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이 주저앉는다
땅이 주저앉는다
  • 미래한국
  • 승인 2014.09.11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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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싱크홀의 공포, 서울시를 덮치다

2001년 9·11 테러 당시 미국인들이 느낀 공포는 전에 없는 것이었다. 사고와 관계가 없는 많은 미국인들조차 처음 경험해 보는 공포 앞에서 “앉아 있어야 할지 서 있어야 할지조차 알 수 없었다”고 고백하는 모습이 많은 언론을 통해 보도됐다.

모든 것이 정교하게 돌아가는 것처럼 보이는 게 현대사회의 속성인 만큼 일상의 톱니바퀴가 하나둘씩 어긋날 때 그 공포는 더 커다랗게 다가온다. 대한민국은 예외일 수 있을까? 반드시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인간이 느낄 수 있는 가장 큰 공포로 손꼽히는 ‘땅에 꺼지는’ 공포가 인구 1000만의 메가시티 서울특별시를 덮쳤기 때문이다.

최근 서울시 송파구 일대에서는 6월부터 8월까지 총 7곳에 연달아 싱크홀(sink hole)이 발생했다. 싱크홀이란 땅이 가라앉아 구멍이 생기는 현상을 말한다. 싱크홀이 생기는 원인은 크게 세 가지로 손꼽히고 있다.

송파구 지하철 공사 현장 인근에 발생한 싱크홀

누가 ‘구멍’을 뚫었나

첫 번째는 빗물이 땅속으로 흘러들어가 생긴 지하수가 흐르면서 만들어진 구멍 때문에 지반이 무너지는 자연적인 현상이다. 또 무분별한 개발로 인해 지하수를 끌어올려 사용해 지탱해줄 지하수가 사라지면서 생기는 인공적인 원인이 있다. 현재 송파에서 발생한 싱크홀의 원인이 이에 해당된다.

마지막으로 노화된 상하수도관의 문제일 수도 있다. 애초에 지반이 약한 것으로 평가되는 송파구 일대에 제2롯데월드 건설을 승인한 것은 무리였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9호선 공사의 부실공사 의혹도 새롭게 제기된다. 싱크홀 현상이 연달아 발생하고 있는 만큼 또 다른 싱크홀이 언제 발생할지에 대해서도 불확실한 상황이다.

싱크홀의 발생 원인으로 가장 처음에 손꼽힌 것은 ‘제2롯데월드 공사’였다. 싱크홀이 추가로 발생할지도 모르는 상황에 불안해진 주민들은 제2롯데월드 반대운동에 돌입했다. 그나마 싱크홀 현상이 계속 이어지면서 그 원인이 9호선 공사로 다변화되고 있는 상황은 롯데로서는 조금이나마 집중 포화를 피할 수 있는 국면이 열리기는 했다.

다만 롯데월드 공사 때문에 석촌 호수 수위가 낮아지며 반발이 일자 롯데는 매일 450톤가량의 공사장 물을 호수로 채워 넣어 인공적으로 수위를 올리고 있다. 현재 이 부분에 대해서도 문제 제기가 일어나고 있다. 또한 최초 지하수 유입 문제를 밝히지 않은 점에 대해서도 의구심이 남아 있는 상태다. 아직도 많은 주민들은 제2롯데월드 공사를 반대한다. 이 가운데 롯데 측에서 ‘추석맞이 조기 개장’을 주장하면서 갈등의 골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롯데에서 삼성으로 튄 불똥

싱크홀 현상의 원인에 대한 현재까지의 잠정적 결론은 지하철 9호선 공사로 정리되는 분위기다. 그에 따라 책임 소재 공방은 9호선 공사를 맡은 시공자인 삼성물산 측으로 넘어가게 됐다. 설계와 시공을 모두 맡은 삼성물산은 부담이 클 수밖에 없어졌다. 최종적인 귀착 사유가 삼성물산 쪽으로 귀결될 경우 복구공사 비용에 대한 부담이 막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물산 측은 “아직 확정된 결과가 아니”라며 말을 아끼고는 있지만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는 사실에는 납득하지 못하는 눈치다. 여태까지 국내 및 해외에서 삼성물산이 지하철 9호선에 도입한 쉴드 공법으로 시공을 해서 문제가 생겼던 전례는 없다는 반박사례를 조심스럽게 제시하고 있다.

원인 조사에 착수한 서울시는 중간조사 결과를 통해 9호선 공사를 원인으로 잠정결론 지으며 삼성물산 측에 책임을 떠넘기고 있는 분위기다. 시공계획서를 승인해준 것으로 반박이 들어오자 “9호선 공사의 시공계획서 검토를 감리회사에 위임했다”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이 논리대로라면 서울에서 발생하는 거의 모든 사고에 대해 서울시는 책임이 없어진다.

그나마 싱크홀 조사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대책 마련에 나선 것이 서울시의 대응 방안으로 손꼽힌다. 국민들의 불안감을 잠재우기 위해 싱크홀이 아닌 ‘도로 함몰’로 표현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입장 또한 표명했다. 22일에는 잠실동교회에서 삼성물산과 함께 싱크홀 관련 주민설명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싱크홀의 현황과 발생 원인 및 조치 현황에 대해 설명하며 현재 상황이 그다지 위험하지 않음을 강조했지만 실질적인 해결책 모색과는 거리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8월초부터 시작된 원인 조사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주요 당사자로 손꼽히는 롯데, 삼성, 서울시 중 누구 하나 속 시원하게 원인을 밝혀내지 못하는 가운데 싱크홀 문제는 서울 아닌 다른 지방에까지도 점점 그 불안감을 대두시키고 있다. 세월호 참사가 정국을 올스톱 시켜 버린 지 5개월째로 접어들고 있지만 안전과 위험의 복잡한 함수관계는 여전히 한국인들의 생활 속에서 안정적인 시너지를 발산하지 못하고 있다.


이보라 객원기자 chara_0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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