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환방북보다 시급한 내 가족 지원방북
화환방북보다 시급한 내 가족 지원방북
  • 미래한국
  • 승인 2014.12.29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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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애란의 평양별곡]

지금으로부터 3년 전 휴대폰으로 “김정일이 죽었다”라는 짧은 메시지가 들어왔다. 그때 당시 통일체험교육을 온 어느 한 초등학교 학생들에게 강의를 하느라고 문자 메시지를 제때에 확인하지 못했다. 강의가 끝나고 난 12시쯤 문자 메시지를 확인하는데 사방에서 난리가 났다.

탈북자들이 그렇게 고대하며 바랐던 김정일이 드디어 죽었다는 것이었다. 탈북해 세상 물정을 알게 되고 우리가 그동안 북한에서 너무도 속아서 인간의 모든 자유와 인권을 박탈당한 채 짐승처럼 살아왔다는 것을 깨달은 순간부터, 김정일에 대한 분노는 하늘을 찔렀고 그가 하루빨리 죽기를 간절히 기도했었다.

그런데 그 김정일이 죽었다. 너무나 가슴이 벅차고 기쁨의 환호가 터져 나왔지만, 북한에 들어설 세습정권을 어떻게 하면 끝장낼 것인가 하는 고민 때문에 안타까웠다.

북한 주민들이 오늘과 같이 굶주림에 시달리고 가난에 찌들어 굶어죽고 맞아죽고 얼어 죽는 것은, 바로 김일성과 김정일 부자가 자신들의 수령우상독재정권을 유지하는 희생양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이처럼 김일성·김정일·김정은의 야만적이며 반인륜적인 폭압정치를 숨기기 위해, 분단 상태의 남북한 수천만 동포들은 고통을 당하고 있는 것이다.

수백만명이 굶어죽고 수십만명이 정치범수용소에서 짐승처럼 학대당하고 있는 현실에서 북한 주민들의 인내도 한계에 달했는지, 최근에 알려지는 자료들에 의하면 이곳저곳에서 미묘하지만 크고 작은 소요들도 일어나고 있다고 한다.

1980년대 초 동유럽 사회주의국가를 방문한 김일성은 동유럽국가 국민들이 생활상의 불편 때문에 정부에 반항하는 것을 보고 돌아와서 “우리 인민은 참 좋은 인민입니다”라고 말했다.

동유럽국가 인민들은 수돗물 문제나 전기 문제와 같은 생활상의 자그마한 불편 때문에도 국가를 반대하는 시위를 하고 들고 일어나기 일쑤였다.

▲ 김정일 사망 3주기를 맞아 김정은이 당‧정‧군 고위 간부들을 거느리고 김일성과 김정일의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7일 보도했다/연합

고통을 당하고 있는 수천만의 동포들

그런데 북한 주민들은 배급을 안 줘도 가만히 있고, 전기나 수도 같은 것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는 생각에 1년 내내 수돗물이 안 나와도 불평 한마디 없고, 조명용 전기조차 보장해주지 않아 암흑 속에서 살면서도 “수령님 고맙습니다.”와 “세상에 부럼 없어라”를 외쳐주니, 뻔뻔한 김일성의 입장에서도 북한 주민들에 대한 연민이 좀 있었던 같다.

그런데 김일성이 죽고 나니 북한은 완전히 지옥으로 치달았다. 수돗물은 상상도 할 수 없고, 전등 같은 것은 있었던 것인지도 모를 정도이고, 온 나라가 굶주림에 시달려 방방곡곡에 거지 떼가 창궐하고, 300만명이 굶어죽고 수만명이 얼어 죽고, 또 수만명이 공개처형으로 총에 맞아 죽고, 식량 구입으로 아수라장이 된 기차에서 떨어져 죽고,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었는지 통계조차 없는 인간 살육장으로 전환됐다.

그래서 살기 위해 목숨 걸고 뛰쳐나온 탈북자들은 중국에서 물건처럼 이집 저집 팔려 다니고, 그렇게 물건처럼 팔려간 북한 여성들은 완전히 중국인들의 성노리개가 됐다.

심지어는 한집에서 아버지와 아들들에 의해 성폭행을 당하는 야만의 상태에 처해졌고, 중국 공안에 체포돼 강제 북송되면 감옥에 끌려가 잔인하게 고문당하고 공개처형을 당하고 있다.

유엔식량농업기구가 발표한 데 따르면 현재 북한에는 인구의 1/3에 해당하는 930만명이 굶주리고 있고, 760만명은 심한 영양실조에 걸려 죽음의 날을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따라서 태양궁전에서 북한 주민들이 굶어죽는 대가로 우상처럼 떠받들여지고 있는 김정일의 시체를 찬미하기 위한 화환방북보다는, 죽음의 문턱을 넘나들며 구원의 손길을 기다리는 북한 주민들을 살리기 위한 탈북자와 실향민들의 내 가족 지원방북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

정부는 실향민과 탈북자들에게 스스로 자기 가족을 살릴 수 있도록 내 가족 지원방북을 신속히 승인하고 제반 조치를 즉각 실행해주기 바란다.

 

이애란 편집위원·북한전통음식문화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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