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로 인해 ‘온라인 학습(E-Learning)’, ‘온라인 수업’ 등 ‘온라인 교육’이 뉴노멀인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온라인 쇼핑(E-Commerce, 전자상거래, 모바일 쇼핑 등)’과 ‘온라인 뱅킹(E-Banking, 인터넷 뱅킹, 모바일 뱅킹 등)’은 확실히 자리를 잡아 가고 있다. 유통업체의 온라인 매출 규모는 오프라인 매출 규모를 이미 넘어서고 있다. 마찬가지로 온라인 뱅킹의 이용률은 오프라인 뱅킹의 이용률을 넘어서고 있다.
온라인 교육시대의 규제와 부작용
온라인 학습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접하는 TV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지상파 방송 내용 중 교육 관련 프로그램이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크지 않다. 그러나 케이블 방송을 보면 어린이를 위한 교육용 채널과 만화와 같은 오락용 채널은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영어, 일어, 중국어 등 주요 외국어 교육 전용 채널과 입시생을 위한 채널도 있다.
건강과 요리 채널은 물론 낚시와 바둑 등 다양한 취미를 즐기고 경제 상식, 정치 뉴스와 시사 해설 등을 친절하게 알려 주는 채널도 골고루 다 있다. 이와 같이 온라인 학습은 이미 깊숙하고 광범위하게 우리 생활 속에 들어와 있다. 최근에는 다양한 분야의 시청자를 위한 유튜브 채널까지 제공되고 있다.
뉴노멀의 하나로서 새로운 모습을 나타내고 있는 온라인 수업 등 온라인 교육 시대는 어떤 의미를 가지는 것일까?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고 어떠한 교육서비스도 가능해지는 시대 즉, 학교의 높은 담장이 의미를 잃는 시대가 아닌가? 이것은 교육 산업적인 성격을 분명하게 드러내게 되었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현재 온라인 수업과 평가 등 학교 교육을 위한 온라인 시스템은 온갖 법과 제도적인 담장으로 인해 산업화의 첫발도 내딛지 못하고 있다.
학교 교육의 온라인 시스템 구축을 가로막고 있는 여러 가지 법규 가운데 가장 크게 작용하고 있는 ‘소프트웨어산업진흥법’을 살펴보자. 1987년 ‘소프트웨어개발촉진법’이라는 이름으로 시작한 이 법은 2000년 ‘소프트웨어산업진흥법’으로 명칭이 바뀐 뒤 지금까지 30여 차례 개정되었다. 소프트웨어산업 발전의 기반을 조성하고 소프트웨어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제정된 이 법은 현재 온라인 교육과 관련해 ‘대기업 참여 제한법’으로 기능하고 있다.
예를 들면 현재 교육부는 4세대 ‘나이스’(교육행정정보시스템, NEIS, National Education Information System) 시스템 구축을 위해 대기업이 입찰에 참여할 수 있도록 과기부에 요청하고, 과기부는 이 소프트웨어산업진흥법에 근거하여 4번이나 대기업이 입찰에 참여하는 것을 불허하고 있다.
이 법은 대기업은 국가 안보, 치안 등의 국민 안녕과 신기술 적용이 필요한 소프트웨어 개발에만 참여할 수 있도록 제한하고 있다. 지금도 학교는 정보보안이라는 이유로 와이파이가 금지되고 있다. 한편 나이스는 국가 안보와 무관하다는 이유로 대기업 참여가 통제되고 있다.
이와 같은 이율배반적인 법 적용이 비일비재한 곳이 미래 인재를 기른다는 소위 학교의 모습이다. 와이파이가 되지 않는 곳이 학교라니 옛날 구멍가게의 모습과 무엇이 다른가?
교육부가 새 시스템은 클라우드, 인공지능, 블록체인 등의 신기술을 사용하는 사업임을 힘들여 설명해도 수용되지 않았다. 반면에 국방부, 행정안전부, 인사혁신처, 법무부, 국토교통부, 보건복지부, 기획재정부 등이 발주하는 사업은 대기업의 참여가 허용되었다. 관세청, 조달청, 대검찰청, 우정사업본부, 기상청, 한국전력공사, 공무원연금공단과 같은 공공기관 그리고 서울시와 대구시 등 지방자치단체의 사업도 대기업 참여가 인정되었다. 법대로 한다면 대기업 참여 기준은 국가 안보 관련 여부와 신기술 적용 여부가 아닌가? 정부는 이 기준을 모든 사업에 공정하게 적용하고 있는지 자문(自問)해 보기 바란다.
교육시스템 구축 사업은 이들 사업보다 덜 중요한가? 나이스는 2001년부터 전국단위 교육행정정보 즉, 교직원인사, 급여, 회계, 물품, 교무.학사, 민원발급, 학부모 서비스, 학교정보공시 등을 전산 지원하기 위해 운영하고 있는 종합정보시스템이다.
나이스는 17개 시·도 교육청, 176개 교육지원청, 전국 1만1000여 개 학교, 50만여 교사, 약 210개 부처와 행정기관에서 데이터를 입력하고 활용하는 시스템이다. 2011년에는 당시 대기업이 만든 시스템에 문제가 생겨 학생 성적 처리에 오류가 발생한 일도 있었다. 이로 인해 학교와 교사는 큰 혼란을 겪었으며 학생과 학부모가 불편을 겪게 한 일은 벌써 잊어 버렸는가?
교육소프트웨어 국제경쟁력 제고 과제
앞으로 새 시스템은 온라인 교육을 활성화하기 위해 문자 그대로 국가 교육 정보시스템 즉, 국가 교육 플랫폼의 기능을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먼저, 온라인 수업과 평가를 위한 다양한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또한 교육과정평가원이 가지고 있는 학력 데이터도 여기에 통합되어 학생들의 학력 변동을 확인할 수 있어야 할 뿐만 아니라 모든 학생이 성공적인 삶을 살 수 있도록 특히, 기초 학력 미달 학생을 찾아내 맞춤 지원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민간이 개발해 운영하는 각종 교육용 소프트웨어도 이 플랫폼에서 서비스를 제공해 학생과 교사가 선택하고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므로 대기업이 소프트웨어 개발에 참여하는 것을 제한하고 규제하는 이 법은 폐지하고, 필요하면 그 내용의 일부를 중소기업진흥법에 반영해야 한다. 2013년 대기업에 대한 참여 제한이 시작된 이후 중견 IT 기업이 공공 IT 시장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맡고 있다.
그러나 소규모로 하청받는 중소 소프트웨어 기업 상황은 오히려 악화되고 있다. 즉, 중소 소프트웨어 기업 수익률은 2012년 4.9%에서 2017년 2.18%로 떨어지고 공공 소프트웨어 수출액은 2015년 약 5.3억 달러에서 2018년 2.6억 달러로 반감했다(조선일보, 2020.8.18. “대기업 참여 허용해 달라” 교육부의 4번째 읍소). 대기업의 노하우가 빠진 공공 소프트웨어산업의 전체적인 환경은 후퇴하고 있는 것이다. 하긴 뭐 새삼스럽게 놀랄 일도 아니지 않은가? 사람이든 기업이든 간에 과잉보호가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원인이 된다는 것은 기본적인 상식이 아닌가?
이러한 법은 우리가 심각한 국제경쟁 시대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망각하고 있다. 한국의 소프트웨어 기업이 국제경쟁력을 갖추지 못하면 외국 기업에 국내 시장을 넘겨줘야 한다. 최근 학교와 사회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는 ‘줌’(Zoom)은 코로나 19의 최대 수혜자이다. ‘줌’은 이미 온라인 수업과 국내외의 각종 회의와 모임에 사용하는 전 세계적인 소프트웨어가 되었다. 어느 누구도 ‘줌’이 이렇게 갑자기 유용하게 사용될 줄은 몰랐을 것이다.
그동안 칸 아카데미(Khan Academy)의 교육 동영상과 구글의 ‘클래스룸’(Google Classroom)이 교사들로부터 환영받고 있는 것이 학교의 현실이 아닌가? 만약 미국에 ‘대기업 참여 제한법’ 같은 것이 있었으면 구글은 아마 세계의 교사들이 애용하는 ‘클래스룸’을 개발할 수 없었을 것이다.
정부는 나이스가 국내에서만 사용하는 소프트웨어로 만족할 것인지 아니면 경쟁력을 갖춰 수출하는 것까지 생각할 것인지 분명히 해야 한다. 만약 교육을 산업으로 생각한다면 나이스도 국제 시장에서 환영받는 소프트웨어가 될 수 있도록 접근해야 한다.
어떤 산업도 고급화하지 못하면 성공할 수 없다. 고급화는 무한 경쟁체제에서 가능하다. 교육산업도 마찬가지이다. 미국의 학교교육은 기초 학력 미달로 인해 중도 탈락하는 학생률이 높고 비판도 많지만 세계의 인재들이 미국의 대학과 대학원에 모인다.
이것은 무한경쟁을 통한 고등교육의 고급화에 성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21세기 유망 산업으로 다양한 분야별 전문 인재를 기르는 교육산업을 거론하고 있다. 교육산업에도 AI를 활용하는 등 고급화의 길이 열리고 있는 것이다.
온라인 교육이 고급화되면 저급한 시스템으로 대처할 수 없다는 것은 자명한 일이 아닌가? 온갖 규제로 담장을 높이 쌓고 들어 앉아 있으면 그곳이 바로 개구리가 좋아하는, 외부의 위협이 없는 평화롭고 살기 좋은 우물 안이 되지 않을까?
정부는 앞으로 얼마나 발전해 나갈지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무궁무진한 온라인 교육 시장에 대비해 모든 규제를 완전히 철폐하고 온라인 교육을 산업 마인드로 새롭게 접근해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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