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특별법과 기독교 세계관
세월호 특별법과 기독교 세계관
  • 미래한국
  • 승인 2014.09.05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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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희 미국 변호사

16~19세기에 걸쳐 구미에서 민주주의, 법치주의, 자유시장경제와 같은 근대적 사회질서의 기본 사상이 됐던 자유주의 사상은 기독교적 세계관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기독교적 세계관의 핵심은 크게 3가지다. 첫째는 ‘창조’다. 기독교적 세계관에 따르면 신(神)은 이 모든 세상을 창조하셨을 뿐 아니라 이 세상이 돌아가는 법(法)을 함께 창조하셨다. 마치 스마트폰 회사가 스마트폰만 달랑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법(法)까지 함께 만들어 내는 것처럼 말이다.

스마트폰을 법대로 사용하지 않으면 망가지듯이 이 세상을 신이 정하신 법대로 사용하지 않으면 망가지고 만다. 오늘날 우리의 세상이 망가져 버린 이유다. 그래서 기독교적 세계관으로 무장한 자유주의 사상가들은 신의 창조질서를 세상의 법질서 안에 녹여내는 일에 헌신했다. 예를 들어 미국의 제33대 대통령이었던 해리 트루먼 대통령은 공식석상에서 다음과 같이 미국 법의 뿌리를 설명했다.

“오늘날의 미국 법은 시내산에서 모세가 하나님으로부터 받은 법들을 기초로 하고 있다. 미국의 권리장전의 기초는 출애굽기와 사도 마태, 선지자 이사야와 사도 바울의 가르침으로부터 받은 것이다.”
즉 트루먼은 ‘신의 법’을 ‘세상의 법’ 안에 담아내 신이 정하신 창조질서대로 이 세상이 다스려지도록 하는 일을 자신의 정치적 책임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自由라는 DNA

기독교적 세계관의 두 번째 핵심은 ‘자유’다. 위에서 이미 언급한 바와 같이 창조주는 에덴동산을 창조하셨을 뿐 아니라 그 동산이 유지되고 운영되는 법을 함께 창조하셨다. 그 법을 상징하는 것이 바로 ’선악과‘다. 즉 “선악과를 따 먹으면 죽는다”는 것이 바로 창조주가 정하신 에덴동산의 법이었다.

이 지점에서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창조주께서 사람을 만드실 때 무조건적으로 순종하는 자로 만드신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사람은 순종할 수도 있고 순종하지 않을 수도 있는 자유로운 존재로 만들어졌다. 즉, 인간 안에 ‘순종의 DNA’ 대신 ‘자유’라는 DNA를 넣어 주신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무제한적인 자유를 허락하신 것은 아니다. 창조주의 법에 불순종할 경우 그에 따른 대가를 지불하게 하셨다. 즉, 자유에 ‘책임’이 뒤따르게 하신 것이다. 그래서 자유주의자들은 자유를 신으로부터 부여받은 천부적인 권리라고 생각하면서도 모든 자유에는 한계가 있고 그 한계를 무시할 경우 그에 따른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독교적 세계관의 세 번째 핵심은 ‘인간의 불완전성’이다. 인간은 먼저 인식과 사고능력에서 불완전해 사실을 잘못 인식하거나 틀리게 예측하기 쉽다. 또한 도덕적으로 불완전하다. 사람은 자신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 다른 사람에게 부당한 피해를 줄 수 있는 존재다.

그래서 불완전한 정치 권력자들로부터 시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권력의 분산’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그들은 불완전한 사람 위에 ‘법’을 세워둠으로써 누구든지 공평한 다스림을 받아야 하는 ‘법치’(法治)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또한 불완전한 인간의 잘못을 바로잡거나 예방하기 위해서는 서로가 서로를 자유롭게 비판할 수 있는 ‘사상과 비판의 자유’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이것이 기독교적 세계관의 완성이다.

이와 같은 세계관은 단순히 종교적 교리에 머물지 않고 16~19세기에 걸쳐 구미 지역에서 ‘자유주의 혁명’을 일으켰다. 그 결과 민주주의, 법치주의, 자유시장경제와 같은 인류 보편적인 근대적 사회질서가 탄생했다.

세월호 특별법이 불가능한 이유

대한민국은 이와 같은 자유주의의 정치적 원리를 토대로 세워진 자유민주주의 국가다. 따라서 이 정치원리가 무너지면 대한민국도 함께 무너진다. 그래서 지금의 현실은 어떠한가.

현재 세월호 특별법 때문에 온 나라가 멈춰서 있다. 특별법에 발목 잡힌 야당이 여당과 대통령, 그리고 국민들의 발목까지 잡고 있는 형국이다. 대한변호사협회와 일부 야당인사 및 유족들은 조사위원회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부여하는 내용을 특별법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대목에 막혀서 특별법이 통과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주장은 사실상 피해자 측이 가해자를 직접 수사하고 기소하겠다는 취지로 형사법의 대원칙인 ‘국가소추주의 및 자력구제 금지’를 위반할 뿐만 아니라 자유민주주의의 근간인 3권 분립을 훼손하는 일이다. 그래서 아무리 유가족들이 단식을 한다 해도 통과시킬 수가 없다. 통과시키기 ‘싫은’ 법이 아니라 통과시킬 수가 ‘없는’ 법이란 의미다.

사실 이와 같은 내용을 제일 잘 알고 있는 사람들, 제일 잘 알고 있어야 할 사람들이 바로 국회의원들이다. 그런 국회의원들마저 유가족들과 함께 단식투쟁을 한다니! 그건 ‘단식투쟁’이 아니라 그냥 ‘단식 쇼’다. 반정부 투쟁을 통해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세우기 위한 저질 쇼에 불과한 것이다. 이런 저질 쇼가 세월호 피해자들을 욕보이고 있고 또 다른 세월호 참사를 부르고 있다고 생각한다.

대한민국과 같은 법치주의 사회에서는 그 사람이 누구든, 그 사건이 어떤 사건이든, 그 단체가 어떤 단체든 법(法) 위에 올라타려는 순간부터 타락이 시작된다. 그 누구도 이 같은 원칙에서 예외가 될 수는 없다. 세월호 참사를 통해 더 안전하고 더 건강한 사회를 만들어 갈 수 있도록 유가족들의 아픔과 슬픔을 자신들의 정치적 자산으로 삼는 행태를 당장 그만두길 바란다.

이태희 미국 변호사/온누리교회 부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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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성철 2018-07-15 10:04:22
근대사회와 근대국가의 기본정신에 대한 철저한 인식이 없으니 국가정신 또는 국가관이 바로 서지 못하고 요상한 사이비 무당국가가 되는 것 같습니다. 뿌리 없이 겉가지만 무성한 사회는 작은 바람에도 흔들릴 수 밖에 없지요. 대한민국의 뿌리가 깊어져야 미래가 분명히 보일텐데 거꾸로 가는 이 나라를 어찌해야 되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