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조선 이진동 사회부장에게 여론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고영태 전 더블루K 이사의 측근인 김수현 전 고원기획 대표가 녹음한 약 2400개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 이른바 ‘고영태 녹음파일’을 통해 이진동 기자가 고영태 기획폭로의 설계자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돼서다.
검찰이 헌법재판소에 제출한 고영태 녹음파일 중 일부가 언론을 통해 속속 보도되고 있는 가운데, 이진동 기자가 일정한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이는 정황이 담긴 것도 여러 건이다. 고영태와 그의 측근들에 여론이 쏠려 상대적으로 주목을 덜 받고 있지만 이 기자에 제기된 의혹도 만만치 않아 보인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이번 박근혜 대통령 탄핵 사태와 관련해 “이진동 기자가 답을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박 대통령 탄핵사태가 고 씨와 그의 측근들의 기획폭로로 인해 촉발됐고, 이진동 기자가 기획자로 보인다거나 은폐지시를 한 것으로 의심되는 대화가 확인돼서다.
TV조선 이진동 사회부장은 박 대통령 의상을 제작하던 신사동 의상실 내부 CCTV 설치 기획자로 지목됐다. 그가 2017년 1월 월간조선과 한 인터뷰에 따르면, 이 기자는 CCTV를 설치하고 관리하는 과정에 깊숙이 개입했다.
고영태 녹음파일의 존재와 내용을 최초로 알린 우종창 조갑제닷컴 객원기자(전 월간조선 편집위원)는 이에 대해 “신사동 의상실 내부 CCTV는 최서원 씨의 얼굴 사진 확보를 위해 이진동 기자의 기획에 따라 고영태 씨가 관리했다”며 “이진동 기자는 수시로 고영태 씨에게 연락해 'CCTV가 잘 돌고 있는지'를 확인하고, 점검했다”고 설명했다. ‘고영태 기획폭로의 중심인물은 TV조선 이진동 기자’라는 취지이다.
우종창 기자의 글에 따르면, 김수현 씨는 2016년 11월 8일, 검찰 조사를 받았다. 검찰 진술조서에서 김 씨는 “의상실 영상은 어떻게 촬영된 것인가요?”라는 질문에 “2014년 10월경, 고영태가 시켜서 제가 CCTV 설치업자를 불러 의상실에 있는 캐비닛에 한 대를 설치하여 촬영한 것으로, 저에게는 자기가 운영하는 의상실 직원들의 근무태도를 보겠다고 하면서 부탁하였는데, 결국은 기자에게 주는 꼴이 되었습니다”라고 답했다. 또한 “위 영상을 기자에게 제공하는 사실은 알았나요?”라고 묻자 “예, 그렇습니다”라고 답했다.
“새로운 사람한테 줄을 대서 이거를 친박 세력 죽이는 용으로 쓰고” 증거인멸 지시 정황도
김수현 씨는 이진동 기자가 지난 2008년 제18대 국회의원선거에서 한나라당 후보로 경기도 안산지역구에 출마했을 당시, 고영태 녹음파일에 등장하는 또 다른 인물인 이현정 씨와 함께 ‘이진동 캠프’에서 비서진으로 일했다.
이진동 기자가 국회의원 선거에서 낙선한 뒤 TV조선 기자로 언론계에 복직하자, 김 씨는 2014년 지자체 선거 때 안산시장 후보로 출마한 ‘박주원 캠프’에서 회계책임자로 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영태 녹음파일을 보도한 MBC와 우종창 기자에 따르면, 이진동 기자는 이현정 씨에게 증거인멸을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현정 : (휴대폰은) 해지하고, 그거를 유심 칩 뽑아서 찢어버리고, 전화기를 그냥 한강 같은 데다가 던져버리라고 그러더라고…”
이 같은 지시는 증거인멸에 해당되는 것으로, 우종창 기자는 “계속된 MBC 보도에 의하면, 2015년 초부터 시작됐던 녹음파일은 증거인멸과 관련한 이 대화가 있은 지 10여 일 뒤부터는 흔적을 찾을 수 없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지난 2016년 7월 4일자 녹음파일에 등장하는 김수현 씨와 류상영 전 더블루K부장 사이에 오간 대화에서는 이진동 기자의 의도를 놓고 추측하는 대목도 등장한다.
“류상영 : 새누리당 안에 지금 친박, 비박, MB계들 다 각자 지분을 갖고 싸움을 하고 있잖냐. 정권을 잡으려고…거기 중에서 친박연대가 아닌 비박연대 쪽 새로운 사람한테 줄을 대서 이거를 친박 세력 죽이는 용으로 쓰고 내부에서…거기서 정권이 이양이 되면 거기서 자리를 받으려고 하는 거 아닐까?”
“이진동 기자는 빅브라더 같은 존재”…“수사가 필요하다”
이와 관련해 정규재 한국경제신문 주필은 정규재TV를 통해 “새로운 놈한테 줄을 대고 친박 세력 죽이고 정권이 넘어가면 거기서 자리를 받으려고 하는 것 아니냐고 물으니까, 박근혜는 레임덕이 와서 죽을 텐데 여기다 기름을 확 붓는 거다. 완전히 친박연대 죽여 버리고 거기서 누가 되면 자리를 받는다는 거죠. 이모씨가 그런 계획을 하고 있다고 서로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라며 “적어도 여기서 이야기하는 이모씨는 TV조선의 이진동 사회부장으로, 이 부장은 거기에 답을 해야 한다. TV조선은 답을 해야 한다. TV조선과 조선일보가 왜 그런 그런 행태의 보도를 했는지 답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한명 미디어펜 논설주간은 이와 관련한 칼럼 <"최순실 아닌 고영태 게이트"…김수현 녹음파일 판도라 상자?>를 통해 “박 대통령 탄핵사건까지 이르게 된 최순실 국정농단의 실체가 한탕을 꿈꾼 고영태와 일당들의 농단이었음이 드러난 작금, 이진동 부장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는 우리가 분명히 알 필요가 있을 것 같다”며 “개인적으로는 수사가 필요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 밖에도 이른바 고영태 녹음파일 곳곳에는 이진동 기자가 여러 의혹을 낳을 수 있는 발언들을 하는 대목이 등장한다.
박 대통령 측 손범규 변호사는 지난 14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 13회 변론기일에서 이진동 기자를 추가증인으로 신청하면서 "이진동이라는 존재는 '김수현 녹취파일'에 대한 핵심 인물들을 훤히 들여다보는 빅브라더 같은 존재"라며 "대통령 입장에서는 기습적인 언론보도를 나오게 한 배후 인물"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박 대통령 측은 “이진동은 마치 트로이목마처럼 김수현 대표를 최순실과 고영태에게 보낸 사람”이라며 “요컨대 정상적인 프로세스가 아니라 기획적인 폭로공작이 오래 전부터 있었다”고, TV조선 이진동 기자 조사와 신문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기획적인 폭로공작이라면, 과연 이진동 기자 단 한 사람의 개입만이 있었는지도 의문이다. 탄핵정국에서 마치 계획된 듯 진행된 언론보도와 정치권의 움직임 역시 여러 추측을 낳게 하는 대목이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의 결과는 예측 불가이다. 그러나 대통령 탄핵사태를 촉발한 주범으로 지목된 언론의 문제에서 JTBC와 함께 이진동 기자와 관련한 논란은 어떤 형태로든 공론의 과정을 거쳐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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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 죗값은 받게되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