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쪽 나라’에서 온 테러리스트
‘서쪽 나라’에서 온 테러리스트
  • 미래한국
  • 승인 2014.09.11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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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이라크-시리아 테러조직 IS, 구성원 3분의1 서방 출신

지난 19일(현지시간) 이라크와 시리아 일대를 점령한 테러조직 IS(이슬람 국가)가 미국 기자 제임스 폴리를 참수하는 영상을 인터넷에 공개했다. IS는 다음 참수 대상으로 타임지 기자를 지목했고 미국 정부는 ‘강경 대응’ 방침을 밝혔다. EU를 중심으로 한 국제사회도 이라크에서 만행을 저지르고 있는 IS를 막기 위해 쿠르드 자치정부를 지원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일각에서는 IS 조직이 이미 세계 곳곳에 퍼져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실제로 지난 9일 한 IS조직원은 백악관을 배경으로 찍은 사진을 트위터에 올리며 “우리는 이미 너희들의 도시, 거리에 있다”고 협박했다.

IS 조직원이 SNS에 올린 사진은 진짜일까? 그들의 위협에는 실체가 있는 것일까? 상황은 좋지 않다. 미국 정부는 물론 테러 전문가들조차 이들을 ‘진짜’라고 평가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정보기관들은 IS가 알 카에다보다 더 위험한 집단이라고 평가한다. 이들의 잔혹함과 극단적인 행동 때문만이 아니다. ‘세계 곳곳’에서 조직원을 받아들이고 있다는 사실이야말로 위험의 본질이다.

미국은 IS 조직원의 수를 1만1000여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 가운데 시리아나 이라크 출신이 아닌 해외에서 온 조직원이 최소 3000명에서 최대 5000명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6월 영국 국영방송 BBC는 이와 같은 현실을 잘 반영한 영국의 사례 하나를 소개했다.

미국 EU 중앙亞 국적 IS 테러리스트들

영국 카디프에 살고 있는 아흐메드 무트하나(52)는 최근 경찰이 공개한 IS 조직원 영상을 유심히 보다 깜짝 놀랐다. 6개월 전에 세미나에 참석한다고 나선 뒤 돌아오지 않은 아들이 영상의 주인공으로 등장했기 때문이다.

아들 나세르(20)는 영상 속에서 총을 든 채 “IS의 지하드(성전)에 동참하라”고 외치고 있었다. 나세르는 자신의 이름도 ‘아부 알 예메니’라고 소개하고 있었다. 아흐메드 무트하나 씨는 13살 때 고아가 된 뒤 고향 예멘을 떠나 영국에 정착하기 위해 힘겹게 살았던 자신의 바람을 저버리고 테러리스트가 된 아들에게 분노하며 눈물을 흘렸다. 그는 “아들은 영국을 배신했다”며 울부짖었다고 한다.

BBC는 이 사연을 전하면서 시리아와 이라크를 찾아 IS에 가담한 사람의 숫자가 EU 국가들 내에만 최소 500명에서 최대 1000여명에 이를 것이라는 정보기관 관계자들의 의견을 전했다. 영국 정보기관은 IS에 참가한 영국인 수가 최대 500여명에 달할 것으로 평가했다.

프랑스 또한 터키를 거쳐 시리아 북부로 들어가 IS에 합류하는 이민자 2세들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6월 20일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총리에게 “터키를 통해 시리아로 가려는 프랑스 국적자를 추방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요청이 있은 뒤 터키 당국은 프랑스 국민뿐만 아니라 유럽 각국에서 시리아로 들어가기 위해 입국한 사람 200여명을 강제 추방했다.

이라크 북부까지 침공하고 미국 기자를 참수하는 사건이 일어난 뒤에도 IS에 대한 믿기 힘든 사실들은 이어졌다. EU에서 평가한 바로는 IS에 참가한 EU 출신 테러리스트 숫자가 최대 3000여명에 이른다는 보고가 나와 충격을 줬다. 호주에서도 600여명이 IS에 참여하기 위해 시리아, 이라크 등으로 떠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8월 10일에는 ‘카 레드 샤로후’라고 자칭하는 호주 출신 이민자 2세가 자신의 일곱 살 난 아들에게 참수한 머리를 들고 놀게 하는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리기도 했다.

서방국가에서만 IS에 참여하기 위해 시리아, 이라크로 몰려드는 게 아니다. 정보기관들에 따르면 IS 조직의 핵심세력은 체첸 반군 출신들이 많다. 현재 IS 내에서 ‘총참모장’이라고 불리는 오마르 알 시샤니(28. 본명 타르칸 바티라시빌리)라는 인물이 대표적이다. 알 시샤니 외에도 ‘코카서스 이슬람 국가’나 ‘우스베키스탄 이슬람 운동’ 등과 같은 테러조직들에서도 IS에 동참하기 위해 떠난 자들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ISIS의 선전 영상

알 카에다보다 포악한 IS, 이민자 2세 주축

IS에 참여하기 위해 시리아, 이라크로 몰려드는 자들의 가장 큰 특징은 이민자 2세라는 점이다. 이들은 서방국가로 이민한 뒤 해당 사회에 적응하려 노력한 이민자 1세대들과는 달리 자신의 처지를 ‘사회 탓’으로 돌리면서 이슬람 근본주의에 물든 경우가 많다. 이 가운데서도 이슬람 이민자들이 지역사회와 어울리지 않고 자신들만의 ‘커뮤니티’를 이루고 사는 영국, 프랑스, 독일, 미국, 러시아, 호주 등의 이민자 2세들이 가장 큰 문제로 대두된다.

이슬람 이민자들이 미국, 유럽 등 서방국가로 들어온 것은 2차 세계대전 이후부터다. 하지만 IS와 같은 테러조직으로 투신하는 이민자의 문제가 시작된 것은 1980년대 초부터다. 1980년대 프랑스, 영국, 독일 등은 출산율 저하로 인한 노동력 부족과 냉전 질서에서 제3세계를 포용한다는 전략에 따라 서남아시아와 북아프리카에서 수많은 이민자들을 받아들였다.

서방국가들은 이민자들이 들어오면 자기네 나라의 법질서와 문화를 배우고 지키면서 2세, 3세가 태어나면 자연스럽게 자국민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예상이었다. 서남아시아와 북아프리카 가운데서도 낙후한 지역에서 온 이민자들은 기독교적 문화를 바탕으로 한 서방국가의 질서를 철저히 배격하고 그들끼리만 뭉쳐 살았다. 서방국가에서 국민들에게 제공하는 온갖 복지 혜택과 이민자에게 주는 혜택을 철저히 누렸음은 물론이다.

그로부터 25년 뒤인 2005년을 전후로 유럽은 충격에 빠졌다. 프랑스에서 일어난 이슬람 이민자 2세들의 폭동은 독일, 벨기에, 오스트리아 인근까지 확산됐다. 비슷한 시기 영국에서는 영국인이 오히려 이슬람 이민자들에게 쫓겨나거나 폭력을 당하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발생했다. 영국 일부에서는 영국법이 아니라 이슬람 율법만을 따르는 공동체들이 생겨나기도 했다. 또한 비슷한 시기 호주에서는 이슬람 이민자 2세들이 법을 무시하고 폭력과 강간, 살인 등을 저지르다 호주 백인들의 반발에 부딪혀 폭동을 일으키려다 실패하는 사건도 있었다.

서방국가 곳곳에서 불법과 폭력행위를 저지르던 이민자 2세들은 2001년 9·11테러 이후 알 카에다 세력이 정체를 드러낸 것과 비슷한 시기에 현지의 사법질서와 문화, 사회적 규범을 무시하며 함부로 행동하기 시작했다. 이들에게 “서방 문명을 적대시하라”고 교육시킨 것은 이슬람 사원(寺院)들이었다.

이슬람 사원들이 처음부터 그런 것은 아니었다. 198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전 세계에 퍼져나간 선교사들은 시아파와 수니파를 막론하고 이슬람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편이었다. 이들은 타 종교에 대해서도 이해와 관용을 베풀 것을 다짐하는 등 마치 중세시대의 살라딘 제국과 같은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냉전 질서가 끝난 뒤 세계 각지의 이슬람 사원에는 ‘살라피스트’라고 부르는 수니파 근본주의자들이 선교사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이슬람 신도들에게는 서방문명에 대항해 지하드를 치러야 한다고 말하고 해당 국가의 언론과 만났을 때는 정반대의 주장을 했다. 이 또한 ‘살라피스트’에게는 허용되는 ‘선의의 거짓말’이었던 게 나중에 드러났다. 그 결과 가난을 이겨내기 위해 힘겹게 살았던 이슬람 이민자 1세대와는 달리 현지 사회에서 적응할 생각도 능력도 관심도 없으면서 ‘살라피스트’의 설교를 듣고 현지 사회를 자신보다 열등한 존재라고 보게 된 이슬람 이민자 2세들은 ‘성전’에 대한 환상을 갖기 시작한 것이다.

살라피스트들이 선교사로 배치되기 시작한 지 10년가량 흐른 2000년을 전후로 서방국가에서는 ‘자생적 테러리스트’들이 넘쳐나기 시작했다. 영국과 미국, 독일, 프랑스, 이스라엘 정보기관들이 공동으로 펼쳤던 ‘오버트 작전(Operation Overt)’에서도 이 같은 사실이 확인됐다.

일련의 분위기가 10년 가까이 심화되면서 IS에 지원하는 유럽인들이 크게 증가한 것이다. 실제 최근 유럽에서 진행된 한 여론조사에서는 IS에 호감을 가진 2030세대의 비율이 프랑스는 27%, 영국과 독일은 20% 내외로 나타나 현지 사회에 큰 충격을 주기도 했다.

미국 기자 제임스 폴리를 참수한 IS

‘이민자의 나라’ 미국의 충격적 사건

유럽이나 호주와 같이 이민자들이 전체 인구에서 여전히 소수인 나라는 그나마 낫다. ‘이민자의 나라’ 미국에서는 더 심각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2013년 9월 2일 워싱턴 포스트는 충격적인 보도를 했다. 알 카에다나 헤즈볼라, 하마스와 같은 테러조직들이 CIA나 FBI, NSA, 美 국방부 산하 정보기관에 조직원이나 관련자를 침투시키려 끊임없이 시도하고 있다는 소식이었다.

워싱턴 포스트는 러시아로 도망친 前 CIA 직원 에드워드 스노든으로부터 입수한 문서를 바탕으로 “이력이 불분명하거나 의심스러운 CIA 지원자 가운데 20%가 국제 테러조직이나 적성국 정보기관과 연계된 것으로 드러났다”고 전했다.

워싱턴 포스트에 따르면 CIA는 “테러조직과 연관 있는 지원자는 일부”라고만 밝힐 뿐 관련조직이 누군지, 적발된 사람은 몇 명인지는 밝히지 않았다고 한다. NSA 또한 직무와 관련이 없는 비밀에 접근하거나 내부 자료를 대량으로 다운로드 받는 등 의심스러운 행동을 했던 직원들을 자체적으로 감사해 4000여명을 집중감시 대상에 올렸다고 한다. 이는 NSA 전 직원의 15~20%에 해당하는 숫자다.

워싱턴 포스트의 보도는 에드워드 스노든이 제공한 극히 일부의 자료를 바탕으로 한 것이다. 미국에는 CIA와 NSA, FBI를 제외하고도 13개의 정보기관이 존재한다. 결국 2013년 4월 보스턴 마라톤에서 압력솥 폭탄을 터뜨린 ‘외로운 늑대’형 테러리스트나 IS 동조자가 정보기관과 미군, 경찰 내에 얼마나 숨어 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는 결론이다.

IS에 동조하는 이슬람 신도들은 이제 미국과 유럽을 넘어 동남아시아에서도 발견된다. 말레이시아 경찰은 최근 IS와 접촉을 시도하던 이슬람 무장세력 19명을 체포한 바 있다.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에는 ‘제마 이슬라미야’, 필리핀에는 ‘아부 샤아프’라는 알 카에다 연계조직이 있으니 그러려니 할 수도 있다. 문제는 한국이다. 우리나라는 과연 안전한 걸까? 최근 국회에서 나온 자료를 보면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지난 8월 20일 국가정보원이 국회 정보위원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09년부터 2014년 6월 말 사이 한국에 거주하던 외국인 중 56명이 알 카에다와 같은 테러조직과 연계된 혐의로 강제출국 당했다고 한다. 테러조직 연루 혐의로 추방된 외국인 가운데 가장 많은 이들은 방글라데시 출신으로 16명이었고 파키스탄 출신도 있었다. 중앙아시아 국가인 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 출신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국은 과연 안전한가?

또한 같은 기간 입국한 외국인 가운데 12개국 33명이 테러조직과 연관됐으며 그 중 12명이 방글라데시 출신이었다고 한다. 이들에게는 ‘구체적인’ 혐의가 없어 강제 출국시키지는 못했지만 테러 조직과 관련된 요주의 인물들인 것으로 전해진다.

국정원이 밝힌 내용은 사실 특별할 게 없다. 한국은 1997년 전후부터 알 카에다와 같은 테러조직들에게 좋은 ‘경유지’로 꼽힌 바 있다. 1998년 이후 다문화 정책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면서부터는 ‘신분세탁의 최적지’로 손꼽히기에 이르렀다.

이명박 정부 때인 2010년에는 대구 이슬람사원을 들락거리던 ‘우즈베키스탄 이슬람운동(IMU)’이라는 테러 조직원 30여명이 잠입했다 잠적한 일도 있었다. 당시 한국에 잠입한 ‘안와르 울하크’는 이슬람 선교사(이맘)으로 위장해 7년 동안 암약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이런 국제 테러조직문제 때문에 국정원과 안보기관들은 80년대 초반에 만들어진 ‘테러대응 훈령(대통령령)’ 대신 ‘테러방지법’이 필요하다고 요구하고 있지만 야당의 반대로 15년 넘게 제대로 논의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우려되는 다른 문제도 있다. 최근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교전, IS 조직의 소수민족 학살, 미국기자 참수문제에 대해 세계 각국은 하마스와 IS에 대해 비난하는 반면, 유독 한국 내 여론은 이스라엘과 미국을 비난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반미, 반기독교 여론을 내세운 이슬람 테러조직의 SNS 선전선동에 국제 좌파조직과 종북단체들까지 동참하면서 한국 내에서도 이들의 말만 듣는 여론이 대세를 이룬 결과다.

현재의 추세가 유지된다고 가정했을 때 이르면 5년, 늦어도 10년 내에 한국에서 IS에 가담하거나 이들을 지원하는 사람 또는 조직이 나타나지 말라는 보장이 없다.


전경웅 객원기자 enoch205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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