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 대박론을 말한다
통일 대박론을 말한다
  • 정용승
  • 승인 2014.04.22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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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최진욱 신임 통일연구원장
최진욱 통일연구원장

박근혜 대통령의 통일대박론과 드레스덴선언으로 통일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면서 통일문제 국책 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이 다시 주목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최진욱 前 본지 편집위원이 지난 3월 31일 14대 통일연구원장에 취임했다.

최진욱 원장은 통일연구원 창립 초기인 1993년부터 지금까지 21년 간 통일연구원에서 일해 온 이른바 ‘내부 승진파’이며 이미 통일연구원장 직무대행을 두 번이나 역임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지난 7일 수유리에 위치한 통일연구원에서 통일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 보았다.

- 원장님은 통일 연구자로 잘 알려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막상 원장님 개인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적은 것 같습니다. 이번 기회에 자신을 소개해 주시기 바랍니다.

간단히 소개를 하면 한국외국어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신시내티대학교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13대 북한연구학회장과 두 차례 통일연구원장 직무대행을 했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14대 통일연구원장 직을 맡게 됐습니다. 외교부, 통일부 정책자문위원, 민주평화통일위원회 상임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북한연구는 ‘작은 것’에서부터

- 통일문제를 연구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저는 신시내티대학교에서 비교정치로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박사논문 주제는 ‘신흥민주주의 국가들의 정당 발전’입니다. 냉정하게 보면 북한과 크게 관련이 없습니다. 하지만 저는 북한에 대해 평소에도 관심이 많았습니다.

1992년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마치고 귀국 후 한학기 강의를 하다가 통일연구원에서 연구의 기회를 갖게 됐습니다. 연구원이 되자마자 저는 국제관계, 통일정책보다는 북한을 먼저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공부를 할 때 ‘작은 것’에서 시작해서 거대담론으로 나아가는 방향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북한의 작은 것에 집중했어요. 북한의 지방행정, 인사행정이 어떻게 작동하는가를 연구했습니다. 특히 지방에서는 어떻게 당·정 관계가 움직이는지를 유심히 봤습니다.

북한의 인력구조는 어떻게 되는지, 인사실태 등도 관심 있게 연구했습니다. 당시 북한 연구는 군사, 이념, 정치, 경제 같은 거대담론에 빠져 있을 때였습니다. 그래서 아무도 시도하지 않는 것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처음에는 북한 지방에 관한 자료가 많이 없었습니다. 소련 연구를 보니 지방조사가 잘 돼 있더군요. 저는 그것을 참고해 북한의 지방을 연구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 왜 북한의 ‘작은 부분’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

통일이 되면 남북한 주민들이 같이 살아야 하고 서로 이해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북한 주민들은 실제로 어떻게 생활하는지’를 알아야 합니다. 즉 생활밀착형 통일이 되기 위해서는 사전 조사가 잘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통일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통일연구원에 대해 잘 알겠지만 조금 생소하게 받아들이는 독자들도 있을 것 같습니다. 통일연구원장으로서 통일연구원을 소개해주시겠습니까?

통일연구원은 1991년 창설됐습니다. 세계사적 의미에서 탈냉전 시기였죠. 이 시기를 겪으면서 정부가 실질적인 통일문제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정부는 어떻게 남북한의 이질화를 극복할 것인지, 교류협력은 어떻게 할 것인지를 고민했습니다. 정부가 북한을 정보 차원을 넘어서 학문 차원에서 연구하기 위해 통일연구원을 설립했습니다.

그때 배출된 인력들이 지금 북한을 연구하는 데 좋은 기반을 마련했죠. 현재 통일연구원에는 박사급 연구원 30명을 포함해 총 100여명의 인력이 있습니다. 박사급 연구원 45명으로 통일연구원을 시작한 것에 비해 인력이 줄었죠. IMF 시기를 겪으면서 98년에 규모가 줄었습니다.

- 한국을 대표하는 북한 관련 싱크탱크인데 30명 규모의 박사 인력으로는 부족하지 않습니까?

저도 박사급 인원이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통일연구는 담론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대책 연구와 국제관계에 대한 연구가 이뤄져야 합니다. 현재 급변하는 동북아 질서 속에서 한국의 빠른 대처는 중요합니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연구원 수가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박근혜 대통령 출범 이후 통일준비위원회 설립 등으로 인해 통일연구원의 역할이 점차 커질 것이라 기대합니다.

최소한 20년 간 북한 전문가 필요

- 일각에서 “통일연구자, 북한전문가야말로 반(反)통일 세력이다”라는 우스개 이야기가 있습니다. 막상 통일이 되면 북한전문가들의 직업이 사라지게 되기 때문이라는 것이죠.

먼 훗날에는 모르겠지만 통일 후 최소한 20년 내에는 북한전문가 일자리가 사라질 일은 없습니다. 남북의 이질화, 통합과정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오히려 통일에 관계된 인력들이 늘어날 것으로 생각합니다. 만약 통일이 오늘 된다고 해도 20년 정도는 할 일이 있다는 것입니다.

- 북한문제뿐만 아니라 지역 연구자들의 경우 연구하다 보면 연구 대상을 사랑하게 되고 그러다보면 그 지역을 옹호하는 경향이 많습니다. 북한 연구자들도 이런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은 것 같은데… .

그런 부분이 있다는 것은 인정합니다. 그래서 그 부분을 개선하기 위해 통일연구원에 북한연구센터뿐만 아니라 국제관계연구센터, 통일정책연구센터를 설치했습니다. 연구자들이 북한연구만 하면 소위 ‘내재적 접근법’을 주장하게 됩니다. 저는 북한연구만 하는 방식이 잘못됐다고 생각합니다. 통일문제는 주변국들과 같이 해결해야 하는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국제질서 시각을 겸비하고 국제질서 속에서 봐야 합니다. 제가 작년 북한연구학회장을 할 때도 국제질서적인 시각도 겸비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패널을 구성할 때 국제정치학자들을 많이 가입시켰습니다. 국제법까지 외연을 넓혀 개성공단문제, NLL문제 등을 과연 법적으로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 평화통일체제를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를 국제정치적 시각으로 보려고 했습니다. 물론 북한의 입장도 살펴봐야 하겠지만 그 시각만을 따라가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 최근 최대 현안 중 하나가 박 대통령의 드레스덴 선언입니다.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박 대통령의 대북·통일정책은 일관됩니다. 취임 초부터 평화통일 기반 구축이 국정과제였습니다. ‘통일’이라는 주제가 국정과제로 올라온 것은 YS정부 이후 처음입니다. 15년만이죠. 전체적 흐름은 북핵문제, 정치적 문제가 있어도 대화를 유지하고 북한에 인도적인 지원을 함으로써 신뢰를 쌓겠다는 취지입니다. 즉 박 대통령은 북핵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화와 인도적 지원을 약속한 것이죠.

이것이 무조건적 지원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인도적 지원의 범위와 한계에 대해서는 드레스덴 선언에서 명확히 밝히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북한과의 대화를 중단하고 속도를 조절하자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북한과의 대화, 교류는 오히려 강화할 수도 있습니다. 문제는 미국의 신뢰를 바탕으로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북한인권 문제나 핵문제에 대한 분명한 입장이 견지돼야 합니다. COI보고서에 관한 분명한 입장과 후속조치에 적극성을 보여야 미국과의 대북정책 공조가 순조롭습니다. 중국과는 어디까지가 협력관계인지 분명하게 표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대북정책은 흔들림 없이 일관되게 유지돼야 하는 중요한 정책입니다. 저는 비핵화와 신뢰프로세스가 같이 가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드레스덴에서 연설하는 박근혜 대통령

비핵화와 신뢰프로세스 같이 가야

- 박 대통령의 드레스덴 선언은 ‘흡수통일론이다’라고 말하는 일부 세력이 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흡수통일이 나쁜 것이라는 프레임이 굳어져 있습니다. 과연 그 자체가 나쁜 것인가요?

흡수통일 개념의 범위가 광범위해서 그런 말이 나오는 것입니다. 흡수통일이 문제되는 것은 갑작스러운 통일시 닥치는 혼란입니다. 즉 흡수통일 자체의 문제가 아닌 상황의 문제입니다.

개인적으로 북한체제가 남아 있는 한 통일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두 개의 상이한 체제로는 통일이 될 수 없습니다. 통일한국은 하나의 체제로 합쳐져야 합니다. 북한체제가 바뀌는 길이겠지요. 다른 시각에서 보면 합의에 의한 흡수통일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 통일대박론에 이어서 통일쪽박론을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런 주장은 어떻게 보십니까?

통일쪽박론은 갑작스러운 북한의 붕괴 때문에 오는 혼란을 말하는 것입니다. 당연히 통일은 대박이죠. 물론 통일 직후 10년 정도 어려움이 따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당연히 통일 비용보다 편익이 많습니다. 관건은 통일세대의 부담입니다. 어느 정도가 될지 정확히 모르기 때문입니다. 장기적으로 통일은 당연히 대박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는 철저한 준비로 단기적인 혼란을 해소할 수 있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북한의 행정관리 구역을 별도로 할 것인가, 시간을 끌어서 점진적으로 할 것인가, 재원은 어디서 조달하는가 등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야 합니다.

미국과의 공조가 중요

- 통일대박론과 함께 통일친화사회론이 대두됐고 최 원장님도 평소 즐겨 쓰는 용어라고 알고 있습니다.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시기 바랍니다.

통일을 준비하는 데 있어서 가장 큰 문제는 통일에 대한 의심입니다. 통일이 과연 통일한국을 더 좋은 미래로 이끌 것인지를 묻는 사람도 있습니다. 즉 통일은 무서운 것이라는 분위기가 있었습니다.
저는 그런 분위기가 반통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반통일 분위기를 벗어나자고 주장하는 것이 통일대박론이고 통일친화적사회입니다. 통일은 좋은 것, 발전의 계기, 민족도약의 계기로 만드는 것이 통일친화사회론입니다.

통일친화사회는 대단한 것이 아닙니다. 통일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회를 준비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시험이 무섭다고 준비하지 않으면 더 두려워지는 법입니다. 처음에는 공부가 어렵더라도 계속 준비해야 합니다. 통일도 마찬가지입니다. 통일 재원, 교육, 외교 등을 준비해야 합니다.

- 통일이라는 게 우리가 원할 때 오는 것이 아니라 갑자기 북한체제가 무너짐으로써 올 수도 있지 않습니까?

물론입니다. 오히려 국제사회가 더 많은 걱정을 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정작 준비를 안 하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붕괴되지 않을 가능성이 더 크다고 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붕괴가능성을 정확히 측정할 수 없지만 가능성이 있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준비를 해야 합니다.

이를테면 소방서에서 하는 건물의 소방점검은 화재의 위험이 50%가 넘기 때문에 하는 것이 아닙니다. 화재의 위험이 10%만 있다고 해도 준비를 합니다. 문제가 있으면 당연히 해야 합니다. 또한 준비는 북한이 아닌 우리를 위해서 하는 것입니다. 한국사회가 통일 후의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준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통일을 준비하는 것은 우리의 권리입니다.

- 통일연구원장으로 취임하셨습니다. 통일연구원의 수장으로서의 포부와 ‘미래한국’ 독자들에게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가요?

통일은 주변국과의 관계, 특히 미국과의 관계가 중요합니다. 한국은 미국을 축으로 중국과의 관계를 개선하고 남북관계를 과감하게 풀어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미국이 오해하는 부분을 불식시키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특히 인권 문제, 북핵 문제를 미국과 공조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북핵문제와 통일문제의 키는 미국에 있습니다. 중국이 결코 미국을 대체할 수 없습니다. 어디까지나 보조적인 역할입니다. 통일연구원은 1991년에 민족의 통일을 염원하면서 태어난 최초의 국책연구기관입니다. 60,70년대 한국이 이뤘던 한강의 기적을 여러분은 기억하실 겁니다. 통일은 2010년대 제2의 한강의 기적, 즉 대동강의 기적을 가져올 것입니다.


인터뷰 / 황성준 편집위원 hwang@futurekorea.co.kr
정리 / 정용승 기자 jeong_fk@naver.com
사진 / 정연호 객원기자 mychunsh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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