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특별법이 슬프게 다가오는 이유
세월호 특별법이 슬프게 다가오는 이유
  • 정용승
  • 승인 2014.07.21 10:5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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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정용승 기자

할아버지는 6·25 참전용사셨다. 병사로 자원해 최전방 전투에 참전하셨고 전쟁 후에는 시험에 통과해 장교까지 지내셨다. 군 전역 후에는 경찰로도 근무하셨으니 간단히 말해 평생 국가를 위해 몸 바치신 분이라고 할 수 있다.

가끔씩 전쟁 이야기를 꺼내시곤 하셨는데 아직도 기억에 남는 이야기가 있다. 전쟁 당시에는 제대로 된 시설이 없다보니 밥을 지을 때마다 아궁이에 직접 불을 때야 했다고 한다. 그날도 할아버지는 후임들과 함께 아궁이에 넣을 죽은 나뭇가지를 주워올 생각으로 산에 올라갔다.

마침 죽은 나무를 발견한 할아버지는 최선임으로서 직접 나무 위에 올라가 가지를 꺾기 시작했다. 얼마나 지났을까. 한참 나뭇가지를 후임들에게 던지고 있을 때 요란한 소리와 함께 중공군의 폭격기가 할아버지와 후임들의 머리 위를 지나갔다.

할아버지가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상황이 끝나 있었다. 나무 위에 올라가 있던 할아버지를 제외한 나머지 후임들은 모두 전사했다. 그날 때문이었을까. 할아버지는 작은 소리를 잘 듣지 못하셨다. 할아버지의 방은 늘 TV 소리로 귀가 멍멍할 정도였다.

지금까지 할아버지가 참전용사였다는 것은 큰 자랑 중 하나였고 뿌듯함이었다. 국가가 어려움에 처한다면 할아버지처럼 앞으로 나갈 자신도 있었다. 그런데 지금, 어떤 계기 하나가 그 결심을 뒤흔들고 있다. '세월호특별법'이다.

 

법안에 담긴 여러 가지 무리수

4월 16일 세월호 참사로 인해 사망한 희생자들과 유가족에게 유감을 표하지 않는 국민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안타까운 일이고 다시 일어나서는 안 되는 참사라는 데 재론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이와는 별개로 세월호 특별법에 많은문제가 있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이 지난 7월 4일 발의한‘4·16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및 피해자 지원 등에 관한 특별법안(약칭 세월호 특별법)’은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세월호참사특별조사위원회 구성 △희생자 전원과 피해자에 대하여 세월호 의사상자 인정 △피해자에 대한 의료·교육·생활지원과 피해지역 공동체 회복을 위한 지원 △세월호 추모공원, 추모기념관 등 추모사업 지원 △세월호 재단(4·16재단) 설립 △세월호 참사와 같은 대형 재난사고 재발 방지와 세월호 참사의 희생자 및 피해자 지원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4·16기금 설치 등이다.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세월호참사특별조사위원회는 진상규명 신청 및 진정을 처리하고 세월호 참사 발생의 원인 등 위원회 의결로 정한 대상을 조사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또 자료 및 물건의 제출명령, 청문회, 동행 명령, 고발, 수사의뢰, 감사원 감사요구 등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
다. 즉 특별조사위원회는 검찰과 분리돼 단독적으로 조사권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단독적인 수사권이 특별조사위원회에 주어진다면 또 하나의 권력이 될 것이고 사법부는 존재할 이유가 없어진다. 의사상자(義死傷者) 지정도 무리수다. 의사상자란 직무 외의 행위로서 타인의 생명, 신체 또는 재산의 급박한 위해를 구제하다가 사망하거나 신체의 부상을 입은 사람을 말한다.

의사상자로 지정되면‘의사상자 예우에 관한 법률’에 따라 해당인과 그 가족 및 유족에 대해 필요한 보상(보상금, 의료급여, 교육보호, 장제보호, 취업보호) 등‘국가적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세월호 사망자들이 적절한 보상을 받아야 하는 것은 맞지만 이것이 의사상자 지정과 동시에 국가적 혜택까지 받아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피해자에 대한 의료·교육·생활 지원과 피해지역 공동체 회복을 위한 지원의 일부분인 단원고 재학생들에 대한 대학교 정원(입학정원의 1%내)외 특례입학도 문제다. 현재 단원고 3학년에 재학 중인 세월호 피해 학생들은 2015년 대입전형에서 혜택을 받을 전망이다.‘간접적인 피해’가 그 이유다. 세월호 참사 이후 제대로 된 수업을 받을 수 없었고 같은 학교 학생들의 죽음이 학업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어디까지가‘적정선’일까.

문제의 뿌리는 정치

이쯤에서 모두가 잊고 있는 사실을 한 가지 짚고 싶다. 세월호 참사의 원인이 세월호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청해진 해운과 실질적인 소유주로 드러난 유병
언에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아무도 유병언을 잡아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하지 않는다.

오히려 정부가 1차적 책임자라며 대통령에게 비난을 집중한다. 정부의 책임이 전혀 없다는 말은 누구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 참사를 왜 국가가‘모두’책임져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는다.

세월호 특별법은 현재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다. 관련 시민단체들은 이 법안 통과를 위한 서명운동에 돌입했고 유가족들은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물론 일각에서는 이 법안에 반대의사를 표하고 있다. 혜택이 지나치게 과도하다는 것이 이유다. 결국 이 문제조차‘정쟁’의 하나로 수렴되고 말았다.

할아버지는 한국전쟁의 대가로 참전 용사 증서와 매달 9만원을 받았다. 지금도 방송국들은 매년 현충일 폐지를 주워 생활을 연명하는 참전용사들을 조명한다. 그들은 한국전쟁의 1차적 피해자이자 동료들의 죽음을 눈앞에서 지켜본 간접 피해자다. 또한 한국을 공산주의로부터 지켜낸 영웅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런 부분에 대해 그 어느 정치인도 혜택이 부족하다거나 복지를 늘려야 한다고 말하지 않는다.

참전용사들에게도 똑 같은 복지혜택을 줘야 한다는 얘기가 아니다. 다만 형평성과 관계없이 상황에 따라 부화뇌동 하는 정치인들의 행태가 씁쓸한 뒷맛을 남길 뿐이다. 일관적인 기준도 없고 과거와 현재를 바라보는 눈도 없다. 단지 각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여론의 눈치를 살피며 혜택의 수위를 조절할 뿐이다.

진정한 리더가 되고 싶다면 그에 맞는 신념과 기준이 필요하지 않을까. 한국의 정치인들에게‘리더의 조건’을 묻는다.

 

정용승 기자 jeong_f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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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이 2014-08-05 17:2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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