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핵 보유와 위장 협상 사이에서 곡예
北, 핵 보유와 위장 협상 사이에서 곡예
  • 송종환 경남대 석좌교수
  • 승인 2018.03.28 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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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파견한 특사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하 정 실장)은 북한 방문(3월 5~6일)과 미국 방문(3월 8~9일) 후 4월 말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남북정상회담, 5월까지 미북 정상회담 개최를 발표했다.

김정은과의 정상회담에 들떴던 트럼프 대통령은 3월 13일 미·이란 핵 협정 준수를 주장해온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을 해임하고 북한의 핵 무력에 강한 경계심을 드러내면서 대북군사옵션을 염두에 두고 있는 마이크 폼페이오 전 CIA 국장을 국무장관에 임명해 대북 협상 진용을 정비하고 있다.  

김일성 이래의 북한 ‘수령’들은 위기 때마다 위기 탈출을 위해 혁명과 투쟁노선에서 전술적 변화를 보이면서 대화에 응해 왔다. 적국인 미국과 동맹 중국이 수교를 시작하자 북한은 한국과 처음으로 이산가족 문제 해결을 위한 남북적십자사간 대화 제의에 응해 왔다.

김일성은 남북적십자예비회담이 시작된 직후 1971년 9월 25일 군사분계선 지하 관통(땅굴) 전투 명령을 하달하면서 “적과의 대화는 긴장된 적을 해이시키고 전쟁준비를 위해 적보다 우세한 힘을 가질 시간을 벌고 국제 여론을 유리하게 이끌어 나가기 위해서만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정은은 선대의 유훈으로 개발한 핵을 절대로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김정은은 이번에도 상대방을 속이는 협상 전술로 미국 주도에 의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공조의 전열을 균열시키면서 한국과 미국을 이간하기 위해 문재인 대통령을 약한 고리로 보고 그를 적극 활용하는 곡예를 하고 있다.

북한 핵 폐기와 (조선반도) 비핵화의 다른 함의

3월 5일 김정은이 남측 특사에게 비핵화가 선대의 유훈이고 변함없다고 말했지만,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다음날 6일 “우리의 핵 무력은 피로 얼룩진 미국의 극악한 핵 범죄 역사를 끝장내고 불구대천의 핵 악마를 행성에서 영영 쓸어버리기 위한 정의의 보검”이라고 하고 7일 “조선의 핵 보유는 정당하며 시비거리로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3월 8일 정 실장의 트럼프 대통령 면담 내용 발표에 대해 침묵하던 노동신문은 3월 14일 논평에서 “남조선(한국) 인민이 원하는 것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전을 위태롭게 하는 미군의 무조건 철수”라고 주장했다. 노동신문의 논평들은 3월 6일과 8일 정 실장이 전달한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 메시지에 비춰 의아심을 자아내게 한다.

그러나 한국과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를 초래한 북한 핵 폐기와 북한이 말하는 (조선반도) 비핵화가 다른 뜻을 가지고 있음을 알면 의아심이 해소될 것이다. 북한은 1974년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가입한 후 IAEA(1985. 12), 한국(1992.1. 20), 미국(1993. 6.11, 1994. 10. 21, 2000. 10. 12, 2007. 2. 13, 2012. 2.29)과 6자회담(2009. 9. 19) 합의서 등 8차례의 북한 핵 폐기합의를 했으나 합의사항 이행을 위한 북한 핵시설 사찰, 검증 단계에 들어가면 매번 합의사항을 파기했다.

북한은 1985년부터 2012년까지 27년 동안 상대를 바꿔 진행한 협상에서 ‘합의-파기’를 하면서 핵무기 개발 시간을 벌어 2006년 10월 9일부터 2017년 9월 3일까지 핵실험을 여섯 차례 했다. 유엔 안보리 결의와 개별국가 결정에 따라 국제사회가 제재를 하면서 폐기를 요구하고 있는 것은 바로 북한 핵 폐기이다.

북한의 대내 선전용 포스터
북한의 대내 선전용 포스터

‘3·5 합의’까지 하면 9차례가 된다. 3월 6일 에번스 리비어 전 국무부 아태담당 부차관보는 정 실장이 브리핑에서 북한이 오래 전부터 사용한 ‘조선반도(한반도 전체)의 비핵화’란 표현을 반복했음을 예의 주시했다. 그는 북한이 말하는 “비핵화는 조선반도에서 핵전쟁의 위협을 제거하는 것으로서, 이 ‘위협’에는 한미동맹과 주한미군의 존재, 한국을 방어하기 위한 미국의 핵우산이 포함된다.

북한은 이것들을 모두 제거해야만 군사 위협과 체제 안전이 보장된다고 느낄 것이며 북한 자체의 핵 폐기는 이 위협들이 모두 제거된 시점에서 고려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3월 7일 로버트 갈루치, 크리스토퍼 힐 등 북한과 협상을 했던 미국의 행정부 관리들은 과거 북한이 ‘군사적 위협 해소와 체제 안전 보장’을 북한의 핵 보유 여부와 연관시킬 때 ’대북 적대정책 철회‘라는 다른 표현을 썼다고 말했다.

표현은 다르지만 이 말들은 한미 연합군사훈련의 중단, 한미 상호방위조약 파기와 연합사령부 해체, 주한미군 철수, 한국과 일본에 대한 핵우산 제공 철회, 미북 평화협정 체결 등 다양한 요구를 의미한다고 증언했다. 그들은 북한의 이런 주장들은 김정은 정권 출범 이후 핵·미사일 능력이 고도화되면서 자주 반복되었다고 지적했다.

김정은이 선대의 유훈이라고 한 ‘조선반도의 비핵화’는 주한미군을 포함한 북한이 생각하는 모든 위협의 제거와 북한 체제 안전이 보장되는 것을 전제하는 것이다.

실제로 북한은 2016년 7월 북한 정부 대변인 성명을 통해 ‘조선반도 비핵화’를 위한 5대 조건으로 ①남한 내 미국의 핵무기 공개 ② 미국의 핵 타격 수단 한반도 미전개 ③ 남측 내 핵무기 및 기지 철폐와 검증 ④북한에 대한 핵 불사용 확약 ⑤핵사용권을 가진 주한미군 철수를 제시했다.

따라서 북한이 이번 협상에서도 ‘조선반도 비핵화’ 전제조건을 주장하면서 한국과 국제사회가 제재를 가하고 있는 핵 폐기에 응하지 않고 대북제재 해제와 핵보유국 지위에서 미북 간 군축협상까지 요구할 근거들이 많다.

김정일은 2011년 12월 사망 두 달 전 측근에게 남긴 ‘10·8 유훈’에서 “김씨 가문에 의한 조국통일이 종국적 목표”임을 명시하고 합법적인 핵보유국으로 당당히 올라 미국의 영향을 약화시켜야 하며 국제 제재를 풀어 경제 발전을 위한 대외적 조건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일은 이 유훈에서 6자회담을 이용해야 한다고 하면서 “6자회담을 우리의 핵을 없애는 회의가 아니라 우리의 핵을 인정하고 핵 보유를 전 세계에 공식화하는 회의로 만들어야 하며 제재를 푸는 회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2년 4월 13일 북한 최고인민회의에서 개정한 헌법 서문에 핵보유국임을 명기하고 2013년 ‘자위적 핵보유국 지위를 더욱 공고히 할 데에 대한 법’이라는 ‘핵보유법’을 제정함으로써 핵보유 문제는 누구도 건드릴 수 없는 신성불가침의 영역이 되었다. 또한 북한은 2017년 5월 6일 7차 노동당대회에서 핵·경제 병진 정책을 발표하고 11월 29일 정부 성명을 통해 핵 무력 완성을 선언했다.

이어서 김정은은 올해 신년사에서 “핵탄두들과 탄두로켓(미사일)들을 대량 생산해 실전배치하는 사업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김정은이 국제사회와 대북 제재, 압박에 굴복해 정권과 체제 유지를 위해 해온 핵개발에 대한 모든 근거를 철폐하면서 지난 3월 5일 아홉 번째로 한국과 국제사회가 바라는 핵 폐기 약속을 지킬 것인지는 전혀 전망이 서지 않는다.  

대북 제재· 압박과 북한 핵 폐기를 위한 미국의 CVID 원칙 불변

3월 8일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특사로부터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를 전달받자마자 5월까지 항구적인 비핵화 달성을 위해 김정은을 만나자고 한 것은 북한 핵 폐기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대화를 할 의사도 있음을 반영한 것이다.

북한은 미북 정상회담에서 북한 핵동결 조건과 ‘조선반도 비핵화’를 주장하면서 대북적대정책과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철회를 요구할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과 펜스 부통령을 비롯한 미국 정부는 북한에 대한 최대 제재와 압박을 하면서 북한 핵 폐기를 위한 CVID, 완전하고(complete), 검증 가능하며(verifiable), 돌이킬 수 없는(irreversible) 폐기(dismantlement) 원칙을 견지할 것이다. 이 표현은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후 3월 1일 트럼프 대통령과 11번째 전화에서 대북특사 파견 계획을 전한 5시간 후 백악관 발표문에서 나왔다.

미국이 2003년 8월 27일 개막된 1차 6자회담에서 북핵문제 해결 방안으로 제시한 CVID 표현을 다시 쓴 것은 북한 핵 동결이 아니라 핵 폐기를 위한 확고한 입장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었다.

김정은이 올해 신년사에서 미국 본토에 대한 대량살상무기 공격 위협 발언을 한 것이 2017년 5월 14일부터 11월 29일까지 중장거리 및 ICBM 급 탄도미사일 11회 시험 발사와 9월 3일 6차 핵 실험 이후에 있었기 때문에 미국의 강경한 반응은 예전과 확연히 다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30일 연두교서(State of the Union 2018)에서 핵으로 미국을 위협하는 데 대응하기 위해 미국이 보유하고 있는 핵무기들을 현대화하고 재정비할 것이며 반드시 전 세계가 동시에 모든 핵무기를 제거하는 날이 오도록 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핵과 미사일로 미국을 협박하고 있는 북한 불량정권에 대해 미국은 최대의 압박정책으로 다스릴 것이며, 적에 대한 자비와 양보는 적으로부터 공격과 도발이 되돌아오게 하는 원인이 됨을 명심하고 이런 실수를 더 이상 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월 23일 전미 보수주의 정치행동회의 연차 총회에서 북한 정권에 대해 사상 최대의 새로운 제재에 착수할 것을 발표하면서 북한 핵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최대한의 압박’ 정책을 강화하겠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천명했다.

이어서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은 북한 석탄 수출과 해상에서의 정제유 환적 등 북한의 제재 회피에 관여된 27개 해운·무역회사, 북한 선박 19척을 포함한 28척의 선박과 타이완 국적자 개인 1명을 추가 제재 명단에 포함시켰다.

이번 제재는 김정은 정권의 핵·미사일 개발 자금과 연료 거래를 완전히 차단하는 ‘포괄적 해상차단’이다. 2월 23일 트럼프 대통령은 멜컴 턴불 호주 총리와의 공동기자회견에서 이번 제재 효과가 없으면 2단계에 들어갈 것이라고 하면서 “2단계는 매우 거칠 것이 될 수도 있고 전 세계에 매우 불행할 수도 있다”는 모호한 말을 했다.

그러나 2단계 조치에 대해 언론들은 군사행동 가능성을 경고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3월 8일 트럼프 대통령이 5월까지 김정은과의 정상회담 개최 반응을 보인 후 백악관은 기존의 입장을 재확인했다.

3월 9일과 3월 16일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미국은 북한이 비핵화 약속을 한 것에 실질적 진전을 보일 때까지 북한에 최대 압박을 해갈 것”이며 “김정은이 비핵화를 말이 아닌 구체적이고 검증 가능한 행동들을 하지 않는 한 트럼프 대통령은 그를 만나지 않을 것”이라고 분명히 했다.

3월 13일 국무장관에 지명된 마이크 폼페이오가 CIA 국장 재직 시 “더 이상 외교적 방법이 통하지 않는 지점에 도달했다고 판단되면 우리의 목표 달성을 위한 일련의 군사 옵션을 내놓을 준비를 하고 있다”고 한 것도 북한 핵문제에 대한 전 정부와는 다른 트럼프 행정부의 일련의 대책을 읽을 수 있다.    

북한 핵 위협에 직면, 거짓 민족공조를 제대로 인식하고 한미동맹 확고히 해야

어떠한 거래나 협상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협상 당사자가 상대방을 잘 알아야 하는 것처럼 한국은 북한이 하는 언행과 기도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 2500년 전 중국의 고대군사이론가인 손무(孫武)가 <손자병법>의 모공편(謀攻篇)에서 “상대를 알고 나를 아는 자는 백전백승하고, 상대를 모르고 나를 아는 자는 한번은 이기고 한번은 지며, 상대를 모르고 나를 모르면 매번 싸움에서 반드시 위태롭다”라고 한 말은 이번 3차 남북정상회담에도 적용된다.

김정은은 중국까지 동참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로 최대의 무역수지 적자가 증폭되고 있고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는 지난해 말부터 “제2의 ‘고난의 행군’이 오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퍼지는 가운데 2018년 신년사 발표를 통해 평화 공세와 대화로 위기를 탈출하려 하고 있다. 따라서 한국은 북한이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압박에서 야기된 제2의 위기를 탈출하기 위해 거짓 민족공조를 내세우면서 대화에 나온 사정을 제대로 파악하고 대화 대책을 세워야 한다.

또한 한국은 ‘조선반도 비핵화’를 내세워 북한 핵 폐기를 거부하면서 이제까지 상대방을 속이는 협상을 해온 북한에 대해 환상적 기대를 하지 않아야 한다. 북한 핵 폐기를 위해 대북 유화책을 선택하는 것은 해결책이 아니다.

북한 핵 폐기를 위한 대화가 시작되기 전에 대화 분위기 조성을 위해 대북 제재 압박을 늦추거나 북한 핵과 미사일을 머리 위에 이고 사는 위기 상황을 잊고 안보 태세를 약화시키고 한미동맹의 전쟁 억지력을 훼손하는 일을 하지 않아야 한다.

또한 한국은 미북 간 대화 실패로 B플랜이 현실화 될 경우에 대해서도 미국과 긴밀히 협의하고 공조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5월까지 북한과 정상회담을 가질 미국은 물론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주변 국가와 긴밀히 협의를 하면서 북한 핵 폐기 문제를 비롯해 남북한 관계 개선을 위한 직접 당사자로서 운전수 석에 앉아야 한다.

한국은 북한의 ‘조선반도 비핵화’ 주장에 경계하면서 4월 말 판문점 ‘평화의 집’ 3차 정상회담에서 직접 당사자로서 북한 핵 폐기에 집중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1992년 1월 20일 북한과 합의한 핵무기의 시험, 제조, 생산, 접수, 보유, 저장, 배비, 사용을 하지 않을 것을 문서로 약속한 ‘한반도 비핵화에 관한 공동선언’의 이행을 위해 북한의 핵 시설 신고와 IAEA에 의한 북한 핵 시설의 즉각적 사찰과 검증을 요구해야 한다.

한국은 과거 두 차례의 정상회담에서 사소한 군사적 긴장 해소 조치도 이루지 않은 상태에서 대규모 대북 지원을 한 실패 사례와 대북 국제제재 공조체제를 들어서 북한의 핵 폐기 없이는 어떠한 경제협력도 할 수 없다는 원칙으로 북한을 설득하고 끝까지 그 원칙을 견지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당면 북한 핵 폐기 로드맵을 합의, 이행하면서 자유를 북한 땅까지  확대해 통일을 달성하는 확고한 목표를 두고 북한 체제를 변화시킬 수 있는 대화와 관계 개선을 추진해야 한다.

이렇게 할 때 그동안의 통일 노력에 실망해 제기되고 있는 ‘한반도 2국 체제론’ 주장과 북한 핵 폐기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거론되고 있는 세간의 ‘종전 선언 후 평화협정 체결’과 ‘연방제 통일 합의’ 우려를 불식하고 국민의 전폭적인 지지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송종환 경남대 석좌교수
송종환 경남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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