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노믹스의 몰락
J-노믹스의 몰락
  • 최 광 성균관대 초빙교수
  • 승인 2018.12.14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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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cus Tullius Cicero

“과거에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알지 못한다면 항상 어린아이처럼 지내는 셈이다. 과거의 노력을 무시한다면 세계는 늘 지식의 유아기에 머물러 있을 것이다.”

경제를 인간의 신체에 비유하면 작금 한국 경제는 온갖 병으로 운명(殞命) 직전의 경각에 있는 환자이다. 병의 증상은 다양하고 각기 모두 심각하다. 성장둔화, 분배악화, 실업대란, 고용참사, 투자절벽, 경기불황, 양극화, 물가상승, 주력산업의 붕괴, 노조의 횡포, 경상수지 악화, 주가하락, 기업의욕 상실 등 경제가 한 군데도 성한 데가 없다. 한강의 기적이 한강의 눈물로 급전직하하고 있다.

우리 경제가 총 규모로는 15대 강국이나 1인당 소득 규모로는 세계 35위에 불과하다. 이는 경제성장이 경제정책의 최우선순위가 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경제성과의 종합적 지표는 경제성장률이다. 성장률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음에도 현 정부의 국정 운용에서 경제는 계속 뒷전이다.

1970년대와 1980년대 10.5%와 8.8%%에 달하던 경제성장률이 1990년대 6.2% 수준으로 하락하더니 2000~2009년 기간에는 4.7%로 하락했고 2012년 이후 경제성장률은 2.3~3.3%로 급락해 낮은 성장이 고착화되고 있다. 2018년엔 세계 경제가 3.9% 성장할 것으로 예측되나 우리경제는 2.7%에 그칠 전망이다.

국민소득통계가 작성된 이래 우리 경제는 10.26 후인 1980년과 외환위기 후인 1998년 딱 두 해에 마이너스(각기 -1.7%와 -5.5%) 성장을 했고 세계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엔 0.7% 성장했다. 석유위기가 세계경제를 발목 잡던 1970년대 초와 말에도 8~10%의 고도성장을 하던 우리 경제가 2012년 2.3% 성장에 이어 금년엔 역대 5번째로 낮은 2.7% 성장에 그치고 이대로 가면 내년 성장률은 더 낮을 전망이다.

J-노믹스, 불명확하고 어설픈 국정과제

현 정부의 각종 정책 특히 J-노믹스를 이해하려면 국정과제 기본구상에서 출발할 수밖에 없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하면서 (1)국민이 주인인 정부, (2)더불어 잘사는 경제, (3)내 삶을 책임지는 국가, (4)고르게 발전하는 지역, (5)평화와 번영의 한반도라는 큰 범주의 구상을 밝히고 이를 뒷받침할 100대 국정과제를 제시했다.

J-노믹스 또는 ‘사람중심 경제’로 표현되는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은 ‘더불어 잘사는 경제’를 표어로 놓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5가지 전략으로 (a)소득주도성장을 위한 일자리경제, (b)활력이 넘치는 공정경제, (c)서민과 중산층을 위한 민생경제, (d)과학기술 발전이 선도하는 4차 산업혁명, (e)중소벤처가 주도하는 창업과 혁신성장 등이 제시되고 있다.

참으로 유려한 말들의 성찬(盛饌)이다. 어느 정부든 경제정책의 목적과 방향을 어디에 두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어떠한 수단을 강구하느냐 하는 것은 각 정부의 몫이다. 경제 관련 다섯 가지 전략 중 첫 세 가지 전략인 일자리경제 공정경제 민생경제는 J-노믹스의 몸통으로 기본적으로 분배와 공정을 강조하는 것이고 나머지 두 전략인 4차 산업혁명과 혁신성장은 곁다리로서 성장을 강조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대선 과정에서 수많은 떼거리 전문가들이 쏟아낸 개별 정책들이 그냥 나열되어 있는 것이 문재인 정부의 어설픈 경제부문 국정과제이고 J-노믹스인 것 같다. 5가지 개별 전략을 세세히 살펴보면 각기 모두가 다 문제이고, 5가지 전략 간의 정합성은 찾아 볼 수 없으며, 5개 전략으로 총합적으로 ‘더불어 잘사는 경제’가 어떻게 달성되는지 전혀 알 수 없다. 좌파 정권이기에 성장보다 분배와 공평을 강조하는 정책 정체성은 왈가왈부할 대상이 아니다. 그러나 J-노믹스는 좌파정부 자신들의 정체성도 제대로 담아내지 못한 어설픈 구상이다.

각 개별 전략을 살펴보자. 첫 번째 전략인 ‘소득주도성장을 위한 일자리경제’는 혹평을 하고 싶어서가 아니고 아무리 살펴봐도 내용이 무엇인지 알 수 없는 전략이다. 일자리를 창출하면 소득주도성장이 된다는 말인지 소득주도성장을 하면 일자리 경제가 된다는 것인가? 일자리 경제는 무엇인가? 일자리 창출을 도모하는 경제인가? 아님 일자리가 중심이 되는 경제인가?

두 번째 전략 ‘활력이 넘치는 공정경제’에서 중요한 것은 공정경제가 무엇인지와 이를 어떻게 달성하느냐 하는 것이다. 공정경제의 일반적 의미는 공정한 경제 즉 사회 구성원들이 공평하게 대접받는 경제일 터인데 ‘활력이 넘쳐나는’ 구절이 형용하는 공정경제는 대기업의 횡포를 제한해 중소기업과 대기업이 상생 협력하는 경제를 의미한다. 대기업을 억눌러 경제가 활력이 넘치는가?

말의 성찬은 결과를 보장하지 않는다

‘서민과 중산층을 위한 민생경제’라는 세 번째 전략은 상대적으로 덜 혼란스럽다. 그러나 이 또한 민생경제가 도대체 무엇인지 물으면 답이 궁해지고 민생경제에 어떤 내용을 담아내면 서민층과 중산층을 위하게 될까 하고 물어도 답이 쉽게 나오지 않는다.

‘과학기술 발전이 선도하는 4차 산업혁명’이라는 네 번째 전략의 경우도 지금까지의 1~3차 산업혁명 모두를 과학기술 발전이 선도했다는 사실에 비춰보면 4차 산업이란 말이 유행하니까 갖다 붙인 말인지 4차 산업혁명을 어떻게 이뤄 내거나 선도하겠다는 것인지 불분명하다. 우리나라는 3차 산업혁명에 성공했고 이를 선도한 나라이지만 사실 당시 정부도 민간도 3차 산업혁명이란 말도 거의 없었다. 더더욱 3차 산업혁명을 위해 정부가 한 일은 거의 없고 ICT 혁명의 주체는 민간기업들이었다.

마지막으로 ‘중소벤처가 주도하는 창업과 혁신성장’이라는 다섯 번째의 전략의 경우 창업과 혁신성장에 중소벤처가 큰 역할을 해주기만 한다면 좋겠지만 중소벤처 자체가 미약한 우리 현실에서 창업과 혁신성장을 중소벤처가 주도한다는 것은 애초부터 기대난망이다. 창업과 혁신의 주체가 왜 꼭 중소벤처여야 하는가?

좋은 말들로 엮어는 놓았으나 내용이 없거나 분명하지 않지 않은가? 일은 열심히 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제대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을 제대로 하려면 정책을 끌고 가는 책임자들이 목적을 분명히 제시하고 그 목적을 달성하는 적정 수단이 명확히 강구되어야 하는데 J-노믹스는 그렇지 못하다.

더 나아가 개인과 기업이 정부의 의도를 명확히 이해해야만 정부가 추구하는 바가 달성될 터인데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 기본구상은 정책당국자에게도 일반인에게도 불명확하고 어설프기 짝이 없다.

오래 전부터 여러 크고 작은 요인에 의해 발병이 됐으나 최근 경제 난맥상의 요인은 기본적으로 두 가지이다. 하나는 사람이고 다른 하나는 정책이다. 현 정부 들어 당달봉사 병원장과 그에 의해 고용된 돌팔이 의사들의 잘못된 진단과 처방에 의해 환자의 목숨이 경각에 달한 듯하다. 돌팔이 의사는 기본적으로 실력이 없는 의사다. J-노믹스는 경제원리에 대한 이해가 크게 부족한 사람들에 의해 마련된 것 같다. 경제의 놀이터인 시장을 외면하고 정부를 앞세우니 그리고 경제원리를 지키는 것이 경제정책 성공의 필요조건인데 이를 무시하고 있으니 J-노믹스의 실패는 태생적인 것이다.

작금의 한국 경제의 문제는 활력이 넘쳐야 할 기업이 탈진한 상태이고, 수동적 입장이어야 할 정부가 만용의 칼을 휘두르는 데서 야기되고 있다. 정부가 문제의 해결사이기는 커녕 문제의 원인 제공자이다. 기업은 대외 경쟁과 정부의 옥죄기로 힘이 쇠진한 상태이다. 특히 최근 들어 정부의 윽박지름으로 기업가들의 가슴은 피멍이 들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시장을 짓누르고 경제원리를 무시하는 경제정책을 펼친 결과 우리 경제는 점차 활력을 잃었으며 현재 끊임없이 추락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급속한 최저임금 인상은 자영업자의 줄폐업으로 이어졌다.

소득주도성장 정책이라는 미신

문재인 정부 자체의 국정운영 구도에 따르더라도 소득주도성장은 J-노믹스의 5대 전략 중의 하나에 불과한데 다른 전략들을 압도하며 많은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국정전략에 따르면 ‘소득주도성장을 위한 일자리 경제’라는 표현에 나타나듯 당초에는 일자리 경제만 잘 구축하면 소득주도성장이 되는 구도였는데 뜬금없이 소득주도성장만이 그 자체로 부각되고 정부가 설명하고 추구하는 그 의미와 내용 그리고 추진 방법이 불분명해 정책 당국과 국민 모두 혼란에 빠져 배가 산으로 가는 형국이다.

현 정부가 내세운 J-노믹스를 압축적으로 표현하면 소득주도성장, 공정경제, 혁신경제로 정리된다. 우선 수단과 목표를 고려했을 때 소득주도에 내세운 구체적인 내용은 대부분 분배인데 이걸 성장이라는 말에 갖다 붙인 것이 문제이다. 혁신경제가 성장인데 그 내용은 별로 없거나 그다지 강조되고 있지 않다. 내세우는 목표와 수단이 서로 근본적으로 맞지 않는다.

법학에서 가장 중요한 개념이 사회적 정의라면 경제학에서 가장 중요한 개념은 효율성(성장)과 형평성(분배)이라는 두 개념이다. J-노믹스에서 혁신경제는 성장을 지향하고 공정경제가 분배를 지향하기에 혁신경제와 공정경제의 내용을 충실히 정책으로 담아내면 성장도 분배도 모두 달성할 수 있다. 그런데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일자리 창출 등 성장과 전혀 관계없는 것들을 소득주도라는 미명하에 성장을 위한 수단이라 하니 어안이 벙벙할 뿐이다.

어느 정책에서든 그 정책과 관련하여 개념과 용어 제대로 분명히 쓰는 것이 중요한데 이 점에 있어서도 소득주도성장은 크게 문제가 있다. 정부도 전문가도 모두들 소득주도성장이라 무심코 내뱉고 있는데, 현 정부가 강조하는 관점에서 보면 소득주도라 하기보다는 임금주도라 하는 것이 맞다.

사실 국제노동기구(ILO)의 공식 보고서에 임금주도(wage-led)란 말이 등장하긴 한다. 경제학계에서는 투자주도성장과 수출주도성장이란 말은 잘 정립되어 있고 많이 회자되는 데 반해 소득주도성장이란 말은 매우 생소하다.

소득에는 임금소득(근로소득), 자산소득, 사업소득이 있는데 현 정부가 이야기하는 것은 임금소득이다. 자산소득 사업소득에 관련된 것은 없고 근로자의 임금을 올려 성장을 꾀하자고 하면서 소득주도성장이라는 용어로 쓰는 것은 굉장히 잘못된 것이지 않은가? 모든 학자들이 이 점을 인지하지 못하고 그냥 넘어가는데 꼭 써야 한다면 소득주도성장이란 말 대신 근로소득주도성장이나 임금주도성장이라는 말을 써야 한다.

소득주도성장으로 성공한 나라는 없다

역사적 경험을 살펴보자. 소득주도성장을 주된 정책으로 추진한 나라가 없다. 가장 근접한 사례는 남미의 여러 나라들에서 발견된다. 남미는 저소득층에게 최저임금을 올린 것이 아니고, 석유 등 자연자원을 팔아 다 나눠주는 소득주도성장을 도모했다. 결과는 어떻게 됐는가? 나라가 성장하기는 커녕 근본적으로 망했다.

노르웨이는 연안의 석유를 팔아 번 돈으로 국부펀드를 만들어 GPFG라는 기관을 만들어 관리하고 있다. 노르웨이의 GDP가 480조 원인데 국부기금 규모는 1190조 원으로 GDP의 2.5배에 달하는데 노르웨이는 원금과 수익을 모두 해외에서 운용한다. 인구가 540만 명에 불과하나 1인당 소득이 8만 달러에 달하는 노르웨이는 나라의 미래를 대비해 더 많은 수익창출을 위해 골몰하지 이 기금으로 국민에게 선심을 베푸는 정책은 일체 펼치지 않는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의 경우 참여정부를 시작으로 반시장적 진보사상이 정치와 경제를 압도하고 있다. 정책의 기조는 반시장적이다. 촛불혁명을 앞세운 문재인 정부는 개인보다 집단을 앞세우고 보이지 않는 손의 시장보다는 보이는 손의 국가와 관료를 강조함으로서 경제를 더욱 수렁으로 빠뜨리고 있으며 부동산 정책의 경우 참여정부의 뼈아픈 실패에서 교훈을 얻지 못하고 있어 안타깝다. 시장의 원리에 저항하면 어떠한 정책도 실패하기 마련이다. 가슴이 뜨거울수록 머리는 차갑고 냉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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