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세자들의 마음을 흔들다
납세자들의 마음을 흔들다
  • 정용승
  • 승인 2014.08.22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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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선택 한국납세자연맹 대표

월급명세서를 받아보는 순간은 기쁘면서도 한편으로는 씁쓸한 기분이 든다. 한 달 동안 열심히 일했다는 결과를 받는 순간이기에 기쁘지만 원천징수 되는 세금을 확인하면 조금은 허탈해지기 때문이다.

허탈해지는 이유 중 또 하나는 아마 자신이 낸 세금이 어디에 쓰이고 있는지 모른다는 데에도 있을 것이다. 또한 허무하게 낭비되는 세금이 만만치 않으니 일에 대한 보상을 공중으로 날린다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다.

이런 직장인들의 슬픔을 같이 짊어지고 ‘납세자의 권리’를 외치는 단체가 있다. 한국납세자연맹이다. 한국납세자연맹은 이미 국민연금 폐지운동으로 몇 차례 논의의 중심에 선 적이 있는 알 사람은 아는(?) 단체다. 정부가 공무원 연금개혁, 세법개정안을 잇따라 내놓고 있는 지금, 우리가 가는 방향이 올바른 것인지 묻기 위해 지난 7월 11일 한국납세자연맹 사무실을 방문해 김선택 대표를 만났다.

김선택 한국납세자연맹 대표

- 얼마 전 정부가 발표한 세법개정안은 경제활성화, 민생안전, 공평과세, 세제합리화 네 부분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이 같은 개정안이 실질적으로 경제안정이나 경제활성화에 도움이 될까요?

정부가 항상 세법개정안을 발표할 때는 그럴 듯하게 발표해요. 우스갯소리로 “관료들이 최고 잘하는 게 포장기술”이라고 하잖아요. 그런데 실제 경제부문에서 개정안을 적용시켜 보면 결과는 전혀 다르죠. 이번 세법개정안의 전체적인 맥락은 경기 활성화를 위해서 증세를 하지 않고 소비를 증가시키겠다는 건데요.

우리가 알아야 할 부분은 소비를 증대시켜야 할 계층은 중산층이 아닌 중산층이하계층이라는 거죠. 특히 서민 저소득층과 비정규직의 소득을 증대시켜 줘야 하는데 그런 내용은 하나도 없어요. 예를 들면 대기업 혹은 잘 나가는 회사들이 직원들의 봉급을 올려주면 세제혜택을 주겠다, 회사이익이 많이 생겼을 때 투자를 적극적으로 하고 배당도 많이 하면 세제혜택을 주겠다고 하죠. 그런데 이런 정책은 사실상 대기업들에게 해당되는 이야기고 일반 근로자와는 관련이 없다는 말이에요.

국가가 부자 돼야 노후대비 가능해

- 그렇다면 경제활성화를 위해서 어떤 정책이 선행돼야 할까요?

국민연금 얘기를 해 볼까요? 국민연금이 폐지되면 최대 9%까지 가처분소득이 올라가요. 급여의 9%는 엄청난 수치죠. 연봉 1억 받는 사람들이 실제로 내는 세금의 세율인 실효세율은 10%밖에 안 돼요. 이런 수치를 비교하면 월급의 9%라는 것은 엄청나죠.

국민연금을 내는 이유를 ‘노후 대비’라고들 하는데요. 정말 그럴까요? 국가가 국민의 노후를 보장하는 방법은 국가가 부자가 되는 겁니다. 개인이 노후대비를 가장 잘 하는 방법은 부자가 되는 것이고요. 단순하죠. 다르게 얘기하면 국가가 지속적인 발전이 돼야 국민이 잘 살 수 있다는 의미가 돼요.

반대로 국가가 부도를 맞는다고 가정해 보세요. 그리스가 지금 어떻게 됐나요? 그리스도 우리나라처럼 각종 기금이 국채에 많이 들어가 있죠. 국가가 부도를 맞게 되면 채무조정에 들어가요. 이 말은 국채가 반 토막이 난다는 말이에요. 예를 들어 100조를 국채에 투자했다고 가정했을 때 채무조정에 들어가면 50조로 반 토막이 난다는 것이죠. 현재 우리나라 국민연금 기금이 지금 440조예요. 1년 국가예산보다 많아요. 이 돈이 반 토막 난다고 생각해보세요. 노후대비? 웃기는 말이 되는 거죠.

- 국민연금 폐지운동을 하고 계신데요. 설명을 좀 해 주시죠.

계기는 2004년부터 국민연금관리공단이 지역가입자들에게 사업자등록증이 있든 없든 보험료를 무작위로 부과한 데서부터였어요. 이걸 많은 사람들이 안 내니까 압류를 해서 돈을 빼내갔죠. 그때 한국납세자연맹은 이런 국민연금관리공단의 주먹구구식의 말도 안 되는 행동에 화가 났고, 그래서 폐지운동을 시작하게 됐어요.

국민연금은 저소득층의 돈을 갈취해서 부자들에게 주고 있는 거예요. 그 돈 어떻게 쓰고 있나요? 투명하게 쓰이지도 않고 정치인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 각종 공약을 남발하는 데 쓰이고 있죠. 일부는 대기업 주식으로 들어가고요. 그만큼 저소득층은 기회비용을 잃게 돼요. 일각에서는 소득재분배 기능이 있다고 말하는데 그 전에 개인이 부자가 되는 길을 국가가 막고 있다는 것을 먼저 생각해야죠.

국민연금이 늘어날수록 이득을 얻는 사람들은 국민연금관리공단 노조 집행부예요. 억대 연봉 받아가면서 노조비도 받고 400조가 넘는 기금을 관리하니 그만큼 권력도 있죠. 한국납세자연맹이 그걸 없애자고 하니 그 사람들이 한국납세자연맹을 좋게 볼 리가 없어요. 저희가 사회보험시장을 늘리기 위해 사주를 받고 일을 한다고 음해도 해요. 전혀 근거 없는 말이에요.

 

반응 좋은 국민연금 폐지운동

- 반응이 상당히 뜨거웠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지금은 어떻습니까?

10만명 이상에 대한 인터넷 서명을 받았고요. 반응은 계속 오고 있습니다. 작년에는 검색포털 검색순위 1위를 네 번이나 할 정도로 반응이 좋았어요. 계속 이어나갈 거고 곧 다시 이슈화 시킬 계획입니다.

- 국민연금뿐 아니라 공무원연금, 기초연금도 마찬가지로 내는 것만큼 돌려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개혁 논의가 나오고 있는 실정입니다만 가능할까요?

지난 세 차례 개혁이 모두 실패했어요. 이번에도 거의 실패가 확실해요. 시늉만 할 뿐이죠. 지금 우스갯소리로 대통령보다 공무원 권력이 세다고들 하는데요. 대통령이 결단을 해도 실질적으로 관리하는 사람들은 공무원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정치인들은 그들의 표도 생각해야 하잖아요? 국민 100만명이 광화문에서 집회를 한다면 또 모르겠네요. (웃음)

- 각 나라마다 세금을 걷는 방식은 다릅니다. 세금에 대해 생각하는 분위기도 다르고요. 북유럽 같은 경우는 높은 세금을 걷고 많은 복지를 하는 것에 불만이 없다고 하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까요? 복지를 늘리고 세금을 그만큼 걷는 것이 가능할까요?

높은 세금과 많은 복지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두 부류입니다. 세금에 대해 잘 모르고 있거나, 아니면 표를 얻으려는 정치인들이죠. 유럽에서 그런 고비용 고복지를 눈으로만 본 사람들이에요. 그런 사회가 될 수 있다고 한다면 저도 찬성하고 세금을 낼 거예요. 그러나 우리나라는 돈을 내는 만큼 복지를 누리고 있지 않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이죠. 국민들은 국가로 들어간 돈의 행방을 몰라요. 그래서 ‘먼저 먹는 놈이 임자’라는 말까지 나오는 거죠. 우리나라가 유럽처럼 되려면 기본적으로 경제적, 사회적 바탕이 마련돼야 해요. 필수적으로 지하경제가 없어야 하죠. 지금 우리나라 지하경제 규모가 GDP의 25% 정도 돼요. 100명이 소득을 올리면 25명은 소득세를 안 낸다는 말이죠. 공평하게 세금을 거둘 토대가 안 되는데 어떻게 공평한 복지가 된다는 거죠? 말이 안 되는 거예요.

지하경제 없어져야 북유럽식 복지 가능

- 한국납세자연맹에서는 조세개혁운동도 하고 있습니다. 한국납세자연맹이 말하는 조세개혁이란 무엇인가요?

국민이 세금을 흔쾌히 낼 수 있는 국가가 진정한 민주주의 국가라고 생각해요. 조세개혁운동은 ‘세금을 흔쾌히 낼 수 있는 토대’를 만들고자 하는 운동이죠. 국민이 세금을 공평하게 내야하고 지하경제가 없어야 해요. 또 세금은 투명하게 관리가 돼야죠. 그래야 비로소 납세자 권리가 보장된다고 봅니다.

또 한국납세자연맹의 목표는 세무조사가 공포(恐怖)로 다가오는 세상이 아니라 납세자의 권리가 보장되는 세상을 만드는 겁니다. 세금이라는 것 자체가 무서운 것이 되면 안 되거든요. 이것은 선진국과 후진국과의 차이이기도 합니다. 선진국은 세금을 내는 것을 무서워하지 않거든요. 왜일까요? 세금이 투명하게 사용되고 있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에요. 공평하게 걷히기도 하고요. 반면 우리나라는 정부가 세금을 불합리하고 복잡하게 만드는 바람에 권력남용 수단과 개인적인 부를 축적하는 수단으로 변질됐어요.

- 한국납세자연맹이 하고 있는 일과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말씀해 주신다면?

한국납세자연맹은 2001년에 설립돼서 14년 이상 국민에 대한 납세 권리를 바로 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국가를 위해 세금을 내는 것은 맞지만 강제적으로 거둬가는 것에는 재산권 침해 요소가 있고, 또 세금의 투명성이 보장되지 않기 때문에 불합리하고 불공정하다고 생각해요. 그런 점에 있어서 납세자의 권리를 위해 국가가 세금을 어떻게 쓰고 있는지, 불합리하지는 않은지 감시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그런 계획들을 계속 발전시켜 나가야죠.


인터뷰/정용승 기자 jeong_f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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