것을 구하기 힘들어 국민의 평균 체중은 10kg 이상 줄었고, 전체 인구의 10%는 살기 위해 나라를 떠났다. 6년 만에 경제규모 3분의 1로 추락했고, 원유수출 감소, 불어나는 재정적자에 돈만 찍어내는 정부(재정적자 규모는 GDP의 37%, 187억 달러 외채), 상위 10%가 60%를 가져가는 극심한 양극화” 등으로 “세상의 종말을 보여주고 있다”고 한다(중앙일보 2019.4.4).
 

친일파가 청산된 나라, 친일청산이라는 전가의 보도

좌파가 꿈꾸는 나라는 친일파가 말끔히 청산된 조국이다. 이것은 다른 한편으로 친일 청산이 상대적으로 잘된 북한을 간접적으로 옹호하는 논리로 이용된다. 좌파는 프랑스의 나치 부역자 처단의 예를 들면서 친일 청산을 거론하지만 한국은 확연히 다르다. 프랑스가 나치 치하에 있었던 것은 불과 몇 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는 주로 테제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 동안의 각종 친일 소동(김희선, 신기남, 조기숙, 홍영표 등)에서 보듯이 좌우 모두는 친일 청산 문제에 대해 자유롭지 않다. 김일성의 동생도 친일 행각을 했다.

한국에서 친일문제 청산이 힘들었던 것은 국제정치의 지정학적인 문제다. 그만큼 외부요인이 강하다는 의미다. 그 동안 무려 세 번의 좌파 정권이 들어섰지만 그들이 원하는 대로 좌파적으로 친일 청산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극심한 좌우 대립 속에서 발발한 6·25로 중국·소련·북한-한국·미국·일본 등의 구도가 형성되었기 때문이다.

소련군 소속의 김일성이나 만주군 소속의 박정희의 행적에서 권력의 정통성을 운운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김일성의 당시 행각을 마치 항일독립운동과 연계해 평가하는 경우도 많은데 그것은 큰 오류이다. 김일성은 중공군으로 때로는 소련군으로서 전쟁을 수행한 것이지 장준하와 같이 한국 독립군으로 참전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자유시사변(1921)이나 연해주 조선인들의 중앙아시아 강제 이주 등에서 보듯이 소련은 일본 못지않은 침략·해족 행위 국가이다. 김일성은 그런 소련에 의해 완벽히 창조된 인물이었다. 실제로 김일성은 한국어도 제대로 못했고 소련의 고급장교가 되기를 바랐던 사람이었다. 실제로 초기 김일성 내각의 친일분자가 더 많았고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일제시대의 대기업 가운데 현대까지 생존한 기업은 거의 없다.

한번도 가본 적 없는 ‘알몸 국방의 나라’

좌파 정권은 평화로운 한반도 안전한 대한민국을 위해 킬체인(Kill-Chain : 방공미사일체계), 한국형미사일체계(KAMD : 저고도 미사일 요격) 조기 완성과 전시작전권 전환 조기 달성을 천명하고 있다. 또 군사법 개혁으로 군장병의 인권을 보장하겠다는 것이다.

좌파 정권의 국방정책을 보면 유아적인 수준이다. 아예 국방은 포기한 듯하다.

구체적으로 좌파 정권은 3축 체계 정도로 북핵(절대 무기)에 대응할 수 있다고 인식하고 있다. 즉 3축 체계란 킬체인, 한국형미사일체계, 대량응징보복체계(KMPR) 등을 말한다. 우선 킬체인 효과는 없다고 보는 것이 맞다. 만약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기도 전에 선제 타격을 한다면, 결국 그 책임은 한국이 져야 하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한국형미사일체계(KAMD)는 요격 확률도 저조하고 막대한 지상 피해가 나타날 수밖에 없어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대량응징보복체계(KMPR)도 말로만 하는 복수에 불과하다. 이미 유사시엔 북한 군 수뇌부가 지하 벙커로 이동한 후이므로 무슨 대량보복을 하겠다는 것인가? 나아가 3축 체계는 모두 결국은 미군의 지원이 있어야 가능하다. 한미동맹이 없이는 북한의 핵미사일 방어는 불가능하다. 오히려 전술핵의 재배치를 고려해야 한다. 그런데 좌파 정권 하에서 한미동맹은 매우 위태로운 상태다.

국군 장병들의 인권을 강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문정권의 ‘국방개혁 2.0’이 시행되면 복무기간은 18개월로 줄고, 한국군의 총병력은 2020년까지 50만 명으로 줄어든다. 북한의 병력이 현재의 128만 명으로 유지된다면 한국은 북한의 40%에도 못 미치게 된다. 이것은 국가 방어력을 치명적으로 약화시키게 된다. 1년 반만 복무하는 병아리 군대의 병사들이 병영국가(북한)를 상대로 전쟁을 수행하기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가장 큰 문제는 좌파 정권이 “전작권 전환을 보다 신속하게 추진하라”는 문 대통령의 8·29 발언(2018.8.29) 이후 이상할 정도로 전작권 전환을 지나치게 서두르고 있다는 것이다. 박휘락 교수에 따르면 양국의 공동성명에는 “‘조속히’ 변화시키고, 그를 위한 준비를 ‘조기에’ 완료하며, 필요한 조건을 ‘조기에’ 충족시키기 위해 협력하는 것” 등과 같이 ‘조기’라는 말을 반복적으로 언급되고 있다. 특히 한국은 3단계로 추진한 전환 계획 중에서 검증이전평가(Pre-IOC)를 건너뛴 상태에서 2단계인 기본운용능력(IOC) 검증을 2019년부터 실시하기로 요구했고, 이에 미국 측의 동의를 받아낸 것 같다고 한다(데일리안 2018.11.3).

현재 군사적인 비대칭상황에서 전작권을 전환한다는 자체가 잘못이다. 2014년 한미 연례안보협의회(SCM)에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확정적 시기가 아닌, 한반도의 안보 상황이 개선되고 한국군의 대북 억지능력이 적정 수준으로 강화되었을 때 등 3가지 조건을 평가해 전환 시기를 결정하기로 합의했다. 이 같은 기준이라면 도저히 전작권 전환의 시기가 될 수 없는 상황인데 좌파 정권은 마치 도둑장가를 들려고 하는 듯 지나칠 정도로 서두른다.

안보 전문가들이 이구동성으로 우려하는데도 귀를 닫고 있다. 현 정권의 저의를 의심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미 북한은 공공연한 핵보유국이 아닌가?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통일안보센터장은 “주한미군 빠지면… '눈 가리고 車·包 떼고' 북한과 싸우는 꼴( 조선일보 2017.8.2)”이라고 우려했다. 실제로 미군의 최첨단 인공위성·정찰기 없인 북핵·미사일 제대로 탐지하기도 불가능하다.

김운회

미래한국 편집위원, 동양대 교수
서울대 한국정치연구회 지도간사
기독교문화연구회 사회과학 지도간사
'왜 자본주의는 고쳐 쓸 수 없는가' 등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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