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인의 자율과 책임
과학기술인의 자율과 책임
  • 미래한국
  • 승인 2014.10.10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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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전쟁의 폐허에서 ‘한강의 기적’을 이뤄내면서 50여년 만에 세계 10위권 경제규모를 가진 나라로 급성장했다.

이는 1960년대 시작된 ‘과학입국, 기술자립’의 정신으로 무장하고, 과학기술을 중시하는 경제개발 5개년 계획과 근면하게 땀 흘려 일한 국민 덕분이었다. 이런 성장의 중심에는 과학기술자들의 헌신적인 노력이 있었다.

그러나 90년대 후반 IMF 위기를 맞이해 과학기술인들이 우선적으로 해고의 대상이 되고, 대학진학에서 이공계 기피현상이 발생하고, 최근 들어 연구비 받기가 어려워지면서 한국에서 과학기술인으로 산다는 것이 점차 어려워지는 현실을 맞고 있다.

필자는 2~3년 전 한국연구재단(당시 교과부 산하의 정부연구비 배분기관)에 근무하면서 교과부, 감사원 등의 정부기관으로부터 수없이 감사를 받은 적이 있다. 필자가 느낀 것은 교과부나 감사원의 규정이 너무 많고, 감사하는 관료들이 과학기술 연구의 속성과 연구 주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며, 연구자들을 의심할 뿐더러 연구자의 인권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었다.

국책연구소의 경우에도 비전문가인 관료들이 연구원들을 준 범죄자로 보고 네거티브로 통제하는 일이 많다고 한다. 승인된 연구비 등은 자율적으로 사용하고, 그 연구 결과로 평가받는 포지티브 시스템의 도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연구하는 과학기술인들도 연구비 집행에 대해 책임 의식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정부 연구비는 국민의 혈세임을 인지하고 필요 이상 또는 자기 능력 이상의 예산을 받으려 하거나 집행하려 들면 안 된다. 연구자는 오직 좋은 연구 결과를 얻기 위해 수반되는 경비만을 양심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이것이 연구자의 책임이다.

약 17조원(2014년 기준)에 달해 국가 총예산의 5%를 차지하는 정부 R&D 사업의 추진 중에 발생하는 연구비 낭비나 비효율을 초래하는 것은 정부의 R&D 사업체계에도 상당 부분 책임이 있다. 정부 사업은 미래부, 산업부 등 총 31개 부·처·청과 각 부처가 출연한 13개 전문기관에 의해 추진되고 있지만 각 부처의 연구비 집행 관련 법령 간에 괴리가 존재해 사업 수행의 효율성이 떨어지고 있다.

정부는 정부의 R&D 통합 포털인 NTIS(National science & Technology Information Service)를 활용해 각 연구기관이 연구원의 참여율 관리와 연구 장비 등록 등을 공동으로 사용하도록 해야 한다. 또한 정부는 기본법령 및 개별법령을 개정해 각 전문기관별로 다르게 규정하고 있는 제재 대상과 수준, 그리고 정산업무 등을 통일해 정비하도록 해야 한다.

과학기술인들이 자긍심을 가지고 자율과 책임의식으로 무장해 연구에 몰두할 때 우리나라는 과학기술 강국이 될 것이며 우리의 후손들이 자랑스러워하는 대한민국으로 발전해 나갈 것이다.

 

박성현 편집위원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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