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 반대하면 해고당하는 미국사회, 언젠가 우리도?
동성애 반대하면 해고당하는 미국사회, 언젠가 우리도?
  • 이상민 기자
  • 승인 2015.01.23 10: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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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 뉴스]

케빈 코크란은 미국 조지아 주 애틀랜타에 있는 엘리자베스 침례교회 집사다. 그는 주일학교 교사를 하며 성경공부 교재용으로 얼마 전 신앙 서적을 썼다. 책 제목은 <Who Told You You Are Naked?>이다.

애틀랜타 시 소방국장인 그는 이 책을 자신과 같이 일하는 몇몇 직원들에게 읽어보라고 나눠 줬는데, 이 책 때문에 지난 1월 6일 해고당했다.

애틀랜타 시당국의 설명을 종합하면 책 내용 중 동성애와 동성결혼을 폄하하는 내용이 있는데, 이것은 시의 입장과 배치되기 때문에 이런 시각을 가진 사람이 소방국장으로 있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다.

코크란 전 소방국장은 책에서 동성애는 불결한 것이며 동성 간 성교는 하나님의 성전인 육체를 더럽히고 하나님을 욕되게 하는 천박한 성행위라고 말했다.

기독교계에서는 코크란 전 국장의 이 말이 자신의 기독교 신앙에 따라 한 것인데 이를 이유로 해고시키는 것은 미국 헌법 제1조에 보장된 종교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며 항의 집회를 여는 등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동성애와 동성결혼이 차별해서는 안 되는 사회규범으로 어느새 자리 잡은 미국에서, 이를 용납하지 않는 기독교인들이 처하게 될 핍박과 어려움의 전조로 평가된다.

미국에서 동성애를 이유로 차별을 금지하는 혐오방지법이 2009년 10월 채택되면서,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차별했다며 처벌받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특이한 점은 대부분이 기독교인들로 결혼식 관련된 업종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다수라는 점이다.

아이다호에서 결혼식장을 운영하는 목사 부부는 지난해 2월 동성결혼식을 거부해 고소당했다. 이들은 자신들의 기독교 신앙에 따라 거부했지만 동성애자들을 차별한 것이라며 180일 간 수감되거나 매일 1000달러의 벌금을 내야 하는 상황에 처해졌다.

▲ 지난 13일 미국 기독교계가 조지아 의사당에서 케빈 코크란 전 애틀란타 소방국장의 해고를 항의하며 개최한 집회에서 본인이 직접 나서서 연설을 하고 있다

워싱턴 주에서 꽃가게를 운영하는 바로넬 슈츠만은 2013년 3월 자신의 동성결혼식에 사용할 것이라며 찾아온 남자에게 꽃을 팔지 않아 주 검찰로부터 고소를 당했다.

콜로라도에서 제과점을 운영하는 잭 필립은 2012년 7월 자신들의 결혼식에 사용하겠다며 찾아온 두 명의 남자에게 케이크를 팔지 않아 고소당했다. 뉴멕시코에서 전문 사진가로 활동하는 엘라닌 휴주닌은 2명의 레즈비언들이 자신들의 결혼식 사진을 찍어달라고 요청받았는데 거절해 고소당했다.

이들은 법으로는 동성결혼이 합법이지만 결혼을 한 남자와 한 여자 간 결합으로 보는 자신의 기독교 신앙으로는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를 이유로 동성결혼식에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바람에 고소까지 당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기독교계 핍박은 종교 자유 침해 행위

이처럼 동성결혼을 반대하는 추세에 따라 미국에서는 결혼식 관련 사업들이 줄어들고 있다. 플로리다의 잭슨빌 지역 내 3개 카운티는 지난 5일 법원에서 결혼식하는 업무를 더 이상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아예 법원에서 결혼식하는 것을 폐기해 나중에 동성결혼식을 하느냐 마느냐를 두고 둘러싼 어려움을 원천적으로 막겠다는 조치다.
하지만 미국보다 일찍 동성애와 동성결혼을 인정한 유럽에서 기독교인들이 동성애와 동성결혼을 거부해서 당하는 핍박의 정도를 볼 때 이런 조치는 미봉책에 불과하다.

독일에서는 동성애 잡지 출간을 거부한 인쇄업자가 소송을 당했고 프랑스에서는 동성결혼식 주례를 거부한 한 시장이 5년형 선고를 받았다. 영국에서는 교회에서 동성결혼식을 할 수 있도록 요구하는 소송까지 나왔다.

미국 교회는 이런 상황에서 기독교인들이 동성애와 동성결혼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자신의 신앙에 따른 것으로 해석했다. 따라서 이를 이유로 기독교인들을 핍박하는 것은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며 맞서고 있다.

유력한 149명의 미국 기독교계 대표들이 2009년에 밝힌 맨하탄 선언은 미국 내 기독교 교회나 단체들이 자신의 신앙을 지키는 것 때문에 박해를 받는 등 미국 건국의 기틀인 종교의 자유가 제한받고 있다며 현재의 이런 사례들이 발생하는 것을 ‘폭정의 서곡’이라고 지적했다.

이제 미국 기독교인들은 성 어거스틴의 말처럼 ‘사람의 도시’(City of man)이냐 ‘하나님의 도시’(City of God) 사이에서 선택하게 됐다며 미국 기독교계 대표들은 기독교 신앙을 지키기 위해 필요하다면 정부에 시민불복종도 감수하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밝혔다.

390여 년 전 청교도들이 종교의 자유를 찾아와 기독교 정신으로 세운 미국에서 지금 미국 기독교인들은 다시 자신의 종교의 자유를 찾고 지켜야 하는 시대 속으로 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워싱턴=이상민 기자 proactive0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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