덫에 걸린 미국, 그리고 대한민국
덫에 걸린 미국, 그리고 대한민국
  • 김범수 미래한국 편집인
  • 승인 2018.07.18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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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김정은 미북회담은 핵을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 그리고 집단과 개인 간의 대화였다.

어느 쪽이 핵과 과거 한반도 핵협상 전력에 대해 더 잘 알고 있고 더 절실한지는 명확하다. 북한의 담당자들은 수십년째 핵과 핵개발 논리에 매달려왔고 체재와 개인의 사활이 그 결과에 달려 있는데 비해 미국 정책결정자들에게 북핵문제는 여러 핵심 안보과제 중 하나이며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외교안보문제에 관한한 문외한에 가깝다.

어느 쪽이 ‘집단’이고 ‘개인’인지는 아이러니하다. 김정은은 무소불위 1인 절대권력을 휘두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살기 위해 3층서기관실로 규합되는 집단지성에 크게 의지하고 있는 반면 트럼프는 자유민주주의체제의 종주국 지도자임에도 불구하고 의회와 전문가들의 의견보다 자신의 감과 협상기술에 의지해 중요 사안들을 단독으로 결정하고 있다.

이러한 양측이 만날 때 어느 쪽이 단기적으로 우세할지는 자명하다. 싱가포르 회담을 전후해 중국을 필두로 국제사회의 대북경제제재가 느슨해졌고 미국의 대북군사압력의 예봉이 꺾였으며, 북한을 중국에서 멀게 하고 김정은 체제를 질적으로 변화시켜 핵을 포기하게 하려는 미국의 의도는 요원해지고 있다.

우리로서는 당장 한미 연합훈련이 중단됐고 한미동맹의 가치가 금전적으로 환원돼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과 함께 논의되기 시작하면서 안보 위기가 경각에 달리게 됐다.

워싱턴은 지금 북한 문제를 둘러싸고 유례없는 공황상태에 빠져 있다. 실패를 시인해본 적이 없는 트럼프 대통령은 코너에 몰리자 ‘성과’ 홍보에 더 열을 올리고 그 주변은 희망적 사고에 기반한 분석들을 내놓으면서 트럼프 지지 보수언론과 공화당의 입장이 묘해졌다. 의회뿐 아니라 백악관 내에서도 국가안보실(NSC)과 부통령실의 입장이 충돌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이 돌변할 가능성도 있다. 북한의 미-중 양다리 외교와 핵포기 연막의 사술(邪術)이 드러나고 미국의 대북 투자 가능성에 좌절 기미가 보이면 트럼프의 인내는 임계점을 넘게 될 것이고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전쟁 혹은 극비군사작전 옵션이 급속히 대두될 것이며 한반도는 재앙의 늪에 빠져들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판문점선언 실천에 더 박차를 가하고 ‘우리민족끼리’를 강조하겠지만 김정은 체제의 본질적 변화가 동반되지 않는 한 노력은 순수함을 잃고 북한과의 운명공동체 덫에 걸려 온갖 사술이 동원되기 시작할 것이다.

대한민국은 아직도 건국 과정(nation building)에 있다. 올해로 건국 70주년을 맞았지만 건국일과 한반도 정통성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오히려 흩어지고 있고 내년엔 3·1운동 100주년 기념을 남북이 함께 거행하겠다고 한다.

한편 자유민주체제와 대한민국 수호의 선봉에 서야 할 보수 정치권은 당내 당권싸움 파벌싸움에 매몰돼 나라의 위기는 뒷전이다. 우리 국민은 어느새 여론 지배 민주독재에 점점 익숙해지고 있다.

아 희망은 어디서 올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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