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이 규제개혁의 골든타임”
“2015년이 규제개혁의 골든타임”
  • 이원우
  • 승인 2014.11.04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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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인터뷰] 김종석 홍익대 경영대학장
 김종석 홍익대 경영대학장

커버 주제가 ‘규제개혁’으로 잡힌 시점부터 딱 한 사람밖에 생각이 안 났다. 김종석 홍익대 경영대학장이다. 프린스턴대 대학원 경제학박사이자 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이자 국민경제자문회의 위원 그리고 본지 미래한국의 편집위원이라는 이유 때문만은 아니다. 

차라리 이건 심리학에서 말하는 각인효과(imprinting effect)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그는 우리나라에서 규제개혁연구분야 최고 전문가로 꼽히고 실제 지난 4월 박근혜 대통령 주재 아래 청와대에서 열린 규제개혁 대토론회에서 사회를 보기도 했다.

개인적으로는 10년 전 경영학부 1학년 1학기 시절의 기자에게 ‘경제학원론’을 가르쳐 준 장본인이다. ‘이 바닥’에 들어오게 된 입구를 제공해준 셈이니 그가 말하면 뭐든 정답으로 보이는 건 ‘시장경제 10년차’ 기자의 인지상정일까. ‘시장경제 마스터’인 그가 규제개혁의 묘수를 무엇으로 보고 있을지 궁금했다.

- 규제개혁 장관회의 및 민관합동 규제개혁 점검회의, 줄여서 ‘규제개혁 끝장토론’에서 사회를 보셨습니다. 어떻게 기억하고 계신지요.

‘상징적인’ 회의였죠. 우리나라 정부문화에서 대통령 주재회의는 최고위급 회의잖아요? 그걸 대통령이 직접 주재하면서 끝장토론 형식으로 한다는 건 아무래도 의미가 남다르죠. 그 정도로 신경 쓰고 있다는 걸 보여준 거예요.

- 껍데기에 비해 내실은 별 볼일 없었다는 지적도 있었습니다.

다뤄진 사안들이 다소 경미했던 부분은 있었으니까요. 국가경쟁력 강화나 기업부담 완화, 일자리 창출과 같은 얘기만 나온 건 아니었어요. 예를 들어 푸드 트럭이라든지 액티브X 같은 것들이 화제가 됐는데요. 국민들이 ‘규제개혁’이라는 단어가 기업만을 위한 게 아니고 생활의 일부라는 걸 전달한다는 측면에서 효과적이었다고 봐요. ‘이런 게 정무감각이구나’ 감탄했죠.

- 그러나 뒤이어 세월호 참사가 터지면서 그 정무감각은 빛을 잃고 말았는데요.

결과적으로 그렇게 됐습니다. 불행이고 불운이죠. 간신히 국민적 합의를 이뤘던 개혁과제들이 표류하고 만 건 아쉽습니다. 지난 9월 초 민관합동 규제개혁점검회의가 재개된 데는 다시 규제개혁에 탄력을 불어넣어서 진행을 해보자는 의미가 담겨 있었다고 봐요. 세월호 정국 6개월 이후 가시적인 조치는 많지 않았더라도 시스템 개혁을 위한 준비 작업은 물밑에서 많이 진행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시장경제 마스터'의 수식어를 지닌 그는 최근 '규제개혁 끝장토론'의 사회를 보기도 했다.


“정화조를 수리할 때가 됐다”

- 규제개혁이 세월호 정국에 영향을 받는다는 건 경제 문제라고 볼 수 있는 규제개혁이 필연적으로 ‘정치’라는 함수를 통과해야 한다는 점을 상기시킵니다. 지난 9월 중순 한국경제신문에 기고하신 칼럼 ‘광화문 아닌 여의도가 시끄러워야’에서는 국회와 정당을 ‘정화조’에 비유하시면서 “정화조를 수리할 때가 됐다”고 하셨는데요.

경제와 정치가 어쩔 수 없이 연동된다는 걸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준 게 최근의 단통법(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 소동이죠. 국회의원의 존재 목적이 ‘정책을 만드는 사람들’인 건 맞지만, 개명천지 21세기에 이 정도 사이즈가 되는 국가의 정책이며 법안들이 이렇게 아마추어들에 의해서 즉흥적으로 만들어져도 되는 것인지 참담함을 느껴요. 하다 못해 구멍가게를 경영해도 재무관리를 해야 하고 생산관리를 해야 하고 노하우가 필요한 거 아니겠어요? 그런데 이 커다란 대한민국을 경영함에 있어서 이렇게나 인기에 영합하려고만 하고 소리만 빽빽 지르는 사람들이 국가 관리를 한다는 건 어불성설이라는 거죠.

과거에는 ‘행정부 우위시대’에서 국회가 들러리를 서는 현실을 우려했지만 지금은 국회 우위시대잖아요? 국회가 무소불위 독재시대를 구가하고 있다는 의견도 나올 정도로 국회권력이 강력해졌어요. 그런데 정작 국회를 구성하는 사람들 수준이 이래서야 어떻게 대한민국이 선진국으로 가겠느냐는 거죠.

- 그래서 정화조를 수리하자고 하신 건데, 어떤 수리를 의미하신 건가요?

규제에 대한 퀄리티 컨트롤(quality control)이 필요해요. 규제가 무조건 나쁜 게 아니고 필요한 규제도 있습니다. 한국의 문제는 ‘저질 규제’가 너무 많다는 데 있어요. 그런데 이 불량 규제 대부분이 최근 몇 년 사이 의원입법을 통해 속출하고 있습니다. 행정부에서 발의되는 입법은 부처간 협의나 규제개혁위원회 심사로 걸러질 여지가 있지만 의원입법은 그렇지 않거든요. 국회의원 몇 명이 서명하면 법안이 되고, 회기 말 정신없는 틈에 무더기 처리하면 그게 진짜로 ‘법’이 되고 말아요. 세상에 이런 ‘법’이 또 있나 싶을 정도입니다.

- 가끔 보면 자기가 발의한 법안을 자기가 반대하는 의원들도 있습니다. 스스로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모르는 것 같던데요.

규제라는 건 매우 민감한 것이기 때문에 때로는 가히 예술적인 재능을 요한다고까지 표현이 돼요. 그 어려운 시스템 디자인 작업을 이렇게 아마추어에게 맡겨도 되는 것이냐의 문제죠. 국회의원 입법에 대한 엄격한 품질관리 없이 개혁은 요원할 겁니다. 그나마 이한구 새누리당 의원이 위원장을 맡은 규제개혁위원회가 규제개혁분과, 공기업개혁분과, 공적연금개혁분과를 두면서 국회 내에 자율적인 규제 품질관리를 하도록 하는 권고조항을 둔 건 굉장히 큰 진전이라고 보고 있어요. 비록 야당 의원들이 ‘입법권 침해’ 논리를 들면서 “무엄하다”고 하는 것 같긴 하지만요. (웃음)

 그는 정화조를 수리해야 한다고 외쳤다. 규제에 대한 퀄리티 컨트롤(quality control)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규제개혁의 핵심은 규제의 ‘품질’ 관리”

- 그럴 때 보면 야당보단 낫다는 생각이 들지만, 새누리당이 이념적으로 탄탄하지 못하니까 이런 문제가 이어지는 건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듭니다.

어느 나라나 정당은 탄탄한 이념을 갖춰야 하죠. 이건 뭐 정치학 원론에 속하는 얘깁니다. 역사적으로도 그렇고요. 그런데 지금 새누리당의 이념적 정체성에는 논란의 여지가 있어요. 그래서 새누리당이나 그 전신인 한나라당의 정책에 일관성이 없었던 거겠죠. 이게 결국은 인기 영합주의로 흘렀다는 의심을 받는 배경이 되는데 사실 이 포인트는 야당도 마찬가집니다.

정당들이 좀 더 이념적 정체성을 분명히 하고 동질적인 사람들이 권력을 형성하는 게 맞아요. 지금은 여당과 야당이 각각 ‘보수인 것 같은 맛의 비빔밥’ ‘진보인 것 같은 맛의 비빔밥’으로 섞여 있으니 문제가 생기는 거죠.

- 뚜렷한 이념정당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이를테면 통합진보당이 있는데요.

잘못된 이념이 뚜렷해선 안 되죠. 뚜렷하기‘만’ 하다고 능사는 아니잖아요? 요즘 통진당 해산심판 청구건이 헌법재판소에서 진행 중입니다만, 대한민국 헌법에 의해 존재하는 정당이 헌법을 부정하고 있다면 그런 상황은 헌법의 자기방어 기능에 의해 당연히 교정이 돼야죠. 어려운 얘기가 아닌데 요즘의 한국 사회에서는 참 어려운 얘기가 돼가나 봅니다.

- 그래서 말씀이지만 ‘한국 사회가 정점을 찍었다’는 지적이 여기저기서 많이 들립니다. 어르신들이 그런 말씀하시는 게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문제는 제 또래(30대 초중반)들 중에서도 그런 얘기를 하는 사람이 많아졌다는 건데요.

‘비관의 국민적 공감대’가 존재하긴 하는 것 같아요. 그래도 아주 비관만은 할 수 없는 건, 문제가 있다는 걸 안다는 것만으로 깨어 있는 것 아닐까 싶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면 지금 그리스가 아주 불행한데, 그건 현재의 그리스 국민들 책임이 아닙니다. 이전 세대 책임이죠. 부모세대들이 나라를 망친 대가를 지금 치르고 있는 거예요. 그렇게 생각하면 지금의 대한민국을 걱정하는 국민들은 건전하다고 생각됩니다. 일말의 희망은 있다고 생각해요.

- 아무래도 대학생들을 자주 접하실 텐데요. 요즘 20대들의 생각이나 이념적 좌표는 어떻습니까? 10년 전 교수님에게 수업 들을 때만 해도 어디 가서 ‘보수’의 ㅂ도 말을 못 꺼냈는데요.

지금의 청춘들은 이념성이 많이 희석된 상태예요. 이념이라는 게 ‘낡은 옷’처럼 느껴질 정도로요. 대신 지금의 대학생들은 굉장히 실용적이고 현실적이고 세계화돼 있습니다. 아마도 SNS가 요즘의 학생들을 질적으로 변화시킨 기제가 아닌가 싶어요. 요즘 총학생회에서 이념적 이슈 들고 나와도 전혀 안 먹히거든요. ‘운동권’이라는 말 자체도 예전처럼 많이 안 쓰고요.

관심은 오로지 취직이고 학점이고 스펙인 거죠. 어찌 보면 안 됐고, 또 어찌 보면 그만큼 더 현실에 충실한 세대입니다. 뜬구름 잡는 소리보다는 자기가 잘됨으로써 사회에 기여하겠다는 생각, 그리고 전 세계와 소통하겠다는 생각이 강해요. 또 그게 가능해진 시대이기도 하고요. 저는 이런 부분들도 우리 사회의 미래를 밝게 할 수 있는 요인이 될 거라고 봅니다.

 그는 현재 오로지 학점, 스펙 등에만 관심을 가지는 현재 20대의 미래를 밝게 보았다. 그는 이념의 테두리보다 자신이 잘되어 사회에 기여하겠다는 생각의 가능성을 높게 평가하고 있었다.

“새로운 세대는 실용적·현실적·세계적”

- 국가의 미래에 대한 얘기를 듣다 보니 교수님의 미래에 대해서도 궁금해지는데요. 혹시 어떤 생각과 계획을 갖고 계신지요.

저야 뭐 미래보다는 과거가 많은 사람이잖아요? (웃음) 이만하면 제 나름대로 주님께 받은 달란트를 낭비하지 않고 나름대로 열심히 살았다고 만족해요. 감사하는 마음뿐이고 어떤 큰 계획을 그리고 있거나 하진 않습니다.

- 그래도 교수님이 2014년 대한민국의 경제부총리라면 어떤 과제부터 착수하고 싶으신지 궁금합니다.

한국경제가 시들어가고 있어요. 그게 모든 문제의 뿌리입니다. 길 가는 사람 붙잡고 현재 한국의 문제를 물어보면 전부 다 청년실업, 가계부채, 복지재정 부족에 대한 얘길 하잖아요? 그런데 그 뿌리를 캐보면 전부 저성장에 원인이 있어요. 경제가 커야 일자리도 생기고 복지도 할 수 있는 거니까요. 경제정책 담당자들이 지금 해야 할 일은 다시 비료든 영양제든 총동원을 해서 성장의 뿌리를 세우는 일입니다.

2000년대 들어서 대한민국의 잠재성장률은 계속 내려가고 있어요. 이건 계산이 가능한 문제거든요. 현재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3.5% 정도인데, 이 수치가 2000년대 초에는 8%까지 가 있었단 말이죠. 이게 쭉 내려가고 있는데 계속 가면 0이 됩니다. 그러면 그게 경제학에서 말하는 장기불황이죠. 그게 또한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이기도 했고요. 현재 한국의 경우에도 이 비관적 상황이 가시권에 들어온 상태예요.

- 외환위기에 준하는 위기가 온다고 보시는 건가요?

어찌 보면 더 심각하죠. 외환위기 같은 급격한 위기는 수술을 하면 되는데 서서히 죽어가는 위기는 마치 자각 증상이 없는 암과도 같거든요. 아프다는 걸 느끼면 그때는 이미 늦어요. 미지근한 물에서 서서히 죽어가는 개구리에도 비유를 할 수 있을 겁니다.


“5천만의 공감대는 언론으로 형성될 수밖에 없어”

- 안 그래도 최근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의 미래에 대한 위기론이 나오고 있는데요.

그뿐이겠습니까. SK이노베이션이 적자를 냈고 LG화학은 주가가 폭락했어요. 현대중공업도 상황이 어렵죠. 한국에서 주도적 위치를 점하고 있는 회사들에 골병 증상이 나오고 있는 셈인데, 사실 기업인들은 2016년쯤 상황이 매우 어려워질 거라는 걸 이미 알고 있었어요. 다만 지금은 온 국민들이 그걸 자각하게 된 단계인 거죠.

- 아무리 생각해도 비관을 할 수밖에 없는 것 같은데요.

2015년이 중요해요. 1년 동안 선거가 없는 이른바 ‘골든타임 1년’입니다. 정책을 펼 때 선거를 의식하지 않다고 된다는 게 중요해요. 최근 최경환 부총리가 단기 경제대책 뿐 아니라 연금개혁에 드라이브를 걸거나 하는 건 굉장히 고마운 일이에요. 왜냐하면 이런 건 ‘안 해도 본전, 하면 손해’인 일들이거든요.

최경환 경제팀이 성공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2015년에도 정치논리에 지배를 받지 않고 힘든 선택과 어려운 결정을 내릴 수 있는 리더십과 의사결정 능력을 이어갔으면 좋겠고요.

- 그런데 누구 못지않게 철저한 시장주의자인 최경환 부총리가 ‘사내유보금 과세’를 추진한 걸 보면서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리더십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니고, 결국 중요한 건 국민들이 어떤 생각을 하느냐 아닐까요? 민주주의 체제에서 리더십만큼이나 중요한 게 팔로어십(followership) 같은데요.

그래서 중요해지는 게 언론의 역할입니다. 사실 ‘국민이 깨어 있어야 한다’는 얘기는 정답이긴 하지만 해답은 못 될 때가 많아요. 맞는 말이지만 실질적인 도움은 되기 힘들더라는 거죠.

우리가 미국 얘길 많이 하지만, 미국 사람들 중에도 ‘바보’ 많거든요. (웃음) 관건은 그 사회의 여론 형성이 집단지성을 갖추고 있느냐의 여부예요. 이 작업의 핵심은 결국 언론과 미디어가 담당할 수밖에 없고요. 그런데 최근 몇몇 사태에서 봤듯이 괴담이 판을 치고 있지 않습니까?

세월호 정국에서 모 종편은 다이빙벨이 해답이라고 떠들다 허위임이 드러나기도 했고요. 이런 수준의 언론이라면 우리보다 훨씬 못 사는 아프리카나 남미보다 결코 우월하다고 보기 힘들죠. 팩트와 루머를 구분할 수 있고 정화할 수 있는 집단지성이 건전한 언론을 통해 구현돼야 해요. 5천만 명의 공감대는 결국 언론이 만들어 나가는 겁니다.


인터뷰/이원우 기자 wonwoops@futurekorea.co.kr
사진/정연호 객원기자 mychunsh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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