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우병을 조작한 MBC PD수첩 후배들에게!
광우병을 조작한 MBC PD수첩 후배들에게!
  • 이상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전 iMBC 이사
  • 승인 2018.04.30 10:3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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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진단] 광우병 촛불 10년

먼저 이 글을 쓰고 있는 필자에 대한 소개를 하는 것이 후배들이 이 글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 나는 1981년 11월 MBC에 입사했다.

보도국에서 카메라출동 기자로 근무하던 중 파리특파원 발령을 받아 프랑스에서 3년 반을 살았다. 파리특파원 발령을 받은 날, 1층 매장(당시 여의도 MBC 1층에는 생활용품을 파는 커다란 매장이 있었다)에 내려가서 워드프로세서를 구입했다.

파리에서의 3년을 기록하기 위해서다. 그리고 아내와 두 아이들과 함께 프랑스 파리 드골공항에 도착했다. 비행기가 활주로에 내려앉는 순간 두 아이들이 환호를 질렀다.

활주로 주변 잔디밭에 토끼들이 뛰어놀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내 자신에게 말했다. “나는 파리에 왔다. 추억을 만들러 온 것이 아니라 기록하기 위해 왔다.” 나는 파리에서 많은 것을 기록했다.

원래 새벽잠이 없었지만, 매일 새벽 3시에서 4시 사이에 일어났다. 조간신문을 꼼꼼히 읽었다. 관심 분야를 스크랩했다. 프랑스인 대학원생을 아르바이트로 고용했다.

아마 내 월급의 1/10 정도를 주고 고용했던 것 같다. 그는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기사를 해석해줬으며 내가 필요로 하는 자료들을 수집해서 가져다줬다. 나는 이런 자료들을 매일 새벽 워드프로세서에 기록했다.

나는 파리에서 <파리특파원의 교통정책 르포>라는 책을 출판했다. 물론 파리에서 자료를 가지고 돌아온 이후에도 여러 권의 책을 출간했다. 10여 권이 넘는다. 최근(2018년 3월)에 평소 잘 알고 지내던 목사님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오래 전 한국전력에 근무하시던 분이 나를 꼭 만나고 싶어 하신다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그분은 나를 잘 알고 있다고 했다. 약속 장소에 갔다. 물론 나는 그분에 대한 기억이 전혀 나지 않았다. 그런데 반전이 일어났다.

내가 파리특파원으로 근무를 시작할 무렵 프랑스 파리시에는 케이블 TV가 본격적으로 보급되고 있었다. 나는 바로 ‘이거다’ 싶어서 프랑스 케이블 TV에 관한 자료를 모으기 시작했다. 당시 국내에서는 케이블 TV 도입에 관한 활발한 논의가 진행 중이었기 때문이다.

<케이블 TV에 투자하려는 사람을 위해>라는 책을 출판했다. 그 책의 내용 중 프랑스전력공사(EDF: 우리나라의 한전) 사장과 프랑스 텔레콤(FRANCE TELECOM: 우리나라의 한국통신) 사장이 설전을 벌이는 신문기사를 소개한 부분이 있었다.

프랑스전기회사와 프랑스통신회사 사장의 싸움은 “왜 전력회사가 케이블 TV망(광케이블망)을 프랑스 전역에 구축하는가?”라는 통신회사 사장의 항의로부터 시작됐다. 즉 “케이블 TV는 통신의 영역인데 왜 전력회사가 끼어드는가”라는 항의였다.

이 싸움을 산업자원부 장관(당시 장관의 정확한 부서 명칭을 기억하지 못한다)이 중재했다. 산업자원부 장관은 다음과 같은 취지로 발언했다.

“우리 프랑스가 케이블 TV를 보급하는 이유는 프랑스 국민들에게 방송프로그램을 보여주려는 것이 아니다. 우리 프랑스의 목적은 전국에 광케이블을 빨리 깔아 유럽에서 가장 먼저 정보화된 국가를 만드는 것이다. 즉 케이블 TV를 보급하는 목적은 프랑스 전역에 정보고속도로를 빨리 깔려는 것이다. 유럽은 곧 통합된다. 독일은 우리보다 기계 공업이 앞서 있다. 우리 프랑스가 통일된 유럽에서 가장 정보화가 앞선 국가가 되어야 한다. 통신회사든 전력회사든 사업 영역을 구분하지 말고 광케이블 보급에 모두 힘을 합치자.”

내가 이 책을 출판하고 얼마 되지 않아 한국전력에서 한 분이 만나자는 연락이 왔다. 내용은 한전이 전국에 광케이블을 매설하려고 하는데, 여러 부처의 반대에 직면해 있다는 것이다.

즉 “한전이 전기나 만들어 팔지 왜 광케이블을 매설하여 통신산업에 진출하려고 하는가” 라는 반대여론에 부딪혀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차장(당시 나는 차장이었던 것으로 기억됨)이 쓴 <케이블 TV에 투자하려는 사람을 위해>라는 책에 그 해답이 있다.

이 책을 국회 등 여러 곳에 배포하면서 설득하겠다”는 것이었다. 바로 그 분을 최근에 만난 것이다. 그 분은 내 책을 들고 여러 사람을 설득했다고 했다. 그리고 한전이 전국에 광케이블을 신속하게 깔았고 그 덕분에 우리나라가 인터넷 강국이 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 분은 지금도 원전과 관련된 기술회사를 경영하고 있다. 광우병 프로그램에 대한 글을 쓰려다가 서론이 길어졌다. 그러나 이 글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방송프로그램은 책과 마찬가지로 사회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그리고 그 영향은 오랫동안 남게 된다. 언론인은 사실을 기록하는 사람이다.

그 사실들이 모여서 역사가 된다. 역사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런 점에서 우리 언론인은 역사라는 건축물을 만들기 위해 벽돌을 한 장 한 장 쌓아올리는 사람들이다. 우리 언론인은 추억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

추억은 감성이다. 즉 자신의 주관이 들어가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추억이라는 벽돌은 역사라는 건축물을 짓는 데 필요 없다. 오히려 방해가 될 뿐이다. 감성은 무너지게 돼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감성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 바로 문학과 같은 예술 분야이다. 이런 점에서 언론인과 예술인은 엄격하게 분리돼야 한다.

MBC 광우병 프로그램은 소설

광우병 프로그램은 소설이었다. PD들이 자기들이 그렇게 믿고 싶은 대로 마음대로 쓴 대하소설이었다. 문제는 소설을 사실로 포장했다는 데 있다. 소설이 너무나 재미있었기 때문에 시청자들이 열광했다. PD들은 영웅이 됐다. 자신이 위대한 언론인이 된 것처럼 행동했다.

하지만 그들은 언론인이 아니라 시나리오작가가 써준 대본대로 움직인 희극배우였다. 희극배우는 광화문에 모인 엄청난 관객을 보고 환호했다. 관객들은 이 희극을 보기 위해 점점 더 거리로 몰려들었다. 당시의 희극배우들은 이 짜릿한 순간을 지금도 잊지 못하고 있다. 지금부터 광우병 프로그램이 왜 소설인지를 설명하겠다.

물론 그동안 수없이 거론된 내용들이다. 하지만 방송의 선배로서 후배 언론인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PD수첩의 광우병 방송은 여러 가지 많은 사실의 왜곡이 있었다. 하지만 오늘은 단 한 가지만 지적하고자 한다. 선배와 후배를 떠나 같은 ‘방송쟁이’로서 말이다. 즉 ‘같은 선수들끼리’ 정말로 하고 싶은 말을 하려고 한다.

시청자는 많은 것을 기억하지 못한다. 60분 프로그램에서 상징적인 것 한 두 개만을 기억한다. PD수첩은 이것을 이용했다. PD수첩은 방송에서 여러 차례에 걸쳐 앉아서 일어나지 못하는 소를 반복적으로 보여줬다. 그런데 그 소는 광우병과는 상관이 없는 소였다.

물론 PD들은 화면 속의 앉은뱅이 소가 광우병에 결렸다고는 직접적으로 말하지 않았다고 변명할지 모른다. 하지만 이런 일이야말로 언론인이 해서는 안 될 가장 나쁜 행위이다. 광우병과 관련이 없는 앉은뱅이 소를 화면 편집에 사용하면 시청자들은 그 소가 광우병에 걸린 것으로 이해한다.

담당PD는 시청자들이 그렇게 오해하도록 처음부터 의도했다. 이것은 시청자를 속인 사기다. 약국에서의사의 처방전에 따라 약을 받아보면 약마다 생김새가 다르거나 색깔이 다르다는 것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또 약사가 약을 건네주기 전에 꼭 무엇인가 말을 한다. 그냥 말하는  것이 아니다.

법에 약사는 환자들에게 약의 사용과 복용 방법을 반드시 알려주도록 규정돼 있다. 그리고 이런 행위의 대가가 ‘복약지도비’ 인 것이다. 약의 오용과 남용은 환자의 생명을 위협한다. 언론인이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로 오인하게 만드는 것은 사회를 위험에 몰아넣는 것이다.

광화문 광장에 가득 모인 사람들은 당신들이 만든 사기극에 속은 사람들이다. 당신의 사기극에 빠져들어 현실과 허구를 구분하지 못한 것이다.

당신들의 저널리즘은 ‘쓰레기이즘’

당신들은 당신들이 만든 사기극에 속아 거리로 쏟아져 나온 군중들을 보고 희열을 느꼈을 것이다. 처음에는 약간 겁도 났겠지만 점점 늘어나는 광우병 신도들을 보면서 ‘무엇인가를 이룩할 수도 있겠구나’라는 정치적인 욕심을 부리기 시작했다. 이제 당신들에게 사실은 아무런 의미가 없어졌다.

사실을 보도하려면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사물에 대한 다각도의 접근과 검증이 필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실’보다는 ‘정치’를 선택한 순간 당신들은 오히려 마음이 편해졌다. 그 지긋지긋한 공부를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이쯤 되면 당신들은 나를 비난하려고 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5천만 국민 중 4천9백9십9만9천9백9십9명이 당신의 방송을 시청하고 당신에게 박수를 보내준다 하더라도 정말로 그 분야의 전문가 단 1명이 당신 방송의 문제점을 지적한다면 당신은 프로그램을 잘못 만든 것이다.

당신이 두려워해야 할 사람은 4천9백9십9만9천9백9십9명의 군중이 아니라 단 1명의 전문가다. 나는 카메라 출동 기자 출신이다. 어느 날 모 회사에 전화를 걸었다. 취재를 위해 내일 방문하겠다는 의사를 말했다. 그쪽에서의 답변은 지금도 귀에 생생하다. “오지마세요.” 하지만 나는 다음날 그 회사를 방문했다.

그 회사의 엔지니어 여러 명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 “우리는 당신이 반드시 우리를 찾아오리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날이 너무나도 빨리 왔군요. 우리는 당신이 만드는 카메라 출동을 매일 저녁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TV를 보면서 우리끼리 이렇게 말했습니다. 저 기자의 접근 속도를 보면 곧 우리 회사를 방문할 것이다. 이렇게 말한 다음날 당신으로부터 우리 회사를 방문하겠다는 전화를 받았습니다. 우리는 당신이 여기에 온 이유를 잘 알고 있습니다. 맞습니다. 당신이 여기에 온 이유는 우리와 같은 전 세계의 동종업계가 모두 고민하고 있는 문제입니다.”

다시 이야기를 광우병 프로그램으로 돌리겠다. 솔직히 말해 광우병 프로그램을 만든 당신들은 공부를 하지 않았다. 방송의 전문가인 내 눈으로 보면 당신들이 만든 프로그램은 쓰레기다.

민주노총 홈페이지에 선전자료로 여전히 오픈 게시되어 있는 광우병 관련 선전만화
민주노총 홈페이지에 선전자료로 여전히 오픈 게시되어 있는 광우병 관련 선전만화

내가 내 입으로 “나는 방송전문가”라고 말했다. 나는 방송프로그램을 보면 그 방송을 만든 기자와 PD가 어디서부터 접근을 잘못하고 있는지 잘 안다. 즉 속된 표현으로 척 보면 안다. 자동차회사의 사장은 신차의 엔진소리만 들으면 신차가 어떤 결함을 가지고 있는지 곧바로 파악한다고 한다.

즉 그가 자동차의 전문가이다. 나는 광우병 프로그램을 만든 PD들 전부와 공개 토론을 할 용의가 있다. 나를 비난하려면 먼저 나의 공개 토론 제안을 받아들여라! 그리고 이것을 TV로 생중계하자. 자신이 없으면 나를 비난하지 말라. 당신들은 쓰레기를 방송으로 둔갑시켰다. 그리고 반성하지 않았다. 당신들은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음을 주장해왔다.

하지만 이것도 당신들이 왜곡해서 해석한 것이다. 대법원 판결의 취지는 당신들이 잘못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언론인이니까 봐준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당신들 중 누구도 사과하지 않았다.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는, 사과가 두려웠기 때문이다. 둘째는 사과를 한 다음부터는 공부를 하고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하는데 공부할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입사 이후 공부를 안 해보았으니 공부가 겁날 수밖에 없다. 우리 속담에 “안하던 짓 하면 병 난다”는 말이 있다. 문제는 후배들이 당신들을 보고 따라한다는 데 있다. 당신들 중 일부는 ‘저널리즘’이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미안하지만 당신들의 ‘저널리즘’은 저널리즘이 아니라 ‘쓰레기이즘’ 이다.

내가 이 글을 쓰면서 나는 오직 앉은뱅이 소만을 거론했다. 아레사 빈슨의 사인(死因) 등 그동안 수없이 거론된 것들을 재론하지 않았다. 그리고 미국산 쇠고기가 수입된 지 10년이 지났지만 우리나라 국민 중 누구도 광우병에 걸리지 않았다는 사실을 말하지 않았다. 나는 오직 앉은뱅이 소만을 문제로 삼았다.

나는 당신들에게 질문한다. 여기 테이블 위에 두 개의 알약이 있다. 생김새는 약간 다르지만 모두 분홍색이다. 하지만 한 개는 ‘감기약’이고 한 개는 ‘쥐약’이다.

당신은 절대로 당신의 자녀에게 이렇게 말하지는 않을 것이다. ‘식탁에 두 개의 알약이 있어, 니가 알아서 한 개만 골라 먹어.’ 당신들은 국민들에게 ‘쥐약’을 마시게 했다. 내 말에 동의하지 못하면 나와 공개토론을 하자!  

이상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전 iMBC 이사
이상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전 iMBC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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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냐 2018-05-02 22:00:31
확실히 글을 잘 쓰시네요 , 꼭 토론하는 장면을 보고 싶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