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을 울린 한 자동차 레이서의 위대한 고백
백악관을 울린 한 자동차 레이서의 위대한 고백
  • 이상민 기자
  • 승인 2015.02.26 11: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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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미국]

나쁜 일이 꼭 나쁜 경우만 있는 것은 아니다. 미국의 유명한 자동차 경주 레이서인 데럴 월트립(Darrell Waltrip)의 경우 바로 그 말이 사실임을 증명해주고 있다.

데럴 월트립은 미국의 자동차 경주대회인 NASCAR(The National Association for Stock Car Auto Racing, 나스카)에서 전설로 통한다. NASCAR는 전국 스톡자동차 경주대회를 지칭하는데 ‘스톡자동차’란 일반 시판된 자동차를 개조해 만든 경주용 자동차를 말한다.

1948년 미국 동남부 지역 오락행사로 시작한 이 NASCAR는 미국에서 시청률 기준으로 전국풋볼리그(NFL) 다음으로 인기가 많다. 타원형 경주장에서 시속 200마일 이상으로 주행하는 자동차들 간에 추월과 접촉이 일어나는 등 박진감이 넘치기 때문이다.

▲ 현역 시절의 데럴 월트립

데럴 월트립은 2000년 은퇴 전까지 NASCAR 챔피언십 3회 우승 등 통산 84회 우승을 해 2012년 NASCAR 명예의 전당에 올랐다. 그는 NASCAR 자동차 레이서 중 처음으로 1000만 달러의 수입을 올려 명예와 부를 동시에 거머쥐었다.

지난 5일 워싱턴 DC에서 열린 국가조찬기도회에 주연사로 등장한 월트립은 그동안의 노력으로 명예와 부를 누린 것은 사실이지만 그 스스로 안하무인의 오만한 사람이 됐다고 고백했다.


사고 다음에 찾아온 기회

“그때 나에 대한 표현들은 이러했다. 자신만만하다, 인정사정없다, 강요적이다, 오만하다, 건방지다, 냉담하다, 한마디로 재수 없다.(웃음)”

일부 팬들도 이런 모습에 야유를 보냈지만 거기에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를 만족시키는 것이라면 뭐든 다 했다면서 그는 다음과 같이 털어놓았다. “술집에 가서 놀면서 술을 많이 먹었다. 나한테 좋은 느낌을 주는 것이라면 다 했다. 그게 당시 내 삶의 스타일이었다.”

켄터키의 가난한 집에서 태어난 그는 어려서부터 자동차 레이서가 되겠다는 꿈을 키워 20대 초반부터 NASCAR 레이서로 활동했다. 과감한 운전 스타일로 그는 승승장구했고 1981년과 1982년 NASCAR 챔피언십에서 연속으로 우승하는 전례 없는 기록을 세웠다.

전성기를 누리던 그에게 1983년 2월 20일 플로리다 열린 데이토나 500마일 경주에서 대형사고를 당하는 나쁜 일이 일어났다. 4번째 바퀴를 돌고 중간에서 달리던 그의 차가 옆에 있는 차와 부딪히면서 두 차는 트랙 밖으로 튕겨 나왔고 뒤엉킨 채 몇 차례 회전한 후 데굴데굴 굴러가기 시작했다.

월트립이 타고 있던 차는 더 많이, 더 크게 굴러 차문이 떨어져나가는 등 차체가 완전히 찌그러지는 대형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이날 그의 차가 굴러가는 사고 영상은 국가조찬기도회에서 그의 연설이 시작되기 전에 소개됐다.

앰뷸런스와 사람들이 몰려왔고 차 안에 끼어 있던 월트립은 급히 병원 응급실로 실려 갔다. 차가 구르면서 머리를 부딪친 월트립은 뇌진탕으로 의식을 잃었고 사고 후 2주 만에 기적같이 의식이 돌아오며 살아났다. 그는 절망했다. 다시는 자동차를 타지 못할 것 같았다.

그러나 월트립은 이 사고가 자신을 정신차리게 한 위대한 기회였다고 말했다. “당시 챔피언십에서 2년 연속 우승하면서 성공가도를 달렸는데 이 사고를 계기로 ‘나는 죽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고백했다. 그는 “그날 데이토나에서 내가 죽었다면 어떻게 됐을까? 나는 천국, 지옥 중 어디로 갔을까? 나는 그때까지 꽤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인간적으로 좋은 사람들도 지옥에 간다. 예수 그리스도를 구세주와 주님으로 믿지 않아 그분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면 말이다”라고 밝혔다.

“그분이 인생의 주인이 아니라면, 그분 앞에 무릎 꿇고 자신의 죄에 대해 용서를 구하지 않았다면, 당신은 좋은 사람이라고 해도 지옥에 간다.”

월트립의 이 말에 국가조찬기도회 온 사람들 가운데 박수가 터져 나왔다.

▲ 지난 5일 워싱턴 DC에서 열린 국가조찬기도회에서 연설하는 데럴 월트립

사고가 있기 전까지 월트립은 교회에 가지 않았다. 독실한 기독교인인 그의 아내가 교회를 가자고 하면 자동차 레이스가 일요일마다 있다며 시간이 안 되고 교회 같은 것에 관심이 없다고 말해왔다. 하지만 그의 아내는 자신을 위해 계속 기도했다며 누군가 자신을 위해 기도한다고 할 때 조심하라고 해 참석자들 속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월트립은 이 사고를 계기로 하나님을 찾기 시작했고 아내와 함께 교회에 나갔다. 그리고 그해 7월 테네시 내쉬빌 인근의 한 고등학교에서 그의 아내가 지켜보는 가운데 한 목사님의 인도 하에 예수를 자신의 구세주로 믿는 기도를 했다.

“나는 무릎을 꿇었고 기도했다. ‘예수님, 내 인생에 들어오십시오. 나의 죄를 용서해 주십시오. 나의 주인이자 구원자가 돼 주십시오’ 내 인생에서 가장 위대한 날이었다. 그 뒤 모든 것이 바뀌었다.”

월트립은 “내 어깨를 누르던 세상의 무게들이 없어지는 느낌이었다. 새로 태어난 것 같았다. 지금도 문제가 있고 뭔가 일이 계속 터진다. 하지만 나 혼자 있지 않다. 나를 보호하고 안내하는 분이 있다”고 말했다.


인생에서 가장 위대한 날

그의 이 같은 극적인 회심은 미국 교계에서도 잘 알려져 그의 회심 스토리를 담은 책도 나왔다. 이후 그의 삶은 바뀌었다. 자신의 성공만을 추구하며 오만한 태도를 보여 가까운 친구 하나 없던 그는 그때부터 다른 사람들을 보기 시작했다. 자신이 한 것과 자신이 할 수 있는 것만 강조했던 그는 예수님이 한 것을 말하며 겸손해졌다.

그 결과 그가 받은 상은 또 다른 우승이 아니라 1989년과 1990년 가장 인기 있는 NASCAR 레이서로 선정된 것이라고 말한다. 사람들이 자기를 좋아하기 시작한 것이 자신의 상이라는 것이다. 월트립은 사고 뒤에도 NASCAR 챔피언십에서 한차례 더 우승하고 다른 경주에서 우승하는 등 우승 행진을 이어갔다.

그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 내외, 티베트의 달라이 라마 등이 참석한 이날 국가조찬기도회에서 “당신 혼자 걸어갈 필요가 없다. 모든 짐을 혼자서 질 필요도 없다. 내가 했던 것처럼 하면 된다. 교만한 자리에서 내려와 무릎을 꿇고 예수님께 자신의 죄에 대해 용서를 구해라. 그분이 기다리고 있다. 나는 그것을 몰랐고 인정하지 않았었다.”고 말하며 연설을 마쳤다.

참석자들은 기립박수를 보냈고 월트립은 오바마 대통령 내외와 인사한 후 지난 45년의 결혼 생활 동안 자신을 위해 기도해온 아내 스티비 월트립의 손을 잡았다. 그가 이날 예수 그리스도만을 믿어야 구원을 얻는다는 복음을 국가조찬기도회에서 전했다는 사실에 미국의 많은 기독교인들은 감동과 아울러 도전을 받고 있다.


워싱턴=이상민 기자 proactive0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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