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2월 12일 북한은 국제사회의 준엄한 경고를 무시하고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했다. 한국 국방부 당국자들은 지난번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은 사정거리가 10,000~13,000km 정도라고 평가했다. 미국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거리다. 지난 20여년 국제사회의 압박을 받아가며 개발한 북한 미사일은 이제 미국마저 위협할 수 있는 단계에 도달한 것이다.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거나 핵실험을 할 때마다 국제사회는 유엔결의안들을 통과 시켰고 그것들을 가지고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을 막겠다고 시도했다.
유엔결의안 1718호, 1874호 그리고 북한의 이번 장거리 미사일 발사 실험을 규탄하기 위한 유엔결의안 2087호 등이다. 2087호는 유엔 안보리 이사국 모두가 만장일치로 결의한 막강한 것이라고 말해진다.
유엔결의안 외에도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한국에 북한을 포함한 6개국이 북한 핵을 중지 시켜보겠다고 북경에 모여 국제적인 ‘쇼’를 벌이기 시작한 지도 10년이 다 돼간다.
그러나 결의안이 나올 때마다 혹은 6자회담이 진행될 때마다 결국 북한의 핵과 미사일 능력은 날로 향상됐고 이제 북한은 핵무기 시스템(Nuclear Weapons System) 완비를 눈앞에 두고 있다.
유엔결의안 2087호의 막강함을 한국 언론들이 찬양하는 와중에 북한은 한국이 유엔의 규제에 동참할 경우 물리적 타격을 가하겠다고 협박하고 있으며 압박에 굴하기는 커녕 당장이라도 핵실험을 실시할 준비를 갖추고 있다.
실패로 끝난 북핵 저지
북한의 핵과 미사일을 포기 시키려는 노력은 완전한 실패로 돌아갔다. 그래서 6자회담은 쇼가 돼 버렸다. 대화, 경제적, 외교적 압박으로 북한의 핵과 미사일을 포기 시키겠다는 발상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 일이었다.
북한이 국제사회의 경고와 비난에도 불구하고 단거리, 중거리는 물론 5,500km 이상의 장거리 미사일을 지속적으로 실험하는 이유는 핵무기 체계의 완성을 위해 미사일 기술은 필수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미사일과 핵폭탄은 바늘과 실의 관계와 같아서 하나만 있으면 의미가 없다.
미사일 실험은 얼마나 멀리 갈 수 있는가, 또한 얼마나 정확하게 표적을 맞출 수 있느냐를 알기 위해 필수적인 일이기 때문이며 핵실험을 계속하는 이유는 미사일에 장착해서 표적을 향해 날릴 수 있는 무게로 핵폭탄을 소형화시키기 위해서다.
적당한 무게의 핵폭탄을 개발하고 원하는 거리를 날아가 정확하게 표적을 맞출 수 있는 미사일이 완성되는 날 북한은 ‘핵무기 체계’를 완비하게 되는 것이고 그때부터 북한의 협박은 ‘실력’ 에 의해 뒷받침되는 진짜 위협이 되는 것이다.
북한 군인이 주먹으로 미국의 국회의사당을 내려치며 ‘한다면 한다. 우리는 빈말을 하지 않는다’는 그림이 그려진 포스터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그것은 허무한 공갈이었다. 북한에 그럴 능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북한이 핵무기 소형화에 성공하고 장거리 미사일을 완성하는 날 그 협박은 더 이상 헛소리가 아니게 된다.
이미 한반도 혹은 일본을 공격할 수 있는 단거리 및 중거리 미사일 분야에서는 상당한 진전을 이룩한 북한은 핵무기를 소형화 시키는 일만 남았다.
북한이 한국과 일본을 핵공격 할 수 있는 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이유, 더 나아가 미국까지 날아가는 장거리 미사일을 개발하는 전략적 이유를 우리나라 국민들 대부분은 잘 모르고 있다.
북한이 핵으로 서울을 공격하려 한다느니 혹은 좌파들이 말하는 북한은 동족인 대한민국이 아니라 미국과 맞장을 뜨려 하는 것이라는 등의 설명은 핵전략의 기초를 모르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북한의 목표는 무혈 적화통일
북한은 핵무기로 초토화된 서울을 원치 않는다. 서울을 혹은 대한민국을 있는 그대로, 가급적이면 전쟁을 치르지 않은 채, 통째로 차지하기 위해 핵무기를 개발하는 것이다. 미국까지 날아가는 핵미사일을 개발하는 이유 역시 미국과 ‘전쟁하지 않기 위해서’다.
현재 한미 양국은 북한이 대한민국을 무력 공격해 올 경우 이를 전면전으로 간주하고 방어만 하는 것이 아니라 휴전선을 넘어 올라간다는 작전계획(Operational Plan) 5027이라는 ‘공세적 방어 전략’을 가지고 있다.
‘너희들이 어떤 꼼수를 쓰더라도 전면 전쟁으로 간주하고 되받아쳐 통일을 이룩해 버릴 테니 어떤 공격도 감히 생각하지 말라’는 전략이다. 작계5027은 재래식 전쟁억지(conventional deterrence) 전략의 표본이다.
북한이 핵무기 체계를 갖추는 날 OP 5027은 휴지가 된다. 핵을 가진 북한은 대남전략 수단이 다양해질 것이다. 휴전선 일부를 돌파해도, 한국 깊숙이 특공대를 수천 명 파견해도 한국은 이를 전면 전쟁으로 간주하고 되받아칠 수 없을 것이다.
미국이 북한을 핵미사일로 공격하면 된다고? 그럴 경우를 대비해서 북한은 죽을힘을 다해 미국까지 날아가는 핵미사일을 개발하는 것이다. 그날이 오면 북한은 미국에 말할 것이다. “남북한의 싸움에 개입하지 말라. 만약 미국이 한국을 도와주기 위해 북한을 공격한다면 북한은 하는 수 없이 미국의 도시 하나를 파멸시킬 수밖에 없다!” 미국은 서울을 살리기 위해 로스앤젤레스를 포기해야 하느냐의 딜레마에 빠질 것이다.
프랑스가 독자적으로 핵무기를 개발하려 하자 미국이 말했다. 미국의 핵으로 프랑스를 지켜 줄 테니 독자적인 핵무기를 개발하지 말라고. 프랑스가 반문했다. 그렇다면 미국은 파리를 지키기 위해 뉴욕을 희생할 각오가 돼 있느냐고. 프랑스는 소련의 핵 공격으로부터 파리를 지킬 수 있는 것은 프랑스의 핵무기라는 논리에서 핵개발을 강행했다.
북한이 핵무기 체계를 급속도로 완비해 가고 있는 오늘, 우리의 전략은 무엇이어야 하는가? 이론적으로 4가지 방법이 있을 수 있다. 확실한 대처 방법을 순서대로 말하자면 첫째는 북한의 핵개발을 물리력으로 제거하는 이스라엘 식 방법이다.
두 번째는 우리 스스로 북한과 맞먹는 수준으로 핵무장 하는 것이다. 세 번째는 핵우산을 빌리는 것이다. 즉 미국의 핵우산을 빌리는 것으로 미국의 핵무기를 다시 한반도에 불러들이는 방법이다.
네 번째는 미사일 방어망을 구축하는 것이다. 확실한 것일수록 어렵다. 적국의 핵무장 위협 앞에 당면한 국가가 결코 채택하지 않는 다섯 번째 방법이 있는데 아무것도 하지 않고 상대방의 자비심에 호소하는 방법이 있다. 즉 항복하는 것이다.
혹시 그동안 우리나라가 택한 방법은 다섯 번째가 아니었는지 모르겠다.
이춘근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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