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을 위해 넘어야 할 ‘세 개의 벽’
통일을 위해 넘어야 할 ‘세 개의 벽’
  • 미래한국
  • 승인 2014.08.27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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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옥 前 국방부 차관

지난 7월 15일 대통령직속 통일준비위원회(통준위)가 발족됐다. 청와대는 “민관(民官) 협의와 연구를 통해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통일 청사진을 만들기 위해서”라고 발족 취지를 밝혔다. 위원회 구성도 대규모다. 대통령을 위원장으로 여야 국회의원, 정부 각료, 민간 전문가, 분야별 전문위원, 대학 총장, 고교 교장, 언론인, 그리고 120여개 시민·직능단체도 참여하는 대형조직으로 돛을 올렸다.

이달 7일 박근혜 대통령이 주재하는 제1차 통준위 회의가 청와대에서 개최됐다. 박 대통령은 “내년이면 분단 70주년을 맞게 되는데 이제 비정상적 분단 상황을 극복하고, 통일을 준비해 가야 하는 막중한 과제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상황”이라며 “정부는 대북제재를 위한 국제협력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남북한이 지금 시작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해 교류협력을 점차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은 특히 지난 3월 독일에서 발표한 드레스덴 구상의 실천 방안들에 대한 논의와 함께 통일준비와 관련한 구체적 청사진을 마련할 것을 주문했다. 아울러 “통일을 논의하는 과정 자체가 우리 사회를 통합시키는 촉매제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도 덧붙였다.

“통일논의 자체가 통합의 촉매제 되길”

박근혜 대통령의 4대 국정지표 중의 하나가 ‘재임 중 평화통일 기반구축’이다. 통준위는 민관, 여야, 좌우 등 모두를 아우르는 ‘국민적 합의’의 틀을 유지하는 가운데 통일 청사진도 만들고 남북관계의 가시적 진전도 도모할 것이다. 재론의 여지없는 바람직한 구상이지만, 이 바람직한(desirable) 구상이 실현가능한(feasible) 구상인지는 두고 볼 문제다.

통일준비를 위해 우리는 거대한 벽(壁)들을 넘어야 한다. 그 벽들의 이름은 ‘무뎌진 안보의식 및 자주국방 의지’ ‘국론이 첨예하게 분열된 국내 정치 상황’ ‘북한체제의 기만적 속성’ 등이다. 아무리 정교하게 잘 만들어진 통일 청사진일지라도 이 세 개의 벽을 넘지 못하면 사상누각(砂上樓閣)이 될 수밖에 없다. 남북관계의 지난날을 조금만 반추해 봐도 이 사실은 명백해 진다.

1989년 9월 11일 제147회 정기국회에서 노태우 대통령은 “국민의 통일방안”으로 ‘한민족 공동체 통일방안’을 제시했다. 그 후 남북한은 1992년 2월 19일부로 양측 총리를 수석대표로 하는 남북 고위급회담을 통해 실질적인 통일 청사진이라 해도 손색없는 ‘남북 사이의 화해와 불가침 및 교류협력에 관한 합의서’(일명 기본합의서)를 발효시켰다.

이와 같은 분기점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남북한은 통일을 향해 한 걸음도 다가서지 못했다. 심지어 2010년에 북한군은 우리 해군 잠수함을 격침시켰고 연평도에 포탄을 퍼부었다. 지금도 북한의 핵 위협은 계속되고 있다. 넘어야 할 벽을 넘지 못한 결과다.

통일은 우리의 통일 청사진과 그 추진 계획에 따라 다가오는 것이 아니고 우리 계획대로 진행되는 것도 아니다. 통일은 언제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다가올지 아무도 모른다. 우리의 할 일은 통일에 대비하는 ‘역량’을 갖추는 것이다. 이는 통일 준비의 최우선의 당면과제라 할 수 있다.

 

넘어야 할 벽을 넘지 못하면…

무엇보다 통일문제는 우리의 자주적 국방의지 및 군사역량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음을 정부, 정치권, 국민 모두가 인식할 필요가 있다. 만일 한국의 자주적 군사역량이 중동의 이스라엘처럼 주변국들에 의해 높이 평가되고 주목받는 상황이라면 아마 북핵문제도 북방한계선(NLL) 문제도 이미 옛 이야기가 돼 있을지 모른다. 따라서 우리는 역량을 길러야 한다. 과감한 국방투자가 필요한 상황이다. 국가재정이 문제라면 ‘방위세’라도 다시 도입해 통일을 대비한 자주국방 역량을 조속히 갖춰야 할 국면이다.

다음은 국론분열 현상을 극복하는 문제다. 오늘의 정치·사회적 현실은 통일문제 뿐만이 아니라 국정 현안 전반에 걸쳐 계층 간, 정파 간의 공감대 형성을 어렵게 하고 있다. 정부를 신뢰하고 공권력의 권위를 존중하는 풍토가 조성돼야 모든 국민들이 공감하는 통일 청사진도 마련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국가기관 자체의 모든 부정, 비리, 부패 요소를 과감히 도려내야 한다. 공공질서 파괴, 공권력의 합법적 행사를 무시하는 모든 불법적 행위들 또한 단호히 척결돼야 할 것이다.

마지막 벽은 ‘북한체제의 기만적 속성’이다. 이는 독립변수라기보다는 국내 상황이나 안보·국방의지의 종속변수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우리 사회가 허점을 보이지 않는다면 북한체제의 속성 따위는 문제가 될 수 없다. 일찍이 손자(孫子)는 “승리할 수 없음은 자기편에 달려 있는 것이고, 승리할 수 있음은 적에게 달려 있는 것이다(不可勝在己 可勝在敵)”라고 말했다. 이 통찰이야말로 남북관계의 현실과 그 대처 방안에 대한 가장 확실한 답일 것이다.


대통령국가안보자문위원
前 평남도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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