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북 콘서트’ 저서에 드러난 그녀들의 삐딱한 시선
‘종북 콘서트’ 저서에 드러난 그녀들의 삐딱한 시선
  • 정용승
  • 승인 2014.12.12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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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초점]

바야흐로 콘서트의 계절이다. 칼바람이 귓불을 스치는 겨울에는 추운 거리보다 따뜻한 홀에서 연인과 혹은 가족들과 즐기는 편이 좋기 때문이다.

그래서 겨울이 되면 가수들의 콘서트 티켓은 매진이 되기 일쑤다. 올해도 이런 기대를 품고 일찍부터 콘서트를 알아보기 위해 인터넷을 뒤지는 사람들이 많았을 것이다. 그런데 콘서트 목록들을 뒤지다보면 색다른 이름의 콘서트가 보인다. ‘통일 콘서트’다.

통일 콘서트가 뭐가 문제냐고 할 수도 있겠다. 오히려 통일을 365일, 1년 내내 생각해서 하는 거라면 칭찬해줘야 마땅하지 않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맞는 말이다. 물론 전제가 붙는다. 대한민국 주도의 평화통일이라는 전제 말이다. 그러나 ‘통일 콘서트’는 그렇지 않다는 데 문제가 있다.

첫 번째 통일 콘서트는 지난 11월 19일 조계사에서 열렸다. 제목은 ‘평양에 다녀온 그녀들의 통일 이야기’였고, 출연자는 재미교포 신은미와 황선 전 민주노동당 부대변인이었다.

그녀들은 통일을 말하긴 했다. 단지 ‘평화’통일이 아닌 ‘적화’통일에 가까웠다는 것이 문제였다. 명색이 ‘통일 콘서트’라는 타이틀을 걸었지만 이른바 ‘종북 콘서트’라고 비판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녀들이 했던 발언을 보자. 신은미는 “사람들이 젊은 지도자에 대한 기대감이 차 있다. 젊은 지도자가 나타나셔서 우리의 삶을 활기차게 발전시킬 것이라 얘기하는 사람도 있다. 그리고 한 동포가 위원장님과 사진을 찍고 가라고 해서 깜짝 놀랐다. 우리는 대통령님을 몇 개월 기다려도 못 만나는데 여기는 다르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북한 주민들이 김정은에 대해 많은 기대감을 가지고 있다는 말이었다. 그렇다면 탈북자들은 김정은에 대한 기대감이 없었기 때문에 죽음을 무릅쓰고 도망쳐 나온 것일까.

이어지는 황선의 말은 더 황당하다. “세 쌍둥이가 태어나면 노동신문에 세 쌍둥이에 대한 기사가 나온다. 그리고 사람들은 세 쌍둥이 덕분에 나라에 경사로운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아이들은 6kg이 될 때까지 병원에서 돌봐준다. 굉장히 섬세한 부분에 제도가 되어 있구나 생각했다.” 이 말을 이해하기 전에 우선 알아야 할 것이 있다. 보통 잘 사는 나라에서는 ‘누가 굶어 죽었다’는 기사가 신문에 실린다.

누군가가 ‘굶어’ 죽었다는 것이 이슈가 될 정도로 나라 전체가 부유해졌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가난한 나라에서는 ‘굶어’죽었다는 기사가 나오지 않는다. 굶는 것이 일상이기 때문이다. 이런 인식으로 황선의 말을 다시 한 번 보자.

세 쌍둥이가 신문에 나왔다고 황선은 말했다. 즉, 북한에서는 세 쌍둥이가 태어나면 신문에 실릴 정도로 ‘경사’가 됐다는 말이다. 반대로 한국에서는 세 쌍둥이가 나왔다고 해서 신문에 실리지 않는다. 열 쌍둥이면 나올 수도 있겠다. 황선은 자신의 입으로 북한의 현재 상황, 가난함을 증명한 꼴이 됐다.

 

  

서울‘동무’가 쓴 평양‘친구’ 이야기

 

통일 콘서트가 막을 내린 뒤 언론에서는 이를 ‘종북 콘서트’라고 비판했다. 그리고 황선과 신은미에 대한 보도가 쏟아졌다. 황선이 지난 2005년 10월 평양을 방문해 원정출산을 했던 일, 신은미가 지난 2011년 10월부터 12년 5월까지 세 차례 북한을 방문했던 일 등이 보도를 통해 쏟아져 나왔다.

심지어 신은미는 지난 2012년 4월 김일성 100회 생일주간 때 평양에서 축하노래를 부른 사실도 밝혀졌다. 공연이 끝난 뒤 눈물을 흘렸다는 것도 포함해서 말이다.

재미 있는 점은 평양을 다녀왔던 두 여자들이 각각 쓴 책이다. 이 책을 통해 그녀들의 북한에 대한 생각을 좀 더 자세히 알 수 있다. 황선이 쓴 책은 <서울동무 평양친구>라는 제목의 방북 수기다.

황선은 이 책을 90일간 북한을 갔다 온 뒤 국가보안법위반으로 감옥에 있을 때 썼다고 한다. 총 25개 챕터로 구성된 이 책의 추천사는 배우 권해효가 썼다. 황선의 생각을 들여다보자.

‘남조선에서 자꾸 우리보고 파쇼독재국가니 권력세습이니 해대는데, 그건 우리를 잘 모르고 하는 소립니다. 파쇼독재라고 비난하려면 그걸 증거할 만한 것을 내놓으며 얘기해야 하는데, 단지 한 사람이 몇 년 동안 최고지도자 자리에 있었는지만 갖고 우기곤 합니다. 어느 사회가 파쇼사회다라고 할 땐 첫째, 그 사회의 법제도 중에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악법이 존재하는지를 먼저 봐야 하는데 우리 사회제도를 제대로 알기나 하고 그런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둘째, 파쇼사회는 역사 속에서 공권력이 불법으로 인민대중을 학살하고 탄압한 사실이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선 전쟁시기에도 재판 없이 사람을 처형한 예가 없고 남조선에서 있었던 4·19, 5·18 때의 학살 같은 역사도 없습니다. 한 사회의 최고지도자의 임기가 몇 년이나 됐는지를 먼저 계산하는 것이야말로 권력 상층부가 쉽게 부패해온 역사를 가진 사회의 자기식 계산방법이 아닌가 합니다. 

사실 남조선의 광주학살 같은 경우 전두환의 신군부가 권력을 장악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인데, 이것만 봐도 파쇼독재를 그런 식으로-권력을 장악한 년 수를 세는 식으로-규정하는 것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 분명합니다. 그리고 나라마다 통치형태와 수반의 임기 등은 다 다릅니다. 남조선이 중국보고 주석제를 폐지하고 대통령제로 바꾸라고 큰소리치면 국제적인 망신이 되듯 우리 제도에 대해서도 존중할 줄 알아야 합니다.’ 

‘정말 이상한 것’ 챕터의 일부분이다.

일관적으로 논리가 없다는 게 특징이다. 세계가 비난하는 북한의 독재를 증거가 없는 주장이라는 말이 가관이다. 북한이 인민대중을 학살하고 탄압한 사실이 없다는 것도 그렇다.

장성택은 인민대중이 아니었기 때문에 총살당한 건지 묻고 싶을 정도다. 나라마다 통치 형태와 수반의 임기 형태가 다르기 때문에 북한의 제도를 존중해야 한다는 말은 개그 프로그램에서나 나올 법한 말이다.

임기가 나라마다 다르기는 하다. 그런데 북한은 지도자(?)마다 다르다는 게 문제다. ‘임기’라고 해야 하는지도 의문이다. ‘죽는 날’이 임기의 마지막 날이기 때문이다. 북한의 이런 황당한 ‘임기’를 황선은 ‘제도’라고 믿는 것일까. 황선은 북한의 어느 모습을 보고 온 것일까.


재미동포 아줌마가 본 북한 교회

신은미도 2012년 11월 <재미동포 아줌마, 북한에 가다>라는 제목의 방북기를 냈다. 이 책은 신은미가 ‘오마이뉴스’에 연재했던 글을 모아놓은 책이다.

책의 여는 글에 신은미는 ‘오마이뉴스와 연재를 하는 동안 많은 격려를 주신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님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고 쓰고 있다.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은 DJ정부 때 24대 국가정보원 원장과 27대 통일부 장관을 역임한 바 있다. 이외 몇몇에게도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있다.

총 29개 챕터로 구성돼 있는 이 책도 황선의 책과 큰 차이는 없다. 두 권 모두 여행 수기 식의 책이다. 이 중 ‘편견과 왜곡’ 챕터의 일부분을 발췌해본다.

‘계단을 내려오는 사람들의 얼굴빛이 환하다. 가짜 교회에서 가짜로 예배를 드린 사람들이라고 하기에는 꾸밈이 없다. 얼굴빛이 밝고 생기가 넘친다. 이날 이곳에 예배를 드리러 온 외국 관광객은 우리밖에 없는데, 설마 예배 시간도 맞추지 못한 우리에게 가짜 성도들을 대기시켜 놓지는 않았으리라. (중략) 마침 예배당 안에서 나오시던 목사님이 우리를 보시고는 반갑게 맞아주신다.

자상하게 교회를 안내해주시며 이 교회 건물의 땅은 국가에서 제공했다는 설명을 해주신다. 그리고 지난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 시절에 남한에 있는 교회들이 보태줘 원래 있던 교회 건물을 증축하고 설비를 더 갖추게 되었다고도 알려주신다. 교회 안은 그랜드 피아노에 음향 시설과 영상 시설이 현대식으로 아주 잘 갖춰져 있었다.’

이와 관련해서 장진성 시인의 탈북 수기인 <경애하는 지도자에게>를 참고해 볼 만하다. 북한의 대남공작기관인 통일전선부에서 근무했던 그의 말이 북한을 ‘여행’하고 온 그녀의 말보다 더 신빙성 있기 때문이다. 정말 북한에도 종교의 자유가 있는 것일까. <경애하는 지도자에게>의 일부를 옮겨본다.

‘그래서 북한에서의 종교란 사회적 다양성을 주장하고 대북지원 유인, 친북 인물 포섭과 확대를 위한 통전부 교류2과 소속으로 존재하는 일종의 공작부서들이다. (중략)

실제로 2000년 평양 시내 한 노인이 화를 자처한 사건이 있었다. 그날은 국제종교단체를 맞이하기 위해 ‘장춘성당’문을 활짝 열어놓은 공작의 날이었다. 80세 노인이 평생 숨겨 두었던 성경책을 들고 제 발로 찾아갔다.

1950년 6·25 전쟁 때까지 예수님을 믿었다가 미군 비행기에 가족을 잃은 후부터는 김일성 수령님을 더 믿게 됐다던 열성 노동당원이었다. 말년은 누구나 추억에 사는 나이라며 밖으로 간간이 새어 나오는 찬송가를 듣고 과거 생각에 찾아 들어오게 됐다는 설명도 했다.

그러나 그 노인은 ‘신부’의 옷을 입은 통전부 요원의 신고로 즉석에서 보위부에 끌려갔다. 그 위장신부는 그해 통전부 일 년 총화에서 정체를 숨기고 살던 오랜 종교분자를 색출했다는 공로로 통전부 전체 직원들의 박수를 받으며 국기훈장 1급이 수여됐다.

그 노인이 정치범수용소로 끌려가면서 빼앗긴 성경책은 통전부가 북한의 오랜 종교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증거물로 대외교류에 활용되고 있다.’ 장진성 시인의 수기에 의하면 신은미는 북한의 공작에 제대로 넘어간 것이다.

▲ 신은미 씨(오른쪽)와 황선 전 민주노동당 부대변인(왼쪽)이 통일콘서트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연합

탈북자들의 끝장토론 제안도 거부

신은미와 황선의 책을 읽고 종합해보면 정말로 이 사람들이 북한에 대해 오히려 보통 사람들보다 모르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북한에서 보고 느낀 것을 서술한 부분도 대부분 피상적이고 책도 관광 수기를 읽는 것 같다.

그래서 그들이 정말로 북한을 이해하고 북한 체제를 알고 있다고 보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해병대 캠프를 다녀온 후 ‘군대 별 거 아니구나’라고 생각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한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황선과 신은미에 대한 비판과, 이런 사람들이 당당하게 토크 콘서트를 열고 있다는 것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 둘은 지난 2일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오히려 표현의 자유를 침해받았다는 입장을 발표했으며 통일 콘서트를 계속 이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탈북자들이 제안한 끝장토론을 거부했다.

이와 관련해 또 하나 논란이 되는 것은 조계사에서 열렸던 통일 콘서트에 깜짝 게스트로 참석했던 임수경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입장이다. 임 의원은 “행사가 있어서 잠깐 들른 것 뿐”이라는 입장을 전했지만, 임 의원도 과거 방북했던 전례가 있는 만큼 제대로 된 입장 표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 논란 후 홍익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지난 4일 ‘신은미를 초대해 토크 콘서트를 국회에서 다음 달 4일 열겠다’고 밝혔으나 당내의 반발로 인해 김대중 도서관으로 장소를 옮겼다가 결국 취소한 바 있다.

홍 의원은 ‘신은미 씨에 대해 잘못 알려진 사실을 제대로 밝히자는 취지’라고 밝혔지만, 비판을 피해가기는 어려울 것 같다. 또한 새정치민주연합도 임 의원의 이런 행동에 대해 당의 입장을 분명히 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북한에 우호적인 정당이라는 꼬리표를 확실히 떼어내야 할 입장이기 때문이다.


정용승 기자 jeongys@futur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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